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디에나 있지만, 독보적인 그래피티 - 스트릿 노이즈 STREET NOISE

내가 모르는 사이 흘러간 예술에 대해
글 입력 2021.03.1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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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영화를 보면서 그래피티를 하는 길거리 소년들을 종종 봤다. 최근이라고 하기엔 몇 해가 지났지만,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진 스파이더맨 영화만 하더라도 주인공의 리듬감 넘치는(?) 그래피티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아무래도 그래피티라는 문화 자체가 익숙하진 않았다. 여러 장르의 콘텐츠에서 그래피티라는 단어를 접해오다 보니 생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공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차라리 한국의 대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은 벽화봉사가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물론 벽에 그림을 그린다고 같은 행위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래피티는 해방을, 벽화봉사는 나눔이라는 가치가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피티


 

그래피티는 익숙한 소재들을 활용해 대중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예술의 한 영역이다. 단순한 낙서나 일탈이 아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현재와 과거를 비판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행위다.

 

마침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문화예술복합 공간인 P/O/S/T에서 'STREET NOISE'라는 전시가 진행되었다. 10명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롭게 다가오면서도 한 편으론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난 그래피티가 청춘이라는 시기에 자유를 위해 울부짓는 젊은 세대의 저항의식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예술의 영역보단 익숙하지 않은 어느 문화로부터 파생된 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래피티는 더욱 철학적이었고 벽에 그림을 그리던 이들은 저항과 해방을 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중 몇몇의 작품은 나에게도 익숙한 그림이었고, 뒷골목 소수의 문화예술이 아닌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하나의 장르였다.

 

 

 

STREET NOISE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모습의 그래피티가 나를 반겨주었다. 친구와 둘이 가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혼자 전시를 관람했기에 집을 나서며 조금은 쓸쓸했지만, 화려한 전시물들이 나를 반겨주면서 그 틈을 메워주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만나게 된 그림은 정장을 입은 채 그래피티를 그린 한 남자의 뒷모습이 담긴 작품이었다. '힙하다'라는 단어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내 세대는 '힙함'과 굉장히 친밀한 세대다. 물론 나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그동안 우린 '힙함'을 주장하는 수많은 것들을 만나 왔다. 음악과 영화, 미술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어지간한 새로움은 식상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회전][크기변환]KakaoTalk_20210317_163039199.jpg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얼굴도 보여주지 않은 이 남자의 뒷모습에선 계속해서 눈이가는 매력이 느껴졌다. 단정한 중절모, 긴 팔과 구부정한 다리, 그리고 빨간색으로 거칠게 적은 GRAFFITI까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만 보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그림을 물어본다면, 존 원(JonOne)의 그림을 뽑을 것 같다. 강렬한 붓 터치와 패턴은 도시경관을 표현했다고 한다. 컬러풀한 추상 스타일에서 그가 각각의 도시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나도 공감해보기 위해 한참을 지켜본 작품들이다.

 

난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공감을 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캔버스의 만화경은 감정을 뒤섞어 놓은 듯 했고, 높은 에너지 레벨이 느껴졌다. 모든 작품마다 그와 어울리는 향과 색이있다고 생각하는데, 분명 존원의 그림에선 열정과 땀 냄새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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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전시였다. 비주류에서 시작해 주류를 즐기는 많은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그들의 행위와 가치관이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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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볼거리,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지만, 이번 전시는 마냥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다. 이들은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감과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부조리함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다.

 

대중들에게 설득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과학기술의 진보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또 다시 느낀다. 이 날 그래피티의 역사의 일부를 마주하며 그들이 발생한 흐름이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겐 내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기분이었다.

  

특별한 하루였다. 단순히 누군가에 대한 예술의 역사에 몸을 담근 것이 아닌, 내가 모르는 사이 흘러가던 예술과 문화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하루였다. 이 작품은 아름답다, 이 작품은 강렬하다. 그런 외면적인 반응보다. 강렬한 붓질 한 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수십 번 생각하게 된 전시였다.

 

그래서 온전히 감동할 수 있었고, 내면에선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책임감마져 느껴졌다. 나를 비롯한 모두에게 각자의 매력과 내면을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럴 자격이 주어질 때까지 노력을 해야 한다.

 

 

[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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