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투리 : 가공할만한, 내일을 꿈꾸는 삶

직접 영웅이 된 3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4.1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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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다. 혜화동과 가깝게 사는 편도 아니고 연극보단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영화는 보고 구매를 할 수 있고 영상을 소장할 수 있는데, 연극은 머리에만 남기니 시간이 지나 금방 잊어먹기 때문이었다. 특히 휘발유가 가득 찬 것처럼 어제 일도 기억이 금방 날아가는 나한테 좀 어려웠다.

 

자주 보는 편이 아니라, 이 연극이 더 어떤지 평가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다른 연극과 달리 어떤 점이 좋았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순수하게 내가 본 연극 <우투리 : 가공할만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연출이 독특했고, 재미있다. 연출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은, 3의 엄마가 사랑에 빠진 바다 이야기였다. 나 같아도 바다와 사랑에 빠졌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아기 장수 우투리 설화를 기반으로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연출이 상당히 취향이라 나오자마자 MD 북도 구매했다. 얇은 포토북인데 인터뷰가 주 내용이고 우투리 연극과 관련된 사진이 있는 책이다. 무대 디자인과 아트 디렉팅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연극 연출이 괜찮았던 분들은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 가격도 7,000원이라 부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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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니, 어디에 있니. 등허리에 구름 같은 날개 달린 아이야. 우투리, 우투리, 너는 언제 올 거니."

 

연극이 막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노래는 몇 개의 백 년 전에 시작된 전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등에 커다란 날개가 달린 영웅에 대한 고릿적 전설입니다.

 

영웅이 팍팍한 세상을 바꾸고 사람을 돕는 이야기는 언제건, 어디에서건 있어왔습니다. 아주 흔.해.빠.진. 종류의 것이죠. 우리는 그 흔해빠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짙은 회색의 시멘트 집에서 태어난 '3'이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를요. 

 

연극 <우투리 : 가공할만한> 시놉시스

 

 

창작집단 LAS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이기쁨 대표와 극작가 홍단비의 작품으로 총 5명의 배우(김희연, 한송희, 임현국, 조용경, 장세환)가 등장한다. 창작집단 LAS는 ‘반짝임, 갑작스러운 나타남, 활활 타오름, 놀이, 무엇에 몰두함’이란 뜻을 가진 산스크리트어이다. 이 집단은 연극, 문학, 무용, 음악, 미술, 영상 등 어느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한층 진보된 무대 언어를 만들어내려고 시도하는 단체로 2010년부터 창설되어 지금까지 탄탄하게 무대를 지속하고 있다. 무대뿐만 아니라 직접 연기를 교습하기도 한다더라. (출처 : 창작집단 LA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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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재해석한 우투리는 색이 확실하다. 고전 설화를 시민들을 압박하는 정부에 대항하는 저항군의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마치 레지스탕스 같은 세계관으로 색다르게 다가와 흥미진진했다. SF 같은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살렸다.

 

하지만 아쉬운 점으로 나는 사이버 펑크 같은 장르는 이미 온갖 미국 드라마로 웬만한 배경에는 감탄도 하지 않을 만큼 기대감이 높아져 있다. 그만큼까지 연극으로 구현을 할 수 없으니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배우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해설자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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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기름과 물처럼 분리될 법 한 구성을 연출로 잘 버무렸다. 색과 이야기를 더 매력 있게 살린 춤을 이용한 5명의 배우의 연기는 독특했고 신기했다. 내겐 마치 현대 무용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무용수의 움직임과는 다른 결이었고 중점이 달랐기 때문인지 안무보다 메시지가 더 힘있게 느껴졌다. 과하지도 않았고 연출이 필요할 때만 춤을 추었고 오디오와 조화는 더 극적인 효과를 주었다.

 

또 감정에 따라 바뀌는 조명(찾아보니 'LED 미디어아트'라 부른다)을 이용한 무대미술은 세계관과 조화롭게 어울렸고 분위기를 더 살릴 수 있었다. 단순히 색채만 바뀌는 게 아니라 패턴도 사용했고, 같이 깔리는 사운드가 굉장히 웅장했는데, 알고 보니 음악 그룹인 While asleep과 협업을 했다고 한다. 아마 첫 시작부터 부르는 주제곡이 제일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덕분에 어땠냐고 물어보면 우투리~ 하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확실한 재해석이지만, 시작 전까지도 와닿지 않았던 시놉시스였는데, 연극은 관객들에게 새롭게 해석한 우투리의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해 배우들은 이야기꾼이 되었다. 등장인물은 저항군 대장 1, 빵집 아들인 2, 세탁소 딸이자 주인공인 3, 공장 기숙사 메이트인 4, 저항군 대장의 부하인 5, 총 다섯으로 이름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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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인다역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데도 혼란스러움 없이 충분한 속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재해석이 만든 세계관은 90분이라는 시간에 모든 서사를 닮기는 어려웠을 분량이다. 이토록 짜임새 있게, 과함이 없이 연출한 창작집단 LAS의 모든 노력이 담겼을 무대였다.

 

우투리는 본래 아기장수 우투리라는 설화로 겨드랑이 밑에 날개가 달린 영웅 이야기다.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아직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7차 교육과정에는 포함됐다. 우투리의 어원은 우두머리로 왔다고도 한다. 그는 신과 비슷한 힘을 가진 영웅이며 인간을 초월한 힘을 가졌기에 시기 질투를 받았고, 끝내 외부 환경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영웅 이야기인데, 구전 설화라 알려진 지역마다 다르다.

 

교과서에 어떻게 실렸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도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겨드랑이 밑에 날개가 있던 우투리가 콩으로 볶은 갑옷을 입었던 정도? 하여튼 우투리는 사내아이였고 태초부터 영웅으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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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투리 : 가공할만한>은 이런 점을 비꼬았다. 변주를 주었고 세계관도 틀어버렸다. '고전의 재해석'을 테마로 라스낭독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후 연이어 정식 공연까지 이른 것이라 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 모두 내일이 궁금한 삶을 살 권리가 있잖니"라는 대사로 귀결된다.

 

사실 클리셰적인 이야기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흐름이다. 귀빈의 삶을 이어가는 기득권층인 0 도시 사람들, 즉 중앙정부에 맞서 중앙과 제일 가까운 1 도시부터 변방의 5 도시까지 시민들이 저항군에 힘을 보태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자면 게임을 하지 않고 전쟁하는 헝거 게임 정도? 그럼 예상한 결말대로 끝나겠다고 했는데, 예상외로 열린 결말을 암시하며 끝이 났다.


끝이 나고 기립박수 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로 연극 <우투리 : 가공할만한>은 마감이 잘됐다. 마감만 잘됐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꽉꽉 담겨있다. 러닝 타임이 90분인데, 순식간에 흘러갔다. 막이 내리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데 새로운 것을 접한 생경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홀린 듯이 MD 북을 샀던 것 같다.

 

기고 시작 전 얘기했던 것처럼 어제 일도 제대로 기억 못 하는 나에게 이번 연극은 내용 모두가 기억 남지 않을지라도, 무대로 나에게 어떤 감정을 심어주었는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현재 <우투리: 가공할 만한>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4월 9일부터 4월 18일까지 YES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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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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