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모두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

평범한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Humans of seoul
글 입력 2021.03.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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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라는 행위가 가지는 특별함


 

사람들이 인터뷰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의 가장 기본적인 포맷은 '묻고, 답한다'이다. 이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른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인터뷰어는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대신 던져줌으로써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의 꽤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인터뷰이 역시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정리하고, 본인조차도 몰랐던 자신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 흥미로움. 이게 바로 사람들이 인터뷰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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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인터뷰의 대상은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룬 사람이거나 이미 주목을 받는 유명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대답은 '보장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보여줄 만한 성공을 이룬 사람의 경험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사람들의 생각들. 그런 인터뷰를 보다 보면 왠지 대단한 깨달음이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 조금 다른 인터뷰가 있다


 

그렇게 모두가 화려한 사람들에게 조명을 비출 때, 우리 곁을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이들이 있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는 'Humans of Seoul'이다.

 

정성균 편집장은 2013년 여름, 뉴욕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Humans of Newyork'을 발견하면서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도 저렇게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친구 박기훈 디렉터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을 했고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들은 취재를 나갈 지역을 선정하고, 사전 섭외 없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인터뷰를 요청한다. 처음에는 승낙하는 사람보다 거절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조금씩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민들이 생겼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이들에게 삶과 행복, 슬픔 그리고 용기에 관해 묻고 그들의 사진을 찍어서 한 편의 인터뷰 콘텐츠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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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umans of Seoul' 페이스북 페이지-

 

 

과연 사람들은 매일 거리를 지나며 숱하게 지나치는 낯선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했을까? 진솔함이 통했나 보다.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늘어난 구독자 수는 현재 30만 명이 넘고, 포토그래퍼, 인터뷰어, 번역가로 인터뷰를 만드는 식구들도 꽤 많이 생겼다. 그렇게 'Humans of Seoul'은 평범한 이들의 삶을 보여주는 어엿한 독립 매체가 되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오는 울림


 

'Humans of Seoul'의 인터뷰이들은 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는다. 어떤 인터뷰는 '이게 끝이야?' 싶을 정도로 길이가 짧다. 인터뷰 몇 개만 읽으면 그 사람의 인생 대서사를 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기존의 인터뷰와는 분명 다르다. 그렇지만 이름 모를 낯선 이의 인터뷰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띠어지기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다.

 

지금껏 누군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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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umans of Seoul' 홈페이지 -

 

 

어떻게 처음 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거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잘 아는 사람보다 쉽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에 대한 아무런 판단도 정보도 없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두려움이 아닌 편안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변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2013년 11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벌써 햇수로 9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내가 처음 'Humans of Seoul'을 접한 건 몇 개의 인터뷰를 스크랩한 글을 커뮤니티에서 봤을 때였다. 이런 인터뷰가 있다니 굉장히 신선하다-라고 느끼면서 읽었고, 몇몇 글을 보고서는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때는 당연히 어떤 잡지사나 기성 미디어에서 진행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몇 년이 지나서 다시 만난 'Humans of Seoul'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담백하게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이야기로 울림을 주고 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자본의 힘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언가를 얻겠다는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저 묵묵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렇게 순수함만으로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다니. 그들은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이어오면서도 자꾸만 무언가를 더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했다. 자신들이 행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꾸준히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한 명의 독자로서 앞으로의 행보도 응원하고 싶어졌다.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빽빽한 지하철을 탈 때면 흔히들 '인류애'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과는 어쩌다 보니 누구보다 가깝게 얼굴과 몸을 부대끼게 되지만, 서로에게 짜증과 피곤함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기는 어렵다. 특히나 요즘은 의도적으로 다른 이와 거리를 두고 경계태세를 갖추는 시기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기도 하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치유를 받기도 한다. 'Humans of Seoul'이 보여주는 것은 대단히 특별한 내용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구나-, 내 삶을 사느라 바빠서 돌아보지 못한 다른 이들의 삶은 이렇구나-를 느끼고 나면, 왠지 오늘을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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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umans of Seoul' 인스타그램 -

 

 

기분이 울적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 막연히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면, 'Humans of Seoul'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박혜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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