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의 표절 논란에 대해 [영화]

<오징어 게임>으로 살펴본 표절
글 입력 2021.10.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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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표절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2014년 작,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물론 두 작품 속 공통되게 등장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논란을 부추겼다.

 

두 작품 사이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을 단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에 관해 두 가지 문제를 말하고 싶다. 먼저 비교 대상이 될 법한 여타 장르의 작품은 물론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의 수 자체가 너무나 많기에 특정한 무엇을 베꼈다고 말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실제 유사성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표절을 입증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 그러하다.

 

현재의 대중은 이미지의 홍수 속 너무나 많은 영상를 마주한다. 영화 역시 대표적인 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작년 발표한 '2019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를 살필 시 한국인의 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는 4.37회였다. 세계 최고 기록이다. 실제 한국은 2013년부터 해당 지표에서 세계 1위를 지켜왔다. 이후 코로나 여파로 해당 수치는 작년 기준 1.15회로 급감하였지만, OTT 시장이 급격히 몸집을 불리며 <승리호, 2021>를 비롯한 다량의 작품들을 쏟아내었기에 실제 한국인들의 영화 관람 경험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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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많은 영화를 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많은 영화가 개봉하는 국내 시장에 배경을 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개봉한다는 이 많은 영화들은 도대체 몇 편일까? 200편? 300편? 몇 편을 예상할지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매해 1,000편을 훌쩍 넘긴다. 작년 기준 전체 개봉작은 총 1,693편이었다.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9년의 전체 개봉작 수는 1,740편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영화가 범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 아닌 이유이다.

 

이런 상황에 문제를 느꼈는지 영진위는 2017년부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다. 바로 '실질개봉작'이다. 간단히 말해 '허수'를 배제하겠다는 의미였다. 상영 횟수가 40회 미만인 작품이나, VOD 혹은 에로 영화처럼 개봉작 집계 속 허수를 차지하는 작품들을 '형식개봉작'으로 분류해 제외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질개봉작의 수는 상당했다. 코로나로 영화 산업이 급격히 위축되었다는 지적 속에서도 작년 실질개봉작은 총 578편에 달했다. 재작년의 경우 실질개봉작은 647편에 달했다. 해당 영역의 작품들만 관람하려 해도 일 2회는 극장에 가야 했던 셈이다. 극장에 걸리는 작품들이 제한적임을 고려할 때 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이전 방송에 출연해 매년 적게는 200편, 많게는 600편의 영화를 관람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업으로 삼는 이들도 버거워 할 양이 쏟아져 나오는 환경 속에서, 특정한 두 작품만을 골라 유사성을 지적하는 일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표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찾는 일에 앞서, 애초 비교를 위해 유사한 두 작품을 골라내는 일이 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다.

 

현재 <오징어 게임>과 <신이 말하는 대로>가 비교 대상으로 올랐지만, 둘보다 먼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도구로 사용한 스릴러 작품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게임에 지면 죽음에 이른다는 플롯을 따라간 작품은 수없이 많았다. 당장 일본의 경우 카나자와 노부나키의 소설 <왕 게임>이 2011년 발매되어 인기를 끌었고 만화와 영화 각색으로도 이어졌다. 의문의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는 큰 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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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여러 작품들 사이 정말 유사한 것들을 찾아 표절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그 입증은 쉽지 않다. 국내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절 방지 가이드라인'에서 표절 시비의 절차와 입증 과정을 다룬다. 이를 살필 시 두 작품 사이의 캐릭터는 물론 대사와 배경을 종합해 플롯 구성이 유사해야만 표절로 판명된다.

 

실제 소송 시비가 생길 시 법원은 '실질적 유사성'을 기준으로 두게 되는데 이는 앞서 말한 요소들을 기준으로 판명되기에, 뚜렷하고 계량적인 기준이라고 보긴 힘들다. 더해 <오징어 게임>과 <신이 말하는 대로>는 동일 국가의 사건이 아니기에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작품인 <기생충>이 인도에서 표절 논란을 겪었으나 이를 주장한 인도인 감독은 실상 무엇인가 증명하지 못했다.

 

더해 만일 누군가 정말 작정하고 치밀한 표절을 시도한다면, 혹은 본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품들의 요소를 무의식적으로 녹여버린다면, 표절을 발견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1994년 발표된 정지영 감독의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생각해보자. 작품은 영화를 보며 교감했던 두 친구의 성장과 몰락을 다루는데, 작품의 두 주인공은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들이 함께 만든 영화는 사실 해외 고전 명작들을 교모하게 짜맞춘 시나리오로 제작된 것인데, 극 중 누구도 어떠한 유사성이나 기시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작품은 영화 속에서 영화제를 휩쓴다. 작중 해당 영화를 감독하게 된 명길(독고영제)만이 뒤늦게나마 이상함을 알아차릴 뿐이다. 심지어 시나리오를 쓴 병석(최민수)조차 뒤늦게 시나리오의 본질을 깨닫는다.

 

단적으로 말해, 작품 속 부분적인 유사성을 판별하기가 쉽지 않음을 뜻할 것이다. 장 뤽 고다르의 경우 지적재산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다소 극단적인 말은 하기도 했다. 영화를 '구성된 것'이라고 표현한 장 뤽 고다르의 사고 역시 이런 흐름을 지적한다고 생각된다. 1998년 완성된 그의 8부작 영화 <영화의 역사(들)>의 경우 애초 수많은 작품의 클립들로 제작되었다. 물론 논란도 있었지만 결국 영화는 현재 명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다르의 목적이 표절 아닌 지난 역사의 고발과 재구성에 있음을 인정한 결과다. 과연 영상의 표절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자극적 논란에 앞서 다뤄져야 할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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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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