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럽하우스에 생길 혹은 절대 생기지 않을 기능 [문화 전반]

글 입력 2021.02.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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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의 묘미는 다중 동시 오디오 소통 외에도 그로 인해 파생된 견해들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이 있다. 아마 나는 그 부분이 더 흥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클럽하우스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는 룸이 개설되기도 했다. 파급효과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것은 그만큼 혁신적인 형태의 SNS라는 것을 의미한다.

 

포모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될 지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인해 유입되는 사람들이 반절, 트렌드를 읽으러 오는 사람이 1/4쯤, 같은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으러 오는 사람들이 1/4쯤 되지 않을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초대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후기를 적고 있다. 즉, “체험기를 서술할 수 있도록 허락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내가 클럽하우스에 입장하게 된 계기가 무엇 하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당당하게 ‘소외감이 무서워서 들어온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소셜미디어 분야를 공부한다는 걸 핑계 삼아 계정이라도 만들어놔야 내가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을 수도 있다. (모든 가입자는 내 핸드폰 번호만 가지고 있다면 내가 가입했는지, 아직 가입하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룸의 스피커(클럽하우스 내의 특정한 룸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혹은 내가 읽었던 클럽하우스에 대한 구체적이고 멋들어졌던 이론적 분석들처럼, 그렇게 논리적으로 꾸며보고자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지만, 나는 이제서야 서비스기획자가 되기 위한 초입에 서 있다. 그래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본다는 단계로 내리기로 했다.

 

 

 

1. 나의 소외기



클럽하우스는 시작하기 전부터 범상치 않다. <초대 속의 초대> : 먼저 소속되어 있던 가입자로부터의 초대, 그리고 발언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의 초대. 시험의 연속이랄까.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생긴다. (어쩐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니콜 키드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이떠올랐다.) 이것을 상쇄하기 위함인지 클럽하우스의 모든 설명 텍스트는 매우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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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 Wide Shut(1999) : 초대장을 확인받고 입장하는 장면

 

 

가입단계에서도 마찬가지. 자신의 관심사를 선택할 수 있는 툴을 살펴보자면 이렇게나 다양함이 존재하는 세상인 것을 체감할 수 있다.(실제로 세상의 다양함을 녹이려한다고 한다.)

 

간단한 단어들과 함께 기재된 이모지들을 보면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기능이 한순간 올드해 보이면서 클럽하우스의 정체성인 트렌디함이 훅 끼쳐온다. 여느 SNS에서는 볼 수 없던 관심사의 분류체계도 한 몫 한다. 예를 들어, Identity라는 대분류에서는 Women(여성), Gen Z(Z세대), Disabled(장애인), LGBTQ를, Faith라는 대분류에서는 유대교, 도교, 영성을 포함한 다양한 종교가 있다.

 

그리고 나를 좌절하게 하는 언어 분류. 여기서 기본 언어가 영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영어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서 자란 나의 관심사는 ‘영어 스킬을 어떻게 진보시키는가’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 한국어는 없다.  10개의 언어가 나열되어 있다. 물론 UI가 많아져 복잡성이 증가할 것을 염두 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언어사용자 수로 컷트라인을 정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영어를 제 1언어만큼 구사하지 못하는 나는 순식간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중남미여행에서 생존을 위해 아주 조금 배웠던 스페인어에 기대기로 하며, 스페인어에 체크했다. 기획자들이 정말 다양함을 담고자 한다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디폴트 값 역시 옵셔널하게 조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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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의 관심설정 페이지

 

 

어찌어찌 가입을 마치고 나면 내 관심사나 연락처로 연동된 지인들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룸 리스트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소 지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레퍼럴 시스템(친구 추천의 확장 방법)은 옵션으로 이용하지, 필수는 아니다.

 

게다가 SNS마다 암묵적으로 ‘핫’한 프로필 설정의 룰이 있다. 조금 둘러보니 대부분 자신의 업무 이력과 포지션을 상세하게 적고 있었다.(일론 머스크와 같은 스타들은 물론 아무것도 적지 않았으나) 오디오형식의 링크드인(LinkedIn)으로 성장할 클럽하우스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튼 내 분야의 현직자 분들을 만나기 위해 입성한만큼 나도 관심분야까지 꼼꼼하게 적어봤다.

 

생소함, 초기설정에서 오는 피로함(이 소셜미디어에서 강제하지는 않았으나, 형성된 커뮤니티의 암묵적 강제성으로 인한)과 클럽하우스에서 표방하는 ‘다양함’과는 다르게 잘못 설계된 분류 등은 다른 SNS에서 볼 수 있는 타임라인, 탐구, 프로필 설정의 형식으로 용이한 UI와 아주 필수적인 것으로만 구성한 페이지 수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치게 했다. 그러나 아직은 클럽하우스에 속할 필요성이 피로도를 이겨냈다.

 

모르는 사람과 수다를 떤다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져 내가 졸업한 대학교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방으로 들어가봤다. 한사람씩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하며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내 차례가 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발언권이 있는 사람(스피커)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 내가 속한 곳에서도 속하지 못하게 되다니!

 

갤럭시 모바일 사용자인 나는 다행히(?) 아이패드 와이파이모델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불행하게도(?) 연락처를 연동하지 못했다. 룸 페이지의 구성은 스피커, 룸의 참가자 중 스피커가 팔로우한 사람들, 기타 참가자 리스트로 크게 나뉜다. 그 말인 즉슨, 나는 아직 나의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 상태였고, 나는 ‘기타 참가자’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애플사의 기기와, 가입 시 레퍼럴 시스템,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 나는 여전히 ‘기타’군에 속했다.

 

 

 

2. 클럽하우스에서 볼 수 없을 기능


 

중독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관점에서 본 클럽하우스는 다른 소셜미디어와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비단 나 뿐만이 아니리라) 클럽하우스가 전파를 빠르게 탈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기존의 SNS와 유사한 배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차이점이 눈에 확 들어올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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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클럽하우스 타임라인 / (우) 창업자 Paul Davison의 프로필 페이지

 

 

그래서 이거 하나는 여기 안들어오겠다 싶은 것들도 떠오른다. 비슷한 서비스를 가지고 살아남으려면 다른 점이 분명해야한다. 사용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제공하지 않을 기능들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아직 햇병아리이므로 기획자의 말을 많이 빌렸다.

 

 

1)     실시간 방송 채팅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그 첫번째 기능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읽던, 그것과는 달리 가만히 듣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채팅 기능을 추가하는 순간, 오디오 SNS의 정체성은 깨진다