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장님, 아무튼 출근을 결재 부탁드립니다. [드라마/예능]

어른이들의 키자니아, '아무튼 출근!'
글 입력 2021.08.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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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출근.jpg

 

 

취업 준비를 준비하고 있는 나는 최근 관심 있게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MBC에서 방영하는 '아무튼 출근!'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어린이들의 직업 체험 놀이터, '키자니아'의 어른이들판 같다. '라떼는 말이야'를 읊어보자면, 98년생인 나는 어린 시절에 키자니아처럼 여러 직업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설이 전무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각종 진로검사를 통해 내 성향이 어떠한 직업에 어울리는지를 파악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방구석에 누워 다양한 직군에서 열심히 발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우리는 살면서 좁은 시야로 삶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애를 쓴다. '아무튼 출근'은 이러한 우리에게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탐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 밥 벌어 먹고살기 힘들다! 오늘도 일감 노다지로 향하는 직딩들의 라이프를 소개한다.

 

 

 

어른이들의 키자니아, '아무튼 출근!'


 

'아무튼 출근!'은 2020년 8월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2회 방영했다가 2021년 3월 초에 정규 방송으로 편성되었다. 실제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코로나로 더욱 가중된 취업난 때문에 취직하는 나이가 늦어지고 워크 앤 발란스(Work and Balance)를 추구하는 청년층에게 간접적으로 여러 직업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출근!'은 브이로그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는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브이로그를 즐겨 보는데, 취업 준비가 다가온 만큼 직장인 브이로그는 따로 챙겨볼 정도이다. 하지만 '아무튼 출근!'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방송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이다.

 

유튜버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순간순간만 편집하기 때문에 영상의 내용이 '직장인'보다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일상'에 가까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튼 출근!'은 출연진 선정부터 방송 진행 구성, 편집, 최종 방영까지 모든 단계가 전문가들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더 짜임새 있다. 성별, 연령 등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직업인'의 일상에 집중하려는 제작진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그리고 김구라, 박선영, 광희 3명의 MC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간다. 특히 박선영 아나운서가 '아무튼 출근!'의 일등 공신이지 않을까 싶다. 전(前) 직장인의 연륜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박선영은 전직 SBS 아나운서였다. 방송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녀답게, 프로그램 상황을 깔끔하고 부드럽게 정리해주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부분을 일반인 출연진에게 질문한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 같다.

 

 

 

동학 개미들 모두 주목! 밥벌이 5년 차 김소원 애널리스트


 

최근 '아무튼 출근!'에서 김소원 애널리스트가 출연한 편을 가장 흥미롭게 시청했다. 애널리스트는 나에게 참 생소하고 어려운 직업이다. 중학생 때 이미 수포자였던 나는 아무리 공부해도 수학과 가까워질 수 없었다. 그래서 평생을 살면서 숫자를 다룰 일은 없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나와 정반대 방향에 있는 직업이라니, 숫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애널리스트가 신기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김소원 애널리스트의 하루는 꼭두새벽부터 시작된다. 김소원은 아침 6시 30분에 회사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편한 구두에서 편안한 실내화로 갈아신을 새도 없이 업무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7시 20분까지 기업 분석 보고서 작성을 완료해야 한다. 애널리스트에게 기업 보고서란 숙명과도 같다. 일주일에 많게는 3개까지 쓸 때도 있다고 한다. 모닝 미팅에서는 자기 생각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시간은 압박 면접장을 방불케 한다. 센터장의 촌철살인 피드백과 그에 대한 답변이 탁구 랠리처럼 쉼 없이 오간다.

 

모닝 미팅이 끝난 후 김소원 애널리스트는 발표를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가슴 한쪽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그녀가 발표한 기업 또한 주식이 올랐다는 신호인 빨간불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업무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를 설득하는 세미나부터 투자하기 좋은 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오후 미팅까지 눈코 뜰 새 없이 김소원 애널리스트의 하루가 지나간다. 밤 10시, 11시까지 야근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이고, 또 다음날 새벽 5시에 기상해 출근하는 극한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프로 밥벌러'의 24시간


 

다양한 직군에서 다양한 업무를 능숙하게 수행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지만 일정한 각색과 편집을 거쳐 방송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더라도 직장인이 된 순간 프로여야만 하므로 막연함이 밀려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자면, '아무튼 출근!'은 직장인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저 직업을 갖게 되면 이러저러한 업무를 하게 되겠다라는 예측을 할 수가 있다. 당장 내가 그 일에 직면한 것은 아니지만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예측쯤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방송의 힘인 듯하다.

 

4학년을 앞두고 휴학한 지금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거듭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이다. 특정 직군을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업무를 수행하게 될지 나를 포함한 누구도 알 수 없다. 잠시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 시간에 '아무튼 출근!'을 보다 보면 후에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직장 일상이라도 보내는 사회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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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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