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꿀강을 잡으려는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4.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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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수강신청 날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은 PC방으로 가서 네이버 시계를 켜놓고 “꿀강”을 잡기 위해 초조하게 기다린다.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1분도 되지 않아 PC방에서의 환호를 내지르거나 욕설을 내뱉는 학생들을 보며 누가 수강신청 성공을 하고 실패를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학생들의 수강신청 성공 여부는 보통 “누가 꿀강을 잡았는가?”로 결정된다. 여기서 “꿀강”이란 “꿀을 빠는 강의”의 줄임말로 널찍하게 공부하면서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를 의미한다. 나 또한 대학교 입학 직후에 선배들의 여러 조언을 받아 어떤 강의가 꿀강인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 수강신청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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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년까지 나는 꿀강을 잡기 위해 4일 내내 PC방을 다녀왔다.

 

수업을 몇 주 동안 듣고 난 후에 나는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친하지도 않은 후배에게 밥을 사주면서까지 부탁해서 잡은 강의는 너무나도 내게 맞지 않아 고생을 했고, 반대로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넣은 강의는 정말 재밌고 흥미로워서 매주 그 수업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고 나의 지난 4년 대학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매번 노리던 강의를 잡았었던 나는 꿀강이라고 불리는 강의를 상당히 많이 들어본 학생이다.

 

하지만 모든 강의는 수강편람에 따라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만큼 성적 받기 쉬운 강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설렁설렁 공부한 강의는 그에 걸맞은 점수를 받았었고 출결, 과제, 팀플, 시험 모두 철저히 챙겨야만 A+을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4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니 소위 평가되는 꿀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전 학기에도 꿀강을 잡기 위해 노력했고 PC방에서 네이버 시계를 쳐다보면서 초조하게 10시를 기다렸다.

 

그렇다면 왜 대학생은 꿀강을 잡으려고 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인간은 '익숙함'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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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유는 일반적으로 인간은 낯선 경험을 회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3학년 때 수강했던 “영어교과 교육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생님은 자신이 배워온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를 원하며 학생들 또한 지금까지 배워온 스타일로 지속해서 수업을 듣고 싶어 한다고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도전정신을 가진 사람들의 확률을 간단하게 확인해 보기 위하여 동기 10명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집을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첫 번째 길은 언제나 다니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지름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평소보다 2배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길이다.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9명이 “원래 다니던 길을 선택하겠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의 인간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낯선 환경에 대해 도전적인 정신을 보여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을 수강신청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다면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에 두려움 혹은 일종의 경계심을 느끼며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미 해당 수업을 경험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거나 강의평에 남겨진 별점 및 후기를 통해 미래에 경험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인간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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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인간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에서부터 효율성이란 중요하게 여겨진 가치다. 노력을 덜 하면서 정보를 전하기 위해 휴대폰이 발명되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 기차, 심지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발명되었다.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되는 인간에게 삶이란 한정된 시간이기에 자연스레 효율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런 효율성 덕에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이루게 되어 과거보다는 좀 더 편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효율성에 대해 강조를 하게 되어서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 중심주의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현대인은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기대한다.

 

대학생 또한 시간을 좀 덜 들이고 머리를 좀 덜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좋은 학점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세 번째, 학점은 결국 취업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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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는 지속해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청년 실업률 때문이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취업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남들보다는 더 좋은 학점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필사적으로 학업에 매진하며 학점에 매우 민감하다. 학점과 직결되는 대학교 수업은 학생들의 한 학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취업 여부와도 연관이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은 가능한 최고의 학점을 받고자 하지만 모든 강의의 과제, 팀플, 시험을 완벽하게 챙기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다루는 내용이 까다롭고 많은 전공 수업에서 A+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다른 수업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진다. 여기서 두 번째 이유인 “효율성”과 연관이 된다. 까다로운 수업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일부 강의에서 적은 시간을 투자하며 좋은 점수를 받기를 원하게 된다.

 

 

 

타인의 추천이 아닌 본인의 판단으로 꿀강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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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타인의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꿀강이 자신에게 또한 꿀을 빨 수 있는 강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경험처럼 오히려 수강해봤는데 꿀강이 아닌 경우도 많고 아니면 소문대로 편하게 학점을 얻을 수 있는 강의일 수도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웬만큼 학교생활을 해본 대학생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수강편람에 따르면 오직 30%의 학생들만 A+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A+을 바라고 수강을 한 학생들은 B+만 받아도 “이게 무슨 꿀강이냐”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시 말해, 약 7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아주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혹은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받게 된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강신청을 위하여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강의평을 끊임없이 찾아보며 제일 만족스러울 수 있는 꿀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수강신청 기간에 나타나는 “꿀강 잡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환경에 대한 도전적 태도를 지니게 되거나 결과 중심주의가 아닌 과정 중심주의를 취하게 되거나 또는 실업난이 해소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속될 현상이다.

 

 

[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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