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NFT, 예술 시장을 변화시키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3.2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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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디지털 그림’이 경매에서 6억 원에 낙찰됐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NFT 미술품 경매였고, 미술품 국내 거래 플랫폼인 디파인 아트에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으로 진행되었다. 예술계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예술 형식과 경매 시스템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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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 Kim, missing and found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린 주인공은 마리킴(Mari Kim) 작가의 작품 ‘Missing and found’이다. 최초 5,000만 원으로 시작해 288 이더리움(한화 6억 원)에 낙찰되었다. 2007년부터 활동한 마리킴 작가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도 작품이 팔리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경매는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여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작품은 10초짜리 영상으로, 중국 화가 아이웨이웨이(Ai weiwei)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작품 활동을 하여 탄압과 감시를 받았고,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Missing and found’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곤 했다. 자신이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마리킴은 이에 주목하여 ‘실종된 예술 시장을 찾는다’라는 의미를 담아 작품을 제작했다.

 

마리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미술 전공을 하지 않고 미디어를 전공한 작가로 전통적인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리했다면, 현물이 존재하지 않는 블록체인기술의 디지털화 된 작품이 거래가 되는 세상은 나 같은 작가에게 매우 유리하다.”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었고 더욱 유연한 미술계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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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디지털 작품에 적용된 기술은 ‘NFT’란 무엇일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을 말한다.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NFT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특징으로 한다. 그리하여 진품 여부를 가리고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판매 이력을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최초 발행자를 파악할 수 있어 위조와 같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미술작품 경매 시스템에 점차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더욱 보편화 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유명 미술품 경매회사들도 NFT 미술품 시장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국내 경매사 서울옥션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은 다양한 가능성들을 발굴하고 있다. NFT 작품이 앞으로 예술계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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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mes, War Nymph

 

 

NFT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게 될까. 우선적으로 NFT는 예술 유통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손쉽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예술품 거래는 특정인들의 것이 아닌 더욱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것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또한 NFT는 투명한 예술시장 형성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예술 경매는 정확한 소유자와 가격 등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NFT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유권 변경, 인수 가격 등 더 많은 정보를 언제나 파악할 수 있다. 즉 정보가 작품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투명성이 확보됨으로써 정확한 가치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NFT는 예술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예술가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 현재의 경매는 작가의 작품이 팔리면, 작가에게 수입이 들어오기까지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까지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NFT는 작품 구입 즉시 작가의 암호화폐 지갑에 입금된다. 이에 더하여 이미 구매된 작품을 누군가 더 높은 가격에 재구매하면 그 가격의 10% 이상이 작가에게 입금된다. 정당한 보장을 통해 작가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측은, NFT 예술이라는 새로운 예술적 장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약 785억 원에 낙찰된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 약 65억 원에 낙찰된 그라임스(Grimes)의 ‘War Nymph’와 같은 작품들에 대한 논쟁이 있다. 예술성이 아닌 단순 화제성에만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건 혁신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형식은 점점 확장될 것이며 더 많은 예술가들의 유입을 통해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굳힐 것이라 생각된다.

 

*

 

마리킴 작가를 선두로 하여 앞으로 더 다양한 NFT 접목 예술이 나타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 예술을 거래하고,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예술이 생겨나고, 예술가와 향유자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날이 머지않았다. 미래의 예술을 예견했을 때, 일부는 기술이 예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기술의 발전이 예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허물며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술은 예술의 가치를 드높였고, 예술은 기술의 유용성을 증명했다. 상호간의 시너지가 어떤 것인지 직접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NFT 사례는 다가올 예술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과연 어떤 형태로 잠재된 가치를 다시 한 번 발산할 것인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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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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