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밀리는 집에 없다 [도서]

글 입력 2021.08.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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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운 주인공의 행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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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집에 없다」에서는 작품 초반부터 주인공 앨버트의 의심스러운 행색을 보여준다. 집에 그의 부인인 에밀리가 전화를 했으나 오히려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말하고, 에밀리의 사촌인 밀리센트가 시내에서 에밀리를 보았다고 하니 완강하게 부정한다. 이에 의문스러운 밀리센트가 앨버트에게 그가 첫 아내와의 사별의 이유를 묻는다.

 

앨버트는 에밀리와의 결혼이 재혼이었으며 그는 첫 번째 부인과 사별했다. 밀리센트는 앨버트에게 전 부인은 어떻게 죽었는지 묻자, 그는 아내가 물에 익사하였다고 말한다. 이에 밀리센트는 앨버트가 아내의 죽음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전 아내에게 받은 유산이 얼마인지 궁금해한다.

 

이에 독자는 무심코 밀리센트의 의심에 따라 앨버트가 아내의 유산을 노리고 일부러 죽인 것 같은 의심을 품게 된다. 심지어 이어지는 앨버트의 말에 보면, 유산으로 요트, 생명 보험 및 채권을 꽤나 받은 것처럼 보인다. 또한 전 부인이 죽었음에도 아내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밀리센트가 전 아내가 그립지 않은지 물으며 강령술에 앨버트를 초대하지만, 그는 전 부인에게 할 말이 없다고 말하며 미련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전 부인을 만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지 혹은 죄를 지었는지 의심스럽다. 심지어 현재 부인 역시 규모가 큰 집에 살고 있으며, 앨버트는 아내와 상의 없이 큰 집을 처분하려 한다. 마치 아내가 없는 틈에 아내의 재산을 자신의 소유로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후에도 아내를 시내에서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길에서 에밀리와 비슷한 사람을 보고는 그를 쫓는 듯 다급하게 뛴다. 의심스러운 행동에 사람이 추구하자 그저 운동을 했을 뿐이라고 핑계를 댔지만 평소 뛴 적이 없는 앨버트를 아는 사람들 모두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행방 역시 결말 직전까지 밝혀지지 않았었다. 앨버트는 에밀리가 샌프란시스코에 가있다고 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에밀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으며 멀리 떠난 것과는 다르게 집에서 에밀리의 짐 중에 줄어든 물건이 전혀 없었다. 분명 장기간 떠날 경우 옷과 같은 짐을 챙겨 갔어야했다.

 

결국 그는 새벽에 골짜기에 다가가 땅을 파기 시작한다. 마치 그가 아내를 죽였고 그 시체를 다시 확인하려는 것처럼. 앨버트를 의심해 사립탐정을 고용해 그를 24시간 감시하던 밀리센트의 끝없는 추적과 의심 끝에 땅을 파고 있던 순간 밀리센트와 그의 사람들에게 들키고 만다.

 

 

 

공포적인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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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집에 없다」에서는 공포적인 사건이 눈에 띈다. 마치 <파라노말 엑티비티>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컨대 앨버트의 집에서 밤에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앨버트는 피아노를 치지 않지만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앨버트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이에 의문을 품고 묻자 앨버트는 자신이 연주했다고 거짓말한다. 마치 곤란한 상황을 피한 핑계처럼 말할 뿐이다. 심지어 그에게 “나에 대해서 자네가 모르는 것은 많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고 마치 범죄 드라마에 나오는 범죄자의 의미심장한 대사처럼 말한다.

 

그 후에도 알 수 없는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 앨버트는 에밀리가 편지나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으나 에밀리에게 전화가 오고, 심지어는 에밀리의 필체로 편지까지 온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곧 집으로 돌아갈게요, 앨버트. 곧.”이라는 문장은 마치 앨버트에게 원한이 있거나 혹은 당신의 죽음 끝까지도 쫓겠다는 다잉 메시지같다.

