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품 드라마 '괴물'을 놓치지 않길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3.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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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씩 따뜻해지면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조용히 꽃이 폈다. '시간이 흐르는 게 실감은 안 나지만 봄이 오긴 왔나 보다' 생각이 들 때쯤 봄비 소식을 들었다. '아직 난 벚꽃의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도 못 했는데 떨어지겠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올해 봄은 벚꽃을 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2021년 봄은 벚꽃 대신 놀라운 한국 드라마가 방영한 해로 기억되겠구나...


드라마를 자주 시청하지는 않지만, 배우들의 새 작품 소식을 찾아보고 관심 두는 걸 즐기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나다. 요즘 어떤 드라마가 방영하는지, 누가 나오는지, 대략적인 내용은 어떠한지를 황금시간대(대략 21시부터 24시)에 방영하는 드라마의 경우는 거의 모두 꿰고 있다. 그 정도 관심을 가진 드라마가 많아서인지 하나를 콕 집어서 본방송을 시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 내가 올해 봄 라인업 드라마들에 세게 흔들렸다. 기대되는 드라마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모두 방영을 시작한 것이다. 2021년 드라마 라인업이 떴을 때부터 관심을 두던 드라마들이기 때문에 첫 화는 모두 챙겨 보느라 바빴다. 다행히 지금까지 그 모든 드라마 본방송을 시청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나의 드라마 시청 역사에 새롭게 한 장을 차지할 작품을 만났고 요즘 매주 금요일, 토요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예상할 수 있듯이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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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신하균과 여진구가 함께 출연한다는 이유였다. 두 사람 모두 연기력으로 이미 대중들에게 인정받은 배우인데, 한 작품에 출연한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궁금함과 기대감이 생겼다. 이번 드라마는 신하균의 아역을 여진구가 연기한 이후로 15년 만의 재회라고 한다. 아역과 성인 역으로 만난 상대가 15년이라는 세월 사이에 파트너가 되어 돌아왔다니. 두 배우의 호흡이 기대되었다.

 

배우가 이 작품에 관심을 두게 된 가장 큰 요인이었기 때문에 사실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첫 화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벌써 6주가 지났다. 이제는 첫 방송 당시에 가졌던 관심의 5배의 기대감과 떨림으로 방송을 일주일 동안 기다리고 있다. 감히 이야기해본다. <시그널> 이후 최고의 수사극이 아닐까.


이 글은 아직 <괴물>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지금이라도 시청자로 합류하면 어떨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글이다. 내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① 23시에 방영하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 잔인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간혹 등장한다. ② 드라마에 감탄하면서 보다가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요일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③ 일주일 동안 금요일과 토요일('괴요일'이라고 불리는)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 현실을 살기 다소 어려워진다.


위 사항들을 인지하고도 <괴물>에 아직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 요약해서 핵심만 전달하는 이 드라마의 매력 요소를 읽어보자.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없으니 안심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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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전개'와 '영상 연출'에 감탄하다.



어떤 정보도 없이 보기 시작한 처음과 달리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와 관계가 쌓이면서 더 흥미로워지는 <괴물>이다. 드라마는 '만양'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해당 사건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을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일로 기억된다. 신하균이 맡은 '이동식' 역할은 그곳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사이고, 여진구는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한주원' 경위를 연기한다.


드라마 <괴물>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는 '괴물'을 추리하는 이야기이다. 근데 이상하다. '만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가깝게 지내고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듯하다. '한주원'은 그런 '만양'이 불편하다. 20년 전 사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고, 이들은 '주원'이 보기에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서로를 왜 감싸는 것일까?


마을 안의 사람들을 모두 의심하고 있을 때쯤 한 영화가 생각났다. <오리엔탈 특급살인>. 혹시 20년 전 사건의 범인은 마을 전체일까... 혼자서 상상하던 무렵,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지난 20년간 고요하던 마을을 다시 흔들리게 하는 과거 사건과 유사한 또 하나의 사건.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20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이 밝혀진다. 진실을 찾는 사람들의 중심에 '이동식'과 '한주원' 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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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드라마가 주연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고 조연 인물들은 이야기의 바탕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괴물>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의심하게 되는 흐름이라 역할이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인물들도 돌아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누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펼쳐지는 20년간 감추고 있던 개인의 이야기들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각 인물이 가진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일에 섬세한 영상 연출의 힘이 발휘된다.


작년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부부의 세계>에서 매화 드라마 타이틀이 섬세하게 다뤄진 것처럼, <괴물>도 드라마 타이틀 등장이 내용의 일부처럼 의미 있게 활용된다. 첫 화에서 '만양'의 전경 위에 적혀있던 타이틀은 회를 거듭하면서 인물들의 얼굴 위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또 타이틀과 함께 서술어 형태로 제시되는 드라마의 소제목은 오늘은 어떤 분위기의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해보게 한다.

 

스토리 상 <괴물>은 의심되는 인물이 계속 바뀌어서 시청자가 혼란스러울 수 있는 흐름을 지녔다. 매화 의심되는 인물이 몇 번씩 바뀌는데 그때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며 함께 의심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황에 중심이 되는 인물인지 파악해야 하는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드라마 속 인물들을 시기적절하게 등장시키는 연출 방식으로 추리 흐름을 시청자도 따라갈 수 있게 한다.


특히 소리를 먼저 들려주면서 시청자들이 소리 뒤에 나올 장면을 기대하게 하는 연출, 인물의 그림자를 활용한 연출에서는 소리 내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을 받거나 불안을 느끼는 인물의 감정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도 연출의 힘이 전해졌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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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반하다.



