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듬뿍, 인디애니페스트2021

인디 애니메이션의 축제
글 입력 2021.09.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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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인디애니페스트2021_최종.jpg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투니버스 같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채널을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곤 했다. 조금 더 커서는 다른 친구들이 영화관에서 로맨스나 스릴러를 볼 때 주저 없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세상에 같은 작화는 하나도 없었다. 제작사마다 감독마다 각자의 개성 있는 그림체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점이 좋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상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자유롭게 펼쳐놓는 애니메이션은 매력적이었다. 애니는 어느샌가 내 맘에 스며들었다.


나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요즘은 디즈니, 지브리 등 이름있는 제작사의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을 가장 많이 보는 편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기에 많이 봐왔다.

 

대중적인 애니 말고 인디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전공자나 관련 마니아층이 아니라면, 시간을 들여 찾아보지 않는 이상 볼 기회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cd로 사 오셨던 '별별이야기'같은 국산 애니나 가끔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보게 되는 졸업작품 애니메이션 등이 관람했던 인디 애니의 전부였다.

인디애니는 생소했지만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상연하는 작품들의 제목과 소재가 눈길이 갔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면 무조건 보고 싶었고, 한 번도 정식으로 본 적 없는 인디 애니의 궁금증이 생겼다.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고 인디애니페스트 2021에 참석했다.


 

 

인디 애니메이션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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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니페스트의 슬로건은 "人비트人"이다. '키프레임 사이에 들어가는 프레임'이라는 뜻의 애니메이션 용어이기도 하며 우리들의 사이를 이어주는 인디애니페스트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코로나와 비대면 사회로 인해 우리는 격리되고 분리되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서로의 생각이 오가며 사이를 잇고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이 나오면 어떡하지란 걱정이 무색하게도 인디애니페스트엔 재미가 한 아름이었다.

 

인디애니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깨졌다. '인디'라는 용어에서 개성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디애니페스트 상영작에는 (거의 대부분) 누구나 이해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인 동심을 자극하는 그림과, 귀여운 상황들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디 애니메이션엔 대중적인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신선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의 향연이었다. 다양한 장르가 결합되고 새로운 형식이 사용되고 서로 다른 두 개념이 융합됐다. 이 영화제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평소에 눈길을 주지 않았던 상황이나, 사회의 문제들을 볼 수 있었고, 내가 겪지 못한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주 평범한 개념일지라도 이 영화제의 작가들은 색다른 표현으로 신선하게 그려냈다.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냐면


  

나는 독립보행4와 아시아로4를 관람했다. 상영작마다 여러 편의 단편 애니가 담겨있다. 2분부터 15분까지 다양한 단편 애니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갖아 큰 장점이었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난해하다면 조금만 기다려서 다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작가들이 그려내는 저마다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약 1시간 넘게 이어지는 러닝타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기에 새로움이 넘쳐나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상영작을 다 보고 나면 가장 맘에 든 작품을 투표하게 되었는데, 나는 You Can Fly!(유 캔 플라이!)를 뽑았다.

 

 

 

You Can Fly!

박성배


 

 

 

혼자 살던 독수리가 우연히 아기펭귄과 함께 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독수리는 아기펭귄을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주변의 친구 새들이 날기 시작하자 아기펭귄은 날고 싶어 하지만 날지 못한다. 독립을 하는 와중에 혼자 날아가지 못한 아기 펭귄은 주눅이 들어있다. '날지 못하는 새'라는 소재를 많이 접해서 자칫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임팩트있는 결말을 맺는다.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독수리가 펭귄을 잡고 힘겹게 날아오르고 산을 넘는다. 그리고 펭귄을 데려왔던 바다로 풍덩 파뜨린다. 그 순간 펭귄은 바다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헤엄친다. 바다엔 하늘이 비쳐 마치 둘은 함께 날고 있는 듯했다. 아빠와 함께 날고 싶던 펭귄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그 꿈을 이루게 된다.

 

바다의 수평선과 하늘의 수평선이 희미해지고 둘은 함께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각자의 영역인 바다와 하늘에서. 둘이 함께 나는 장면은 아름다워 벅차올랐다.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 않던 이야기가 새로운 방법으로 끝맺어지자 머리를 띵맞은 기분이었다. 바다와 하늘이 연결되는 연출과, 난다(fly)는 개념을 바다로 확장시킨 것이 재밌고 신선했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펭귄과 독수리의 작화가 너무 귀엽고 개성 있었다. 시크한 듯 귀여운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었다. 기분 좋은 웃음을 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 가진 순기능이라 생각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지혜로운 방구석 생활

이윤지, 박재범


 

 

 

이 작품은 서울에 상경해 혼자 사는 취준생이자 자취생의 일상 애니다. 인형 아트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높은 리얼리티와 생생한 표정에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공감하면서 재밌게 봤던 애니다. 비대면 사회에서 화상회의로 면접을 보고 쇼핑을 나가는 대신 쿠팡으로 물건을 사고, 배달의 민족으로 밥을 시켜 먹는다. 현시대의 자취생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먼 미래에 2020 ~ 2021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나 궁금해할 때 이 애니를 소개해 주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채용이 중단됐다는 문자에 우울해진 지혜는 방도 치우지 않고 잠자리에 든다. 그러던 중,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각 에피소드마다 소제목이 있었는데 이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은 '잘 지내고 싶어요'다. 잘 해내고 싶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황이 의지를 꺾어버리고 만다.

 

같은 팬데믹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청년으로서 마냥 유쾌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지만 위로가 되는 애니였다. 마지막에 지혜에게 걸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희망을 남긴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듬뿍, 인디애니페스트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알게 됐다.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현시대를 고발하기도 하고, 팍팍한 현실을 애니에선 유쾌하게 전달한다.

 

어렸을 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상상의 타래가 다시금 펼쳐지는 것 같았다.


어떨 땐 문자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은 어떤 언어를 쓰던지, 배경지식이 얼마나 되는지를 뛰어넘어 세계의 어떤 이와도 즐길 수 있는 소통의 매개체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이유다.


모든 작품을 보고 싶을 만큼 <인디애니페스트 2021>은 대만족이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틀을 깨는 관점, 기발한 영감을 많이 얻어 갔다. 성장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영화제로 인해 '인디애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생기고, '인디애니'라는 장르가 활성화되어 대중들도 쉽게 인디애니를 접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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