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라이드 먼스, 집에서 즐기자 [드라마/예능]

OTT 플랫폼으로 프라이드 먼스를 나기
글 입력 2021.06.2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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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로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성소수자 인권의 달이다. 왜 6월일까? 이는 1969년 6월 벌어졌던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술집이었던 스톤월은 경찰이라는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권력에 대항한 성소수자 운동의 아이콘으로 여겨지고 있다.

 

6월을 맞아 다양한 퀴어 문화는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대표적으로는 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한 퀴어문화축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화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올해에도 국내의 퀴어퍼레이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열릴 전망으로 보인다. 규모가 가장 큰 서울 퀴어문화축제 역시 온라인으로 축제를 진행한다고 한다. 온라인을 통한 네트워킹으로 새롭게 연대하고, 새롭게 자아를 표출하는 새로운 방식의 6월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 드라마 정주행으로 프라이드 먼스를 축하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OTT 플랫폼의 특성은 다양성에 있어서 강점을 보인다. 풍부한 퀴어 서사를 발견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집에서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다. 6월, 프라이드 먼스가 다 가기 전에 집에서 조촐하지만 풍부한 퀴어 문화 ‘축제’를 벌일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시즌 1,2가 서비스 되고 있는 드라마 “포즈 (POSE)”는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볼룸 문화와 퀴어 하우스를 메인으로 다루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볼룸(무도회) 문화는 퀴어한 자신의 정체성을 뽐내는 시간으로, 음악과 춤, 패션이 곁들여진 다양한 수행들이 반짝이는 공간이었다. 드라마 “포즈”는 그러한 볼룸에 참여하는 퀴어 하우스를 또한 다루고 있는데, 하우스는 퀴어 개인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자신이 선택한 가족과 함께 살며 퀴어로서의 삶을 재단하지 않는 가정을 꾸려나가는 퀴어 문화의 일종이다.

 

“포즈”는 하우스의 ‘마더’인 트랜스 여성 블랑카를 포함한 다양한 주인공들의 삶을 다룬다. 중산층 백인 시스젠더중심의 퀴어 담론과 문화 밖의 역사, 문화는 가난한 비백인 퀴어 하우스들의 삶에서 창출되어왔음을 알게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오프닝의 구호인 “Live, Work, Pose”로 축약할 수 있는 퀴어 프라이드의 모토를 강렬하게 축약한다.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스스로를 세상에 드러내는 반짝이는 퀴어함을 드라마는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프라이드 먼스에 가장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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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무지개 너머 : 드래그 퀸 마샤 P 존슨”은 1970년대 미국 퀴어 해방의 핵심적인 아이콘이었으며 뉴욕의 비백인 트랜스젠더 운동의 시초로 여겨지는 활동가 마샤 존슨의 죽음에 대하여 다룬다.

 

스톤월 항쟁을 비롯하여 다양한 투쟁의 현장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마샤의 죽음을 둘러싸고 퀴어 커뮤니티 안팎과 국가 권력의 폭력적인 무심함을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이는 현재적인 관점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슈이다. 트랜스젠더 혐오는 여전히 극심하며, 이는 물리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삶을 위협하는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비백인 트랜스젠더는 폭행당하거나 살해당하고 있음을 생각하며 뜨겁고 무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게 되는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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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라마 “테일 오브 더 시티”는 1990년대 시작된 “테일 오브 더 시티, 첫 번째” 시리즈의 네 번째 시즌이자 완전히 새로운 챕터의 이야기이다. “테일 오브 더 시티”는 퀴어 친화적인 도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자신들이 선택한 가족과 공동체를 꾸리며 살아가는 이들을 담아냈다.

 

2019년 만들어진 “테일 오브 더 시티”는 뜨겁게 돌아왔다. 다양화되고 구체화된 퀴어 가족들은 여전히 바버리 레인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은 위태로운 순간들을 겪어나가며 자신만의 삶을 함께 꾸려나간다. 퀴어한 삶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일종의 답이 될 수도, 새로운 질문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여 꾸리는 공동체에 대한 생생한 흐름들은 프라이드 먼스에 보기에 아주 적절한 드라마임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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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여성국극을 다루고 있다. 1950년대의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여성국극 안에서 남성 캐릭터의 역할을 맡은 ‘남역 배우’와 여성국극의 한국적이고 낭만적인 판타지 서사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다.

 

“패물을 훔치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공연을 보러 다닌 팬들과 학업도 팽개치고 결혼도 잊은 채 전국을 누비고 다닌 배우들. 왕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왕자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소녀들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이토록 동화 같으며 조금은 쓸쓸하기도 한 질문은 달콤하게 러닝타임 전반을 감싼다.

 

모방과 재현, 무대 위의 수행을 위한 수련 등 젠더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접근에 있어서 상당히 퀴어한 면모가 보이기도 하며, 남역 배우의 팬이었던 여성들의 이야기, 오랜 기간 동거관계를 이어온 배우들의 이야기까지. 퀴어한 면모들을 읽어내는 재미가 뛰어난 다큐멘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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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블랙 미러”에도 프라이드 먼스에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바로 시즌 3의 “샌 주니페로”이다.

 

“샌 주니페로”는 “블랙 미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행복한’ 이야기이다. 기술과 얽힌 인간들의 이면과 본성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가 대부분인 것과 달리, “샌 주니페로”는 기술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던 소망을 다룬다.

 

요키와 켈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에게로 가닿는 것에 집중한다. 두 사람의 영원한 사랑은 우리의 머리를 지끈 지끈 아프게 하는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시켜준다. 분명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은 샌 주니페로의 바닷가 앞에서 둘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며 끝나는 동화책을 덮어줄 수 있음이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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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시트콤 “원데이 앳 어 타임”은 쿠바계 미국인 가족의 정체성을 유쾌한 일상으로 풀어낸다.

 

인상적인 캐릭터는 바로 딸 ‘엘레나’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할머니 ‘리디아’와 미국적인 정서로 인해 스스로 ‘깨어있’다고 표현하나 딸의 커밍아웃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하는 엄마 ‘페넬로페’ 등이 핵심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커밍아웃과 가족들의 수용 이후 엘레나는 복합적이고 유쾌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자신의 애인을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과정 속에서, 원가족에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재현되는 방식이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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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워지는 여름의 시작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보다 유쾌하고 투쟁적인 프라이드 먼스를 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온라인으로라도 우리의 갈증과 열망이 해소되고 드러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프라이드 먼스로 2021년의 6월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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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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