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카롱 좋아하세요?

글 입력 2021.07.30 10:5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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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2010년대 즈음일까요.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에 마카롱 열풍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으로 들어와 현지화 과정을 거친 마카롱에는 더욱 푸짐한 필링과, 다양한 토핑이 더해졌지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 요새는 동네 카페에서도 마카롱을 곧잘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한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보통 ‘뚱카롱’이라 불리는 한국식 마카롱은 유별난 모양과 맛을 자랑합니다. 작은 보석을 입에 머금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프랑스식 마카롱과 비교하면, 아주 거대하고 화려하기 때문이죠.

 

보석보다는 금은보화에 가까운 디저트랄까요.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려 뽐내기에도 아주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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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프랑스 출신의 파티시에가 한국식 마카롱을 먹으며 소감을 이야기하는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 영상 속의 파티시에는 K-마카롱이 일명 ‘키치’한 문화의 소산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중의 심리를 잘 이용한 디저트라고 해석할 수 있겠죠. 그만큼 한국의 마카롱은 대중의 평가에 많이 휩쓸리는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한국 마카롱이 너무 과하다면서, 정통 프랑스 마카롱은 꼬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죠.

 

사실 '정통 마카롱'의 출처를 따지자면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말입니다.(마카롱은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느에 의해 프랑스에 소개된 과자라고 알려져 있죠)

 

마카롱의 값어치 또한 논란에 오르기 일쑤입니다. '핑크 택스(기업에서 여성용 제품의 판매 가격을 높이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가 붙어 비싼 것이 아니냐며 가격의 거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과, 자본주의 시장에서 비싸게 팔아 이득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경제 논리라며 되받아치는 쪽이 말싸움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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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어느 정도의 유명함을 얻으면 구설에 휩싸이는 것은 사람이나 음식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래도 저는 마카롱이 참 아름다운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머랭이 들어가지 않은 낭시 마카롱부터, 보편적인 마카롱으로 여겨지는 라뒤레 스타일의 마카롱, 그리고 한국인에 입맛에 맞추어 개발된 일명 K-마카롱까지. 틀린 것은 없습니다. 서로 다를 뿐이지요.

 

이런 다양함이 있기에, 다른 것들이 보란 듯이 공존하기 때문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행복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때면, 쉬는 시간을 맞은 교수님이 마카롱 하나를 먹고 오겠다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발랄하게 퇴장하시고는 했습니다. 저는 그때 보았습니다. 힘든 하루를 견디는 와중에 입에 넣은 작은 디저트 하나가 얼마나 큰 미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정리된 속옷을 볼 때 느끼는 감정처럼, 우리에게 작지만 단단한 즐거움을 주는 행복감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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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이라는 표현 또한 있습니다. 반복적인 노동이나 막중한 책임감에 지쳐 무기력의 굴레에 빠지는 것을 의미하죠. 큰 행복을 갈망하던 사람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에는 자포자기하고, 자연스레 삶 속의 작은 행복에만 집착하는 것을 비판하는 용어입니다.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놓인 인간은 ‘소확행’만 바라보며, 그 너머를 바라보는 행복의 계단에는 오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럴 때가 있었죠. 작은 행복이 나의 것이라 믿었고, 큰 행복은 남의 것이라 여겼으니까요.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부정적 감정을 키웠습니다.

 

저는 마카롱을 먹은 뒤 미소를 짓던 교수님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욕심을 만들었습니다. 나도 마카롱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이었죠. 제과제빵을 취미로 했었기에 꼬끄와 필링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마카롱을 제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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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는 300개가 넘는 마카롱을 새벽 네 시까지 만들 때도 있었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야 마땅했을 텐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 순간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혼자 뚝딱거리며 마카롱을 만드는 일이 행복감을 준다니, 한편으로는 우스워 보이지만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열심히 마카롱을 지인들에게 나누어줄 때는 꼭 그들의 미소를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그 미소들이 저에게는 행복의 마침표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행복의 계단을 오르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는 일로써 말이죠. 무엇보다 사람들의 얼굴에 빛나는 작은 미소의 잔상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달콤한 마카롱과 같은 위로의 순간이 선물처럼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미소지으며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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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의 마카롱은 제가 만들었던 것들입니다. 다양하고 아름답죠!

 

 

[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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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ㄹㅁㅅ
    • 남기 씨, 오랜만이에요. 마카롱은 맛있어 보인다. 네가 성공한 요리사로 있는 걸 보니 행복했어요. 행운을 빌어요, 수고하세요.
    • 0 0
    • 댓글 닫기댓글 (1)
  •  
  • 이남기
    • 2021.08.26 12:44:02
    • |
    • 신고
    • ㄹㅁㅅㄹㅁㅅ님! 반가워요. 보아하니 제 친구인 것 같은데, 누군지 알고 싶어요! 꼭 이메일 보내주세요. 제 이메일 주소는 'ricky020@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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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냉장고
    • 네..? 직접 만드신 거라구요...?ㄷ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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