 

공포적인 분위기는 에밀리와의 통화가 끝나고 더욱더 극대화된다. 에밀리는 자신이 있었던 곳이 불편했다고 말하고 앨버트는 이에 반박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는 새벽에 삽을 들고 골짜기 쪽으로 향한다. 마치 누군가를 묻거나, 혹은 이미 묻었을 때의 분위기로 골짜기에 간 그는 마치 어느 특정한 위치를 찾는 듯 발걸음 수를 세어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 땅 아래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당연히 에밀리의 시체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땅 속에는 인디언 화살촉뿐이었다.

 

 

 

반전 혹은 허무: 촘촘히 쌓이는 트릭의 끝


 

제목과 마찬가지로 에밀리의 부재로 시작하는 잭 리치의 「에밀리는 집에 없다」에서는 촘촘히 쌓이는 단서가 완결까지 이어진다. 초반부에서는 전화가 울리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생긴다. 자신이 앨버트의 부인인 에밀리라고 소개하였으나 앨버트는 이를 부정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에 밀리센트는 앨버트의 반응을 의심스러워하며 자신이 시내에서 에밀리를 목격했다고 말한다. 이에 앨버트가 에밀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다며 그의 존재를 완강히 부정하면서 마치 앨버트의 반응이 가해자의 전형적인 반응처럼 보이게 했다. 무수한 밀리센트의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트릭에도 그는 완고한 태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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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밀리는 죽지 않았다. 그는 그저 체중조절센터에 갔을 뿐이었다. 애초에 작품 초반, 에밀리를 언급할 때부터 힌트는 있었다. 평균보다 키가 작지만 몸무게는 더 나간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밀리센트는 타인을 통제하려하거나 지배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에밀리는 체중조절센터에 갔다가 중간에 포기했을 때 밀리센트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고 속였다. 에밀리가 가져간 짐이 거의 없는 이유 역시 체중조절센터에서 살을 빼면서 원래 입던 옷들의 치수가 맞지 않아서였다.

 

왜 앨버트는 정체모를 에밀리의 연락에 시달려야 했을까. 모든 건 에밀리의 행방을 추적하던 밀리센트의 조작이었다. 밀리센트의 지시에 따라 통화는 에밀리 목소리를 흉내낸 다른 사람이었고 편지 역시 에밀리의 필체를 따라 쓴 것뿐이었다.

 

앨버트는 밀리센트의 의도를 이미 알고 그의 계략에 어울렸다. 단순히 “모험을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기꺼이 밀리센트의 의도를 일부러 따라했다. 남자가 땅을 파면서 ‘인디언 화살촉’을 찾는다는 말 역시 진실이었다. 땅 속에는 화살촉만 있었으며 탐정들 역시 “한 번도 파본 적이 없는 땅”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결말에 이른 독자들은 큰 허무감을 느낀다. 마치 모파상의 <목걸이>에서 주인공이 기를 쓰고 명품 목걸이를 새로 사기 위해 돈을 모아 겨우 갚았더니 사실 그 목걸이가 모조품이었다는 결말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단서와 서사들이 무너진다. 두 작품의 차이점은 <목걸이>에서는 주인공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 허무했던 것이고 「에밀리는 집에 없다」에서는 주인공을 범인으로 노리는 밀리센트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팽팽히 쌓아온 긴장감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독자는 허무 속에 안도를 느낀다. 결국 누구도 죽은 사건이 아닌,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탄탄히 쌓아올린 서사 끝에 밀리센트의 입장에서 몰입하던 독자들은 밀리센트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의미 없는’ 일을 이어온 사실이 수십 명 앞에서 밝혀진 기분이 든다. 추리소설은 독자가 작품 속 탐정과 같은 추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사건의 진상과 범인을 추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에밀리는 집에 없다」는 이 과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른 추리소설에서처럼 어마무시한 반전이 숨어있거나 잔혹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긴장감을 유지시켜 결국 예상 밖 결말에 이른다는 점에서 「에밀리는 집에 없다」는 매력적이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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