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 2의 셜록이 되기 위한 필독서, 스눕 [도서]

예리한 탐정을 꿈꾸던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21.06.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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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를 어떤 매체로든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의 천재성에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처음 셜록 홈즈를 영국 드라마로 접하게 되었는데,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셜록 홈즈'라는 인물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 인물에 대한 성격, 가정사, 특징 등을 한눈에 줄줄 읊는 그의 추리 능력은 치밀한 관찰력과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단시간 내에 그것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일 터이다. 막연히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던 초등학생 시절이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서 "나도 셜록처럼 되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며 추리를 잘 할 수 있는 법을 네이버에서 찾아다녔었다.


물론 네이버에서 그렇게 찾아다니고, 근거 없는 정보들을 긁어모으고, 셜록이나 '명탐정 코난'의 코난처럼 예리한 척 해도 실제로 그들같은 명탐정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끽 해봐야 '커플링을 안 꼈으니 지금 애인이 없지?' 정도의 오지랖 가득한 언행으로 이어진 이후 스스로의 무례함에 놀라 아차, 후회할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셜록처럼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추리 카페에서 추천해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스눕'이었다. 외국에 거주하던 중이라 한국 책을 구하기가 어렵던 상황이었기에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그 책을 최근 나는 운명적으로 우연히 마주치고 홀린듯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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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대학의 교수이자 명성있는 심리학자 '샘 고슬링'의 책 '스눕'은 '상대를 꿰뚫어 보는 힘'이라는 설명에 걸맞게 한 사람에 대한 추리 방법을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을 '스눕'이라고 부르며, 이를 하는 행위를 '스누핑',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스누퍼'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남긴 흔적, 단서들을 알아채고 이것을 논리적으로 연결 지어 그 흔적에서 실제 사실을 추론해내는 스누핑은 책의 내용은 어린 시절 꿈꿔왔던 셜록의 마법같은 추리와 흡사했다.

 

이 책은 총 1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런 마법같은 추리를 위해 필요한 세 개의 요소, 즉 첫 번째로 타인의 흔적을 알아채는 것과, 두 번째로 그 흔적을 기존의 이론들과 연관 지으며 논리성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추리하는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탐정을 꿈꾸며 두근거리는 마음에 책을 읽는 동안, 특히 의외였던 부분은 바로 지금껏 꿈꿔왔던 셜록 홈즈같은 추리력의 바탕은 다름아닌 '성격'에 기반되어있었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그냥 물건만 보고 추리하는 것 아니었어?'라는 단순한 생각은 '그 모든 물건들이 성격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흔적을 남길 때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남겨진다. ABC 순서대로 (우리나라로 치면 가나다순으로) 정리된 책장은 얼핏 보면 평범한 책장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깊이 생각해보면 꾸준히 책장을 관리한 그 사람의 섬세함을 나타낸다. 책이 많다고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책에 먼지가 쌓였는지, 책에 책갈피가 끼워져있는지 등등 사소한 모든 것들이 책 주인의 성격과 특징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었다. 모든 흔적과 단서는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누핑은 결국 한 사람에 대해 관찰하고 추리하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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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셜록의 추리 장면. 결혼 반지 하나로 불행한 결혼생활과 결혼 기간, 외도 사실까지 알아차린다.


 

심리학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5가지 성격 유형'을 들어봤을 것이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동조성', '신경성'으로 분류되는 이 성격 이론은 이 안에서도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통해 사람들의 성격을 분류한다. 이 5가지 성격 유형은 스누핑이 추리의 최종적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책에서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만약 직접 '5가지 성격 유형'를 바탕으로 스누핑을 해본다면 다양한 책이 꽂혀있고 잘 관리된 책장을 가진 사람에 대해 관찰하고 '다양한 책을 좋아하는 섬세한 사람이구나'하고 적당한 표현으로 결론짓는 것보다는 '개방성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그 사람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명확한 판단은 곧 새로운 특징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주는 또다른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러한 성질들을 바탕으로 했을때 스누핑은 생각했던 것처럼 창의적이고 즉각적인, 마법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론에 근거하고 분류 체계에 맞게 분류하는 화이트칼라 회사원 같은 면모가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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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 방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모르겠으나, 신참 스누퍼인 내가 조심스레 이 방을 스누핑해보겠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스누핑이다.

 

음악과 레저스포츠는 한 사람의 개방성과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이 책에 적혀있었으니 오래 사용한 흔적이 있는 서핑보드(레저스포츠 용품)와 다양한 음악용품에서 나는 방 주인의 높은 개방성을 추측해볼 수 있겠다. 또한 서핑보드가 문 바로 뒤, 책상 옆에 있다. 즉 꺼내기에는 어려운 장소이지만 책상을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도록 놓여져있다는 것이다. 이는 방주인이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굳이 방에 들어온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놓았다는 점에서 방주인의 과시성을 추측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책상 바로 앞 벽면은 섬세하게 잘 꾸며져있는 듯 하지만 실제 책장에는 크기별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무작위로 정리된듯 보인다. 이는 역시 과시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실제로 섬세함은 조금 떨어진다는 단서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첫 스누핑이다. 조금 그럴듯 하게 들렸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혹은 아주 엉터리로 들렸을지도 모르고.

 

방금 내가 했던 스누핑은 정확도가 굉장히 떨어진다. 만약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정확한 추론의 결과가 아닌 우연일 것이다. 나는 그저 '단편적인' 부분들만을 보고 추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 서핑보드가 이 방주인의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오래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은 누군가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 사용하던 것을 얼떨결에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 뒤에 존재하는 것은 그저 자신이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방 주인은 이 서핑보드를 받게된 뒤 어떻게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곤란해하다가 결국 소품 겸,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넣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이 서핑보드가 방주인이라는 근거를, 최근까지도 사용했다는 근거를 나는 이 방에서 찾아내지 못한다.

 

이러한 오류들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단편성'을 경계하라고 이야기한다. 정확한 추론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꾸준히, 지속적으로, 확실하게' 쌓아올려진 근거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예시로 만약 이 사람의 책장에 두꺼운 성경책이 꽂혀있다고 치다. 이러한 사실은 이 방의 주인이 무조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오'다. 그 사람이 과제 때문에 그 책을 빌렸을 가능성, 혹은 지인으로부터 억지로 받아버렸을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경책이 오래되어보이고, 겹겹이 밑줄이 그어져있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까지 적혀져있으며, 벽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성경 관련 구절이 적혀있다면 그 성경책의 주인이 이 방의 주인이며, 이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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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이 스누핑을 실생활에서 얼마나 셜록 홈즈처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스누핑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소는 '방'이다. 만약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의 방에 초대되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해 멋있게 추론해낼 수 있을까?

 

물론 아직 셜록을 따라잡는 천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막 스눕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된 신참 스누퍼이니까. 당장 앞서 사진을 보고 했던 짧은 스누핑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해주는 대로 '가짜 단서들에서 속지 않는' 예리한 관찰력과 논리력을 기를 수 있도록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영화 속 셜록홈즈처럼 한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성격과 특징들을 줄줄 읊을 수 있는 노련한 스누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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