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만의 예술을 찾아가는 길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글 입력 2021.07.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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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술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렇기에 오래전 예술계로 진로를 설정했고, 지난 몇 년간 예술계로 진입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정말로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되니,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보다는 현실적인 난관들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갖은 두려움과 막막함이 나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나는 한 가지 의문에 지독하게 시달렸다.


"도대체 예술이 너에게 뭐길래 너는 그러고 있는 거야?"


그러게. 대체 예술이 나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나는 모두가 고개를 내젓는 불안한 길을 자진해서 가려고 하는 걸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해봐도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제목을 가졌지만, 이 책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과 뮤지컬, 문학과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26명은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예술을 택한 각자만의 이유와 예술을 통해, 혹은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그들이 얻은 크고 작은 것들로 빼곡하다. 대중문화 저널리스트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의 이 책의 저자 박희아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공통된 2개의 키워드를 발견해 정리했다. 그것이 바로 '열정'과 '통찰'이다.

 

 


예술의 열정: '자기다움'에 다가가는 것



 

주제는 계속 달라지겠지만 한 주제에 대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내 삶으로 이렇게 걸러냈다'를 보여주는 게 예술인 거죠. 이때 어떤 사람이 얼마나 촘촘한지, 느슨한지, 구멍이 세모인지, 동그라미인지에 따라 걸러지는 정보가 다를 것 같아요. ... 자기 자신을 도구로 써서 정제된 것을 보여주면 그게 예술이 아닐까 해요.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박희아 (p.110 소설가 정세랑 인터뷰)

 


예술인이 되는 것에는 흔히 '열정'이 따른다고, 예술이란 열정을 따르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열정이라는 말만큼 포괄적이고, 또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도 몇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인들도 전부 각자 다른 형태의 열정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열정이란 '특별한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한편 누군가에게 열정은 자신이 전문인 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로 뛰어드는 데 바탕이 되었던 힘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예술을 향한 열정은, 예술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게서 흘러나오는 따뜻함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책의 예술인들이 가진 열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자기다움'에 다가가는 과정이자 수단이라는 점이다. 그저 재미있어서든, 나를 표현할 수 있어서든, 예술은 인간만이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든 간에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다움', 혹은 '인간다움'에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은 모든 예술인들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것은 몇몇 예술가들에게 '열정'은 뜨겁지 않다는 것이었다. 열정이라는 단어에 뜨거움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가 있을 만큼 '열정' 하면 뜨거운 감정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불같은 열정이 타오를 것 같은 예술가들이 냉철한 태도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예상외의 발견이었다.

 

 


예술의 통찰: 서로 연결되어 있는 예술과 삶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의 의미가 뭔지 찾아가는 과정, 인생 전체를 고민하는 과정이 모두 예술인 것 같죠. 하지만 단 하나의 단어로 예술을 얘기하라고 하면 저는 망설임 없이 '희망'이라고 할 거예요. 비극적인 작품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희망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계속 질문을 던지겠죠. 그 질문의 끝에서 정말로 희망을 발견하길 원해요. 연기하고 있는 저 자신을 포함해서요.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열정과 통찰>, 박희아 (p.254 배우 이예은 인터뷰)

 


저자가 예술가들로부터 찾아낸 두 번째 키워드인 '통찰'은, 열정과는 비슷한 듯 다르다.

 

예술에 있어서 열정과 통찰은 모두 예술의 뿌리가 되는 것이지만, 통찰은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열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이라는 장르는 이성보다 감성에 기반해 있고,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가능하기에 삶에 관해 보다 깊고 많은 통찰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책을 읽으며 예술가들의 남다른 통찰력에 감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술가들이 캐릭터를 연기하며 다른 사람의 삶에 깊게 이입해보고,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공부한 흔적들이 '통찰'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에게 남았음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통찰'은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비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며, 비범한 발상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이 책이 소개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예술과 삶은 그렇게 하나로 이어지며 순환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읽는 이에게 그런 통찰을 준다.

 

*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26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 예술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예술으로부터 얻어온 그들의 통찰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음을 저절로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나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인지 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술을 택한 이유는 나만의 열정이었으며, 예술을 통해 깨달은 것들이 나만의 통찰이 되어 내 삶을 변화시키고 이끌어왔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의 삶에 예술이 있다고 믿는다. 출근길에 듣는 음악 한 곡, 어쩌다가 읽은 소설 한 줄도 예술이다.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쌓이면 나만의 예술이 된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는 이런 나의 믿음을 한층 더 확고하게 해 준 책이었다.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때까지, 이런 책이 꾸준히 사람들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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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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