[Opinion] 예쁘고 친절한 여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구원해줄 이는 누구인가
글 입력 2021.11.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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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한 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명대사다.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가 있기 이전에 금자씨가 존재했다.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벌겋게 눈화장을 하고 처연한 눈빛 연기를 하는 이영애 배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저 예쁜 배우가 나온 영화로만 기억한다면 안 될 것이다. 드라마 <구경이>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2005년작 <친절한 금자씨>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여자이자 가장 잔인한 여자, 금자씨. 당신은 금자씨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연민의 손길을 건넬 것인가?


금자는 20살에 어린아이를 유괴하고 살인했다는 죄목을 가지고 13년간 교도소에 수감된다. 충격적인 어린이 유괴 및 살인사건 가해자로 공개되어졌을 때부터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게다가 천사 같이 착한 성격으로 교도소 동기들을 도우면서 ‘친절한 금자씨’라는 별명까지 갖게 된다.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친절했던 금자씨지만, 그녀는 출소를 하자마자 180도로 변하게 된다. 두부를 주러 온 목사에게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차갑게 말하면서, 13년간 감옥에서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백 선생은 이러한 금자가 13년 동안 복수를 준비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금자의 딸 ‘제니’를 인질로 삼아서 자신의 죄를 금자에게 뒤집어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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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영화의 눈



이 영화에는 독특한 연출이 있다. 첫 번째로 다큐멘터리처럼 중간중간 한 여자가 금자의 삶에 대해서 나레이션을 넣는다. 나레이션은 영화 내내 한 발 떨어져서 금자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을 하고, 나레이션 본인에 대한 소개는 일절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래도 나는 금자씨를 좋아한다."라며 처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영화의 각본가인 정서경 작가가 말하길, 이는 곧 금자씨의 딸인 제니의 목소리다. 제니는 13년 전, 고등학생 금자가 미혼인 상태에서 낳은 딸로, 금자가 키울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백 선생이 멋대로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 영화 내내 금자에게 서먹하게 굴던 어린 제니는, 결국 미래에 제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했고 타인에게도 이해시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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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영화가 극에 치닫고 나서부터 점점 흑백으로 변하는데, 이 과정이 어느 순간 관객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다. 색에 대한 연출은 이뿐만이 아니다. 초반부에 그녀는 목수가 건넨 하얀 두부를 엎으면서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금자는 딸 제니가 들고 온 흰 두부 케이크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때마침 하얀 눈도 하늘에서 내린다. "Be white, a live white, like this." 제니의 대사대로 이 영화에서 '흰색'은 속죄를 뜻한 것이었다.

 

영화 초반부 출소를 할 때와 달리 영화 후반부가 되어서야 그녀는 자신 때문에 희생당한 어린 '원모'에게 진정한 속죄를 하고자 한다. 마지막 미묘한 표정을 짓는 금자의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박찬욱 감독이 말하길, "금자가 복수를 성공해서 기쁜 것인지, 복수가 허무해서 후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금자는 웃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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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란 무엇인가?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그린 복수의 양면성


한 때 여성캐릭터를 다루는 한국영화의 평면성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판을 하면서 여성캐릭터를 가장 입체적으로 다룬 영화로 <친절한 금자씨>를 모범답안처럼 내놓기도 한다. 이 영화는 금자라는 캐릭터에게 관객들이 몰입하도록 하지만 단 한 번도 금자가 지은 죄를 미화하거나 덜어내지 않는다. 여러 아이들을 유괴해 부모로부터 돈을 뜯어내고 아이들을 살해한 백 선생이, 금자에게 그 살인죄를 뒤집어 씌웠으므로 금자에게 억울한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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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금자가 백 선생의 죄를 함구함으로써 유괴 살인 사건에 어느 정도 동조를 했던 점, 금자가 ‘백 선생에게 복수하기’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친절한 척을 하면서 교도소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점과 같은 면에서 말이다. 그리고 금자는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속죄하기를 원했지만, 어른이 된 피해자 원모의 환상을 보면서 아직까지 구원받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죄를 지었으니 그 죄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저 평생 속죄하는 마음을 떠안은 채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백 선생에게 복수를 성공했지만 그녀는 완벽하게 구원받지도, 후련함을 가지지도 못했다.

 

복수에 성공했으나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이런 입체적인 여성캐릭터를 통해 복수의 양면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한글 제목은 <친절한 금자씨>이지만 영어 제목은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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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복수’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는 자신의 <복수 3부작>의 가장 마지막 편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첫 번째 편인 <복수는 나의 것>, 두 번째 편인 <올드보이>를 거쳐 마침내 <친절한 금자씨>로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이 시리즈를 만든 이유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복수'라는 주제는 일상의 분노를 억누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흥미있는 주제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방구석 1열>에서 직접 언급한 바에 따르면, 전작인 <올드보이>에서 여성캐릭터들이 영화의 중심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이용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감독의 영화 작품관은 영화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요소이며, 영화를 명작으로 만든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자 하는 감독의 바람과, ‘복수’라는 키워드에 대해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각이 바로 <친절한 금자씨>를 명작으로 만든 밑바탕이다.

 

*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 7월 29일에 개봉했다. 당대 함께 나온 영화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히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 동안 남성 캐릭터 위주였던 한국 영화 산업에서 여성캐릭터를 아주 입체적으로 다룬 영화의 대표격이라서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영상미와 메시지까지 관객들에게 즐길 거리를 아주 많이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라마 <구경이>를 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친절한 금자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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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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