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골목의 호젓함을 담은 앨범 6 [음악]

벤 폴즈 파이브,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 10CM, 데미안 라이스, 넬, 쳇 베이커
글 입력 2021.11.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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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Folds Five - Whatever And Ever Amen (1997)



 

 

벤 폴즈 활동 당시에는 느끼기 힘들었던 풋풋함을 벤 폴즈 파이브의 음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벤 폴즈 파이브의 이러한 음악적 특성은 1집과 2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2집인 ‘Whatever And Ever Amen(1997)’은 1집인 ‘Ben Folds Five(1994)’보다 성숙미가 느껴지고 계절감이 잘 묻어나오는 명반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몇 개의 트랙들을 들어보자.


타이틀이기도 한 ‘Brick’은 하드보일드하면서도 쓸쓸한 앨범의 분위기를 집약하고 있는 곡이다. 벤 폴즈는 한 인터뷰에서 가사의 내용이 과거 여자 친구가 낙태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Selfless, Cold And Composed’와 ‘Cigarette’, ‘Missing The War’ 또한 가을 밤, 사색에 잠겨 풍미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감상하기 좋은 곡들이다.

 

 

 

Kings Of Convenience - Riot On An Empty Street (2004)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의 ‘Riot On An Empty Street(2004)’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 되면 찾아듣는 앨범일 것이다.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앨범은 전곡이 명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곡들이 트랙 간에 훌륭히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기 다른 개성을 발하고 있다. 이미 명반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Cayman Islands’나 ‘Stay Out Of Trouble’은 광고 음악으로도 익숙하다. 이때 많은 국내 팬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특유의 건조하고 가을 낙엽 같은 음악들로 가득 채워진 ‘Riot On An Empty Street(2004)’은 날씨가 쌀쌀해질 때쯤 떠오르곤 한다.

 

두 노르웨이 남자의 기타 연주를 듣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10CM - 2.0 (2012)


 


 

10cm는 봄,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몽글몽글한 감성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권정열의 진가는 바로 여기에서 발휘된다.

 

주제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솔직한 접근으로 음악을 듣는 이가 곡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장범준과 비교되기도 한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곡이 가진 무드를 200% 이끌어낸다.


타이틀곡인 ‘Fine Thank You And You?’는 헛헛한 한 남자의 내면을 서정적으로 다룬 곡이다.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이 곡은 앨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냄새나는 여자’나 ‘그러니까...’, ‘이제.여기서.그만’ 등으로 이어지는 트랙들은 정규 데뷔 앨범 ‘1.0(2011)’의 ‘아메리카노’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같은 곡과는 또 다른 10cm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Damien Rice - O (2003)


 

 

 

가을 음악을 이야기할 때는 역시 ‘쌀 아저씨’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데미안 라이스의 ‘O(2003)’는 그의 정규 데뷔 앨범으로, 발매 당시 상당한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빠질 것 없이 명곡들로만 구성된 이 명반은 훗날 국내의 인디 음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필자는 어린 나이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The Blower’s Daughter’로 그의 음악을 처음 접했었다.


아직도 그 충격이 잊히질 않는다.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도 세상에는 있구나. 어린 나이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감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세계에 나는 이미 빠져있었던 것 같다. 이후 1집은 그가 내한 공연을 오기까지 가장 자주 돌려 들었던 앨범이 되었다.

 

쓸쓸하다고 느끼거나 괜히 마음이 센티해질 때 재생 목록에 추가하게 되는 곡들이 있다. 이 앨범도 그렇다.

 

 

 

넬 - Slip Away (2012)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사춘기 무렵, 넬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참 즐겨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김종완 보컬리스트의 톤에 반해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 했었다. 차가운 현실에 대해 깨닫게 될수록 넬의 음악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었던 것 같다. 그들의 음악은 대체로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켰고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때에는 역시 노래방 인기곡 ‘기억을 걷는 시간’이 수록된 ‘Separation Anxiety(2008)’도 좋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몇 년 후에 바로 이어서 발표된 앨범인 ‘Slip Away(2012)’에서 더 큰 감흥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외로운 감정을 최대한 깊게 파고들어간다. 소중한 관계의 단절이 일으킬 수 있는 감정의 파동을 세련되면서도 정제된 방식으로 다룬다.

 

 

 

Chet Baker - She Was Too Good To Me (1974)


 

 

 

쳇 베이커의 ‘She Was Too Good To Me(1974)’는 재즈의 대표적인 가을 스탠다드 곡인 ‘Autumn Leaves’가 수록된 명반이다.

 

이 앨범은 쳇 베이커의 후반기 앨범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녹슬지 않은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쳇 베이커의 트럼펫을 받쳐주는 폴 데스몬드의 부드러운 색소폰 연주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이다.


원래 ‘Autumn Leaves’의 경우 캐논볼 애덜리의 버전을 좋아했는데, 얼마 전 쳇 베이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본 뒤부터는 쳇 베이커가 연주한 것을 더 즐겨 듣게 되었다.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의 전반기 음악과는 다르게 구성된 이 음반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들렸으나, 점차적으로 귀에 녹아들게 되면서 그의 성숙미를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정욱-컬쳐리스트.jpg

 

 

[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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