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다시 재즈 클럽의 의미를 찾기 위한 응답

(2) ㅡ [대한민국의 모든 재즈클럽들을 위한 노래] 희망과 회복의 목소리
글 입력 2021.10.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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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그리는 시선이 저마다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 재즈는 '반쯤 대책없는 낙관'을 들려주는 음악이다. '볕드는 거리를 걸어 봐. 삶은 멋진 거야. 지금 돈 한 푼 없지만 난 록펠러같은 부자가 될 거야'라는 노랫말이 대공황 시기에 유행한 것처럼 ("On the Sunnyside of the Street") 수많은 감정의 결이 재즈를 통해 아이러니를 잔뜩 품은 행복으로 도취되곤 한다. '블루스'라는 말은 문화적인 밈에 가까운 것이지만 여전히 '한'의 대명사 쯤으로 블루스를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All That Blues"를 들으면 여지없이 그런 선입견이 해소된다.이 곡은 "재즈캣"들이 (* 재즈 뮤지션들을 뜻하는 은어) 모여 시카고 블루스의 텐션을 멋지게 구현한 노래이다. 재즈팬이라면 제목에서 짐작할지도 모르겠지만 한국 최초의 재즈 클럽 '올댓재즈'에 헌정하는 곡이다. 올댓재즈는 작년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안녕을 고했다. 1976년 개업한 이래 많은 이야기를 남긴 곳이었다.


