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999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

가상과 현실, 그 어디
글 입력 2021.09.25 00: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인터넷을 하다 보면 xx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제목의 글을 한 번씩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연도에 태어난 아이돌 혹은 배우의 사진을 올려놓고 그들의 미모를 극찬하는 내용이 담긴 글인데, 영화로는 1999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크기변환]movie_image.jpg

 

 

[서기 2199년,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세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현실 ‘매트릭스’, 그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재배되는 인간들. 그 ‘매트릭스’를 빠져나오면서 AI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이 된 모피어스는 자신과 함께 인류를 구할 마지막 영웅 ‘그’를 찾아 헤맨다. 마침내 모피어스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청년 네오를 ‘그’로 지목하는데… 꿈에서 깨어난 자들, 이제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 <매트릭스> 줄거리, 네이버 영화]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을 건네는 장면, 모피어스와 네오의 가상 대련 장면, 긴 코트에 선글라스를 낀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 등 영화 한 편이 다 명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트릭스>는 개봉 당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자 될 만큼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키아누 리브스를 비롯한 로렌스 피시번, 캐리 앤 모스 등 화려한 출연진, 탄탄한 세계관,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CG, 오락성. 모든 것이 완벽했던 <매트릭스>는 1999년에 처음 개봉하여 올해 12월에 4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프랜차이즈 영화가 됐다.

 

 

[크기변환]MV5BODYxZTZlZTgtNTM5MC00N2RhLTg3MjUtNGVkMDJjMGY3YzA5L2ltYWdlL2ltYWdlXkEyXkFqcGdeQXVyMTQxNzMzNDI@._V1_.jpg

 

 

* 도서계 스포일러로 모파상의 <목걸이>가 있다면, 영화계에는 <13층>과 <타임 패러독스>가 있다. 해외판 포스터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 우리나라 포스터에만 강력한 스포일러가 담겨있어 해외판 포스터를 첨부했다.

 

[잠에서 깨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해넌 풀러는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동료 더글라스 홀에게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급히 메모를 남기고 술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해넌은 그날 밤 살해당하고, 그의 동료 더글라스가 의심을 받게 된다. 더글라스는 자신의 침실에서 죽은 해넌의 피 묻은 셔츠를 발견하지만,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그는 하논과 함께 1937년대 L.A.를 재현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 중이었다. 그는 하논이 남겨둔 편지를 찾기 위해 그 게임에 들어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 <13층> 줄거리, 다음 영화]

 

줄거리만 언뜻 보면 가상 현실이라는 모티프는 <매트릭스>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흥행했고, <13층>은 아니었다.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13층>은 수작인데 왜 언급이 잘 안되는 걸까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글라스가 해넌의 죽음과 해넌이 알리려고 했던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딸인 제인과 로맨스 기류가 흐르는 것을 기점으로 영화가 길을 잃고 헤매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AI, 가상 현실 소재는 어떻게 끌고 가야 될 것 같고, 더글라스는 제인과 연결시켜주고 싶고, 세계관 설명도 해야 하니 막판에는 더글라스가 동료인 휘트니에게 말하는 듯하지만 관객들에게 부족한 세계관 설명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해넌이 죽고 처음으로 만난 더글라스와 제인이 사랑에 빠진 과정은 후반부에 제인의 말 한마디로 축약될 뿐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로맨스를 넣어야 했을까 싶지만, 다 완벽했던 <매트릭스> 마저도 전혀 설득력 없는 트리니티와 네오의 러브라인이 있는 걸 보면 남녀가 등장하는 모든 영상물은 흐름을 깨는 한이 있어도 로맨스는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중반부터 내용은 용두사미가 됐고 장르는 로맨스인지 스릴러인지 애매해졌지만 영화가 끝날 때 연출만큼은 압권이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더 깊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AI, 가상 현실 소재의 영화 <매트릭스>, <13층>이 1999년에 연달아 개봉했을 뿐만 아니라 1999년을 기점으로 비슷한 영화들이 제작됐다는 점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2000년이 들어서면서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멸망설에 대한 현실 회피에서부터 비롯된 걸까? 1999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금은 단골 소재가 돼서인지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그려져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직접 그 센세이션을 경험하고 짜릿했을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AI, 가상 현실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의 창의적인 SF 영화와 드라마들이 계속 제작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걸 실시간으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기로 했다.

 

덧붙여 우리나라에서 SF 장르가 인기를 얻을 날이 오길 바라 본다.


 

[신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