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께가 아니어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 [미술/전시]

《조각가의 정원, 다섯 계절》 전시 리뷰
글 입력 2021.10.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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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필자는 시험기간이라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 이 글도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렇게 바빠도 꼭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오늘은 전시를 추천하려고 한다. 오늘 추천할 전시는 성북구립 최만린 미술관의 <조각가의 정원, 다섯 계절>이라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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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최만린 작가의 1주기를 기념한 개인전으로 작가가 실제로 30년여가량을 거주했던 고택을 미술관으로 재건축한 성북구립 최만린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2021년 09월 09일부터 2021년 12월 11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이 전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전시를 관람하고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회화작가 말고 조각가의 전시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최만린 조각가의 특징인지, 아니면 다른 조각가의 전시도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일생을 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전시는 총 5가지 구역, 첫 번째 계절부터 다섯 번째 계절까지 이어진다. 첫 번째 계절은 작가가 6.25로 폐허 된 상태에서 시작한 예술이 드러난다. 이 계절에서는 이브 연작이 전시되는데, 조각의 표면에서 느껴지는 거친 느낌과 작가의 생각이 인상 깊다.

 

["나뿐이 아니라 나와 같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찢어지고 부서지고 다치고, 죽음 앞에 허덕이고,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상태를, 하나하나 주워 모아서, 엇비슷한 원상 속에 다시 회생시키려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래서 나의 흩어진 마음을 한 조각, 한 조각 흙으로 붙여나간 것이 <이브> 연작이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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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계절은 작가가 고안한 조형적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 계절에서 작가는 서양의 것은 배워도 우리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우리만의 조각 정체성을 고안해보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전시장에서 이러한 작가의 고뇌가 느껴져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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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계절은 작가의 생명력에 관한 관심이 드러난다. 세 번째 계절에는 최만린 조각가의 <태>라는 대표 작품이 전시되는데, 흰 공간 안에 들어있는 <태> 작품에서 나오는 생명력이 공간을 채우는 느낌이 들어서 매우 기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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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계절은 작가가 정해진 무언가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력이 보이는 0 연작이다.

 

작가는 네 번째 계절에서 제목도 형태도 정해져 있지 않은 자유로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비움을 의미하는 0 연작을 만들었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최만린 조각가는 비움으로써 무언가 다양한 것이 더 채워지는 경험을 하며 비운다는 것은 결국 채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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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계절은 최만린 조각가가 죽고 나서, 그를 추억하는 많은 유족이나 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전시하고 있다. 최만린 조각가와 연을 맺은 최불암 배우가 직접 해설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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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시장 내부 관람이 끝나면, 전시 명에 있던 조각가의 정원을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조각가의 정원은 최만린 조각가의 정원을 오마주한 정원으로, 정원 구성이 매우 재밌다. 정원 역시 몇 가지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가장 먼저 최만린 조각가가 살아 있을 당시 실제로 집에서 기르던 감나무 앞에 조각가의 작품을 전시한 구역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 구역을 보고 정원 구성이 참 재밌다고 느꼈다. 두 번째 구역은 최만린 조각가가 실제로 등산하고 산책했던 산과 길의 풀과 자연을 작게 재현한 구역으로, 옆에는 최만린 조각가가 물고기를 키웠던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안에는 최만린 조각가의 <맥>이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 외에도 최만린 조각가의 산책로를 재현한 것 같은 길게 난 길 양옆으로 최만린 조각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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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조각을 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그냥 조각 작품을 회화랑 다르게 별로 흥미 없는 분야라고 단정했는데, 이번에 성북구립 최만린 미술관의 <<조각가의 정원, 다섯 계절>>을 관람하고 다른 조각가의 전시도 보고 싶어졌다.


최근에 바빠서 전시를 자주 보지 못하긴 했지만, 최근에 본 전시 중 가장 재밌고 좋았던 전시였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최만린 조각가와 함께 머무는 느낌이 들었고, 마치 최만린 조각가의 작업과정을 관람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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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면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낀 전시였다. 최만린 조각가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최만린 조각가가 그리웠고, 최만린 조각가가 바라봤을 연못, 감나무, 풀을 보고 최만린 조각가가 이용했을 목조 계단을 밟으니까 정말 최만린 조각가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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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시를 보러 가서 예술가의 작품이 아닌 외롭고 고독한, 마치 수행자같이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걷는 예술가를 마주하고 온 느낌은 처음 받아서 매우 인상 깊었다.


그래서 바쁜 일정에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필자처럼 이 전시에 대한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거로 생각한다. 이 글을 보게 됐다면, 꼭 한번 가보길 바란다. 필자는 이 전시를 관람하면서 ‘엄마도 여기 와서 전시보고 그러면 좋겠다. 좀 쉬실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보면서 최만린 조각가와 함께 평상 같은 곳에 나란히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연상됐다. 그리고 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람들이 그 사람이 무엇을 먹는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됐다.


전시를 보고 사랑을 연상한 게 어딘가 웃기긴 하지만, 정말 최만린 조각가의 집에서 같은 풍경을 보자 옆에 최만린 조각가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매우 따뜻했고 편안했기 때문에 꼭, 전시가 끝나기 전에 방문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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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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