<괴물>을 시청하면서 큰 수확은 일주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드라마를 찾았다는 기쁨과 새롭게 관심을 두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 배우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사실 주요 인물인 '이동식'과 '한주원'을 연기하는 신하균과 여진구를 제외하고는 어디선가 보았지만 이름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 배우들이었다. 분명 어디선가 다른 작품으로 인상적으로 만났던 기억이 있으나, 캐릭터로만 받아들여서 이름을 알지 못했던 그 배우들을 <괴물>을 통해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먼저 '박정제' 역을 맡은 최대훈의 연기를 보며 왜 이제야 제대로 그를 알았을까 생각했다. '박정제'는 '이동식'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이동식'을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는 경찰 동료이다. 1화부터 그가 연기하는 '박정제' 특유의 음성, 경찰이라는 직업과 어울리는 건장한 체격과는 달리 여린 그의 정신을 보며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괴물>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이 각자의 비밀을 안고 있지만, 유독 '정제'의 이야기가 궁금한 건 그가 20년 전 사건 이후로 가장 크게 변화한 입체적인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청자가 이렇게 '정제'를 이해할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최대훈은 인상적으로 수행했다.

 

드라마 속 '유재이' 역할의 최성은이 보여준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히 그의 눈물 연기는 '재이'의 슬픔이 정제되어 표현된 모습이었다. 사실 '유재이'는 사건을 수사하는 주요 인물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찰이 아니다. 경찰들 사이에서 가끔은 경찰보다 더 경찰처럼 상황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재이'를 보며 그가 지금껏 살아온 시간이 이처럼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재이'가 가슴 아픈 이야기를 툭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그의 아픔을 위로하되 연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최성은이 본인의 역량으로 담담히 '재이'의 이야기를 전달했기 때문에 그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 배우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했지만 <괴물>에 출연한 모든 배우는 드라마 속 캐릭터의 모습 그 자체이다. '심리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인물들의 내면 연기만으로 이야기 전개와 긴장감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들의 연기는 드라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요소이다. 매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들은 시청자들이 캐릭터 개개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괴물> 후에도 이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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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에 취하다.



하나의 드라마를 기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명대사를 필사해서 이따금 읽어보기도 하고, 회차가 진행되면서 올라오는 공식 클립을 다시 찾아보기도 한다. 그중 내가 가장 자주 즐기는 방법은 드라마 OST를 듣는 것이다. OST는 사실 드라마에서 주된 요소는 아니다. 내용에 집중해서 드라마를 감상하다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지만 음악은 장면에 적절하게 활용되어 극의 몰입에 도움을 준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체로 16부작 동안 진행되는 긴 호흡의 드라마이지만, 3~4분의 음악만으로 장면을 다시 떠올리고 인물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제작자들도 시청자들이 OST로 드라마를 추억한다는 것을 알기에 내용과 어울리는 음색을 지닌 아티스트에게 음악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의 대표적인 OST라고 할 수 있는 <최백호 - The Night>는 놀라운 사례이다.

 

아티스트 최백호는 사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목소리가 아니다. 나 또한 그의 오래전 곡들의 제목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직접 노래를 찾아 들은 기억은 없다. 그런 그가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괴물>의 첫 화부터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이 곡은 그의 음악을 내가 처음으로 찾아서 듣게 했다. '만양'이라는 공간이 지닌 20년간 묻어있던 비밀스럽고 어두운 색채가 음악으로 적절하게 표현된 곡이다.

 

최백호의 묵직한 목소리는 드라마에서 오리지널로 참여한 곡 이외에 <부산에 가면>이라는 곡으로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 곡은 2013년에 발매한 그의 앨범 수록곡으로 드라마를 위해 제작된 음악이 아님에도 드라마의 완성도에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 특히 인물 '유재이'에게 의미 있는 곡이고, 실제로 이후 '재이'가 부산에 가는 설정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는 곡이다. 드라마 OST가 내용 진행과 시청자들의 몰입에 주는 영향이 막대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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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드라마는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 글에는 서술하지 않았지만 이제 단 4화만을 남겨둔 지금, 괴물의 실루엣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을 수사하는 인물들과 시청자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끊임없이 의심한다. <괴물>은 12화 동안 꾸준하게 예상을 벗어난 전개를 보여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또 어떤 반전이 일어날까 매화 긴장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내가 매번 떨리는 마음으로 시청하는 드라마지만 극의 완성도에 비해서 아쉽게도 시청률은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늦은 시간대에 방영하고, ‘심리 추적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본인이 보는 경우보다 ‘재밌다고 들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니 사실 지금껏 후자만 보았다.

 

하지만 기쁘게도 <괴물>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나처럼 인상적으로 본 시청자들이 주변에 소개하는 입소문 덕분인지, 시청률 상승으로 방영 중간에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더 좋은 소식은 지금까지 본 방송과 재방송 이외에는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마지막 16화가 방영된 다음 날인 4월 11일, 넷플릭스에 <괴물>이 공개된다는 것이다.

 

웰메이드 드라마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서 열혈 시청자로서 설레는 마음이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긴장의 정점을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되는 것과 동시에,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볼 동료 시청자들이 더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괴물은 누구일까. 정말 '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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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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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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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ㄴ
    • 좋은 기사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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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란
    • ㅇㄴ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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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ありがとう
    • 良い記事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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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란
    • ありがとう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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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만양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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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란
    • 고만양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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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 저도 ost, 와 연출 배우들 연기 특히나 신하균 여진구씨 박정제배우 러꺼비 아저씨등 진짜 모두~~ 제이까지 연기괴물들 잔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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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란
    • ㅇㅇOST 연출 배우 극본 엔딩까지!! 여운이 긴 드라마이죠... <괴물>에 출연했던 배우분들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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