"All That Blues"는 '한국재즈수비대'의 프로젝트 앨범 제작을 앞두고 선공개되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즈클럽들을 위한 노래"라는 이름으로 뮤지션들이 모여 기억에 남을 큰 한 판을 벌인다. 피아니스트 이하림님과 베이시스트 박한솔님이 주축이 되었고 재즈씬에서 한창 바쁘게 활동하는 아티스트 41명이 참여했다. 올해 '반스 뮤지션 원티드' 아시아 지역 우승자 "큐 더 트럼펫", "골든스윙밴드" 출신 김민희와 준 스미스, '너목보 시즌 8'에 출연해 유명세를 타고있는 보컬리스트 양지, 유쾌한 '경성음악'을 선사하는 팀 "더블리스코리아" 리드보컬 노동림 등 씬의 스타들이 눈에 띈다. 미래가 오래 기대되는 핫한 신인들과 기둥이 되는 중견들도 한데 모였다. 마지막 트랙 "야누스, 그곳은 처음의 나무"에 참여한 보컬리스트가 고 박성연님에 이어 야누스를 운영하는 말로님이기에 의미가 각별하다. "우린 모두 재즈클럽에서 시작되었지"는 앨범의 메세지를 아우르는 타이틀 트랙이다. 나머지 7곡은 노래마다 클럽 한 곳에 대한 헌정을 담는다. '올댓재즈'를 비롯해 '팜', 부산 '몽크', '원스인어블루문'은 이제 기억 속 공간들이다. 콘텐츠 기획에 함께 참여한 재즈 문화콘텐츠 플랫폼 "재즈에비뉴"는 프로젝트 여정에서 만난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유튜브 계정을 통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과 재즈 클럽 경영자들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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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과 클럽 오너들의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들리는 메세지는 재즈 클럽이 '만남과 네트워크의 장소'라는 것이다. 뮤지션들은 잼세션뿐만 아니라 정규 긱 현장에서 서로의 안면을 트고 앞으로의 활동을 함께 모색하기도 한다. 클럽 경영자들도 뮤지션들을 알아가고 교류하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한다. 관객과의 호흡, 때로 무대 자체와의 마주침 역시 재즈 클럽의 특별함이다. 재즈인들도 한때는 학생이었고 관객이었다. 그들도 클럽 공연을 들으면서 이 음악에 매료되었노라 전한다. 한편 코로나19 유행은 클럽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안산 '레이백' 인후락 대표는 개업 직후 코로나 국면을 맞닥뜨렸다. 공연이 모두 취소되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재즈 스터디 등 사이드 포맷도 꾸려봤지만 "재즈클럽은 라이브 연주를 들으려고 오는 곳이기에 다른 건 다 의미가 없었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테이크5'를 운영했던 색소폰 주자 유리은 대표도 특히 방역수칙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이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결국 작년 가을에 아쉽게도 문을 닫아야 했다. 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은 우리가 애써 모른 척했던 모순들을 들추었지만 '비일상'의 명분 아래 이 모순을 덮어도 되게 만들었다. 공연생태계에선 라이브 클럽의 모호한 법적 정의가 이슈가 되었다. 많은 소규모 공연장들이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다. 공연법에서 규정하는 안전 설비 기준을 지키면서 티켓 수익만으로 꾸려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간이 음식과 주류 판매를 겸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문제는 공연을 여는 곳임에도 구청 문화예술과가 아닌 '위생과'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난 2월 홍대 앞 클럽 공연이 구청 단속으로 취소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식당 칠순잔치' 발언이 두고두고 씁쓰레한 이유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다음 제목의 칼럼을 썼다. "대중음악인들은 이제 더 많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민중의소리, 2021. 5. 19.) 지난 봄 사이 '공연음악 생존을 위한 연대모임' (공생련)이 펼친 활동을 소개했다. '공생련'은 공연 중단 사태에 대해 마포구청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고 대중음악 정책과 지원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듣는 포럼을 가졌다. 현재 공생련은 마포구 내 '음악인 지원 조례' 제정을 모색하고 있다. 서정민갑 의견가는 칼럼에서 "늘 아쉬운 것은 음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의 존재"라며, 거창하지 않더라도 "느슨하게,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라도 모여 보는 것"을 제안했다. 어느 장르이건 뮤지션들이 항상 뭉쳐다니기는 당연한 일인데 정말 왜 그간 스스로의 권익을 위한 모임은 없었을까. 평소에도 모이는 게 일이라 정작 이러한 주제에 쏟을 여력이 없던 것이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음악인은 음악으로 발언을 한다. 지난 3월부터 홍대 인디씬에서는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우무지') 캠페인이 뜨겁게 펼쳐졌다. 온라인 페스티벌을 열었고 후속 프로젝트로 11개 팀이 참여한 "우무지 스튜디오 라이브 Vol.1" 앨범이 9월에 발매되었다.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125%를 달성했다. 인디 팬들의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한국재즈수비대'는 모이자는 제안에 대한 재즈씬의 응답이라고 거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관객과 음악팬의 응답이 함께 필요하다고 나서서 말해본다. 뮤지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에 재즈 마니아가 드물다'는 말을 들었다. 꼭 그렇진 않다며 생각보다 많다고는 했지만 더 보탤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화제를 급히 딴 데로 돌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재즈가 좋아진 관객이 꾸준히 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낙관하고 싶다. 아티스트들은 관객의 수보다 자신의 음악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에 목말라 있을 것이다. 함부로 떠들 얘기는 아니겠지만 음악의 다양성을 넓게, 깊게 다지기 위해선 음악 교육이 '관객 양성'에도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학교 수업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팬덤 문화'도 좋은 학교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의 룰을 배우려면 직접 게임을 해봐야 한다. '버스 태워주는' 고수를 만나 함께 돌아다녀도 보고, 연이은 쓴맛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레벨을 바라보지 않나. 재즈팬을 키우는 학교는? 참 많다! 비단 현장 공연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조금 긁어보면 좋은 콘텐츠가 참 많다. 모두 듣는 이를 향해 있다. 공연 문화는 곧 객석 문화라고 믿는다. 와인과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걸음은 무대를 마주하는 호흡과 동일한 것이다. 음악이 걸어오는 이야기에 잠시 폰은 내려놓자. 정말로 시간이 느긋해질 것이다. 혹여 아직도 연주와 감상에 큰 불편을 끼치는 일부 손님이 있다면 단호한 대처도 있어야 한다. 뮤지션도, 관객도, 클럽 운영진도 공연 문화에 대한 마땅한 '자긍심'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테이크5' 유리은 대표는 후배 뮤지션들을 향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 존재감을 포기하지 마세요." 제대로 재즈를 듣기 위해서 재즈 클럽이 필요하다며 '레이백' 인후락 대표가 말한다. 그는 "재즈는 이제 하나의 문화"라고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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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갈무리하려니 참 많은 것에 관해 썼다. 산만할 수 있는 얘깃거리들을 하나로 엮게 된 것은 이 프로젝트 덕분이다. '한국재즈수비대'의 텀블벅 펀딩은 11월 19일까지 후원을 받는다. 앞에서 재즈 클럽이 만남의 장소라고 했다. 커뮤니티가 되는 곳은 우선 재미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이 펀딩 또한 커뮤니티 노릇을 하는 것이다. 재밌는 계기 하나가 연속된 울림을 낳는다. 음악에서의 '배음'과 harmonics 마찬가지로. 소리는 저마다 상대를 향해 응답하며 울린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즈클럽들을 위한 노래"가 재즈씬 전반의 환기와 회복을 향하기를 빈다. 이 글은 관객 편에서 띄우는 작은 응답이길 바란다.



[김경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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