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가족을 상상하며 - 너에게 가는 길 [영화]

글 입력 2021.11.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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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간된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에서 나는 처음으로 퀴어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보았다.

 

단순히 성소수자를 사회에서 인정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넘어 내 자녀를 그 자체로 인정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고민을 해야 했던 이들, 성소수자 부모들은 자신의 고민을 공유할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2014년 성소수자 부모 모임이 시작됐다.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에서는 아직 딸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성소수자와 그들 부모 사이의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서 보여지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의 모습은 달랐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40-60대 연령층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연대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라웠다.

 

 

 

'나비'와 '비비안' 그리고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사람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운영위원인 나비와 비비안, 하늘, 지인 등을 중심으로, 엄마이자 여성인 성소수자 부모들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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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34년차 소방 공무원이다.

 

그녀는 아들이 있다. 아들 ‘한결’은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색슈얼로, FTM(Female To Male) 트랜지션 과정 중인 트랜스젠더다. 1년 전 아들이 성별정정 소송을 시작하면서, 아들의 소송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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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은 27년째 항공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아들 ‘예준’은 몇 년 전 편지로 자신이 게이라고 커밍아웃했다. 예준과 예준의 남자친구, 비비안이 한 집에서 함께 가족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큐멘터리에 담긴다.

 

 

 

사회적 상상력의 확장


  

다큐멘터리의 가장 큰 역할은 다양한 사회적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주의 인권운동 단체 ‘연분홍치마’가 제작하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뿐 아니라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두 개의 문> 등의 여러 다큐 영화들은 그러한 다큐의 기능을 수행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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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그녀의 아들 예준, 예준의 동성 애인이 한 집에서 생활하며 가족 공간을 이루는 모습은 보편적 정상 가족의 이미지는 아니다. 하지만 비비안은 “우리는 이상한 가족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하는 것뿐”이라 명시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계속해서 새로운 가족의 모습, 새로운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개인뿐 아닌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관계의 재구성, 새로운 관계 맺기



영화에서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모두가 “커밍아웃 받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정말 인상깊었다. 커밍아웃은 그저 주는 것이 아니라, 주고 받는 상호 교환적인 행위다. 따라서 커밍아웃을 할 때 듣는 사람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나 “커밍아웃 받”을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서로의 신뢰 관계가 기반이 되었을 때 부모는 자녀로부터 비로소 커밍아웃을 받을 수 있다. 비비안은 아들의 커밍아웃이 “선물” 같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녀가 엄마를 믿고 있다는 의미와 같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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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자식은 혈연으로 엮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이 될 수 없다. 부모와 자녀 사이는 상호 간의 노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영화 <너에게 가는 길>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자녀와 어머니는 제 2의 관계 맺기를 하였다.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따뜻한 관계였다.


또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은 멋진 여성들이 이야기이기도 하다. 커밍아웃을 한 자녀와 어머니만이 새로운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어머니들도 공통의 아픔과 슬픔을 공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연대로 나아간다.


영화는 소수자에 대해, 관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슬픈 사건이 여럿 들려오는 가운데,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려오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성소수자들의 목소리에 한발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주며, 부모됨, 진정한 가족에 대해 사유하도록 하는 참 좋은 다큐 영화이니 11월이 가기 전 극장에서 <너에게 가는 길>을 관람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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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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