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천재를 천재로 만드는 피, 땀, 눈물 - 넷플릭스 '퀸스 갬빗' [드라마]

글 입력 2021.03.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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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이 남긴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장을 처음 본 순간 '99%의 노력'이라는 말에 엄청난 동요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노력이 그만큼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했으며, 때마침 그 시절 급훈 중 하나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였고, 중2의 나는 그때부터 노력의 신화를 믿었던 것 같다.


시간은 흘렀고, 애쓰기만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노력해서 얻어 낸 무언가에 정말 노력만 있진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에디슨의 말에서 정말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99%의 노력이 아니라 '1%의 영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망설임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1%의 영감을 가진 사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에는 '1%의 영감'을 타고난 하먼이 진정한 천재로서 거듭나기 위한 성장 과정이 빽빽이 담겨 있다.

 

이 서사의 주인공인 하먼은 체스 천재이다. 하나를 가르쳐주니 열을 깨우쳤다. 주인공이 천재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설정은 언제나 희열을 준다. 저런 능력 하나 갖췄으니 앞으로 있을 방해물은 에피소드 두 개 정도의 분량이면 해결될 것이다. 이렇듯 방해되는 것이란 없어 보이는 하먼에게 유일한 방해 거리가 있었으니,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다. 이 드라마엔 악역 같은 악역이 없다. 하먼의 승리와 성공에 훼방을 놓는 건 매번 본인이다.


하먼은 엄마를 잃고 보육원에서 크는데, 그곳에서 주는 안정제에 중독된다. 안정제를 먹으면 실물의 체스판을 보지 않고도 천장을 보면서 체스를 할 수 있다. 그 장면들이 너무 잦고 반복되어서 보는 내가 불안할 정도였다. 내가 몰입 장인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설마 안정제 없이는 체스를 못 하는 설정인가 싶어서 '10초 앞'을 얼마나 눌러댔는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안정제가 없다고 체스를 못 하는 건 아니었으나, 잘 못 하게 되긴 했다. 그러니, 막상 천재에게 중요한 건 '천재성'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1%의 영감을 가진 그를 완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99%를 채우는 영감 외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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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만화, <하이큐>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니 이런 대사가 나왔다. '아츠무' 캐릭터는 '천재'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내가 매일 같이 1에서 10을 하는 것을 아츠무 같은 녀석들은 1에서 20을 하고 있어. 혹은 더욱 효과적인 10, 밀도 높은 10, 그리고 가끔 1에서 10이 아니라 A에서 Z를 해보면 어떨까?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녀석들이야. 그러다 실패를 해도, 가끔 남들이 미워하고 자신을 멀리해도 우리라면 소중히 할 무언가를 소홀히 하더라도 안하고는 못 배기는 녀석들이야. 목에서 피가 나도 달리고 싶어 못 배기는 녀석들이야."

 

- 애니메이션 하이큐 To the top 중에서

 

 

'천재'라는 단어로 단순 치환하기에 아츠무의 하루하루는 치열했다. 매일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시도하고, 견디고, 다시 도전하는 근성과 실천은 선천적인 재능을 뛰어넘는 천재성을 낳았다.

 

 

 

1%의 사람에서 100%의 사람으로


 

<퀸스 갬빗>의 마지막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바로 하먼이 재능을 뛰어넘는 열정과 근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먼이 하먼을 이겨내는 노력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바라고 바라던 경기에서 이겼다.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체스를 향한 1에서 20의 노력, 알코올과 안정제는 포기해도 체스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결정... 그런 것이 하먼을 천재로 만들었다.

 

100에서 1의 천재성이 없더라도 99만큼은 채워진다. 그러나 99의 노력 없이 재능만 있다면 다만 1에 불과하다. 노력의 신화를 신봉하기엔 세상이 그렇게 굴러가 주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지만, 그렇다고 노력 없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진 않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송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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