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원동력은 분노, 작가 이불 [미술/전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불
글 입력 2021.08.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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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유례없는 퍼포먼스와 작품으로 전 세계 미술계를 뒤흔든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작가 '이불'이다.

 

작가 이불은 80년대 후반부터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 상품화를 공론화했고, 그녀의 작품은 기존 관념에 대한 저항 정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나의 원동력은 분노"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며 그녀의 작품관을 알리기도 했다.

 

이불 작가는 뉴욕 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일본 모리미술관, 영국 해이워드 갤러리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세계적인 작가이다. 또한 1999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독일의 한 유명한 큐레이터 얀 후트는 20세기 현대 미술계 거장 50인 중 한 명으로 작가 이불을 선정하기도 했다. 작가 이불은 설치미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미술작가 반열에 오른 작가이다.

 

1964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이불은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을 한 부모의 곁에서 한국사회의 정치적 변혁과 급속한 산업화를 바라보며 자랐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한국 사회는 대중문화가 범람하고, 세계화의 물결이 일던 낙관의 시대였지만,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적 시선은 공고했고 남성중심적 세계관이 당연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성 표현은 검열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우리나라 사회의 분위기에 의해 이불은 '몸'의 정치적인 의미를 깨닫고 여성의 신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성의 몸과 젠더의 문제에서 남성 중심의 거대 서사를 해체하는 작업을 했다. 1987년에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조각의 전형적인 범위를 깬 '소프트 조각'을 시작으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오브제 작업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강화되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 상품화 등을 형상화하는데 주력했다.

 

이후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전시에 초대되어 '화엄'이라는 작품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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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 Majestic Splendor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이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화려한 비즈 장식을 날 생선에 꽂아 넣은 뒤 이 생선이 전시장에서 썩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여성 신체에 가해진 폭력과 고문 행위를 비즈 등으로 장식한 물고기에 빗대어 표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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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의 대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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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여러 개의 잘린 손이 핏빛 몸에 뒤엉켜 붙은 형태로 이루어진 이 기괴해 보이는 작품은 손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하지만, 동물과 식물ㆍ자연과 인공ㆍ남자와 여자의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타자화된 전복적 여성의 은유로 표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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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이 작품은 나체로 극장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낙태의 고통을 표현했다. 나체로 목에 채워진 쇠사슬을 곡괭이로 끊어내는 자학적 퍼포먼스를 보이며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부계적 억압과 폭력을 고발한 페미니즘 작업이었다.  이는 또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행한 퍼포먼스이며, 육체적ㆍ심적 상처를 가감없이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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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성형수술의 주 재료인 의학용 실리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고대 여신상을 연상시킨다. 자세히 이 작품을 보면, 팔다리가 잘려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여신상, 일본 만화, SF영화 등 다양한 원천의 재현적 도상을 참조하며 매혹적이고 섬뜩한 고유의 사이보그를 만들었으며, 이는 여성의 현실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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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


 

'오리엔탈리즘 여성관'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업이다. 동양 여성은 결코 순종적이지 않은 강인한 존재임을 강조한 작품이다. 최근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다시 제작해 전시하기도 했다.

 

전시장 로비의 거대한 풍선이 바로 이 작품인데, 관객들이 직접 펌프를 밟아 바람을 넣을 수 있다. 여성 이미지가 인쇄된 괴물 형상의 풍선 조각이 부풀어 오르는 만큼 관객들이 가지는 작품에 대한 의문 또한 커질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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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불은 '몬스터', '낙태', '사이보그', '히드라', '화엄' 외에도 같은 주제의식을 가진 다양한 작품활동을 했다. 이불은 여성의 몸을 정치적 의미를 통해 해석하고 남성 중심적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정말 위대한 현대미술가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 이러한 주제로 작품활동을 시도하고, 계속하기 힘들었을 것인데 그녀는 작품을 통해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지적했다는 사실이 존경받아 마땅하다. 또한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 한 설치미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이용한 행위예술까지 폭넓은 활동을 했던 것이 놀랍다.

 

그런 이불의 작품들은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의 신체와 의식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나타냈다.

 

 

[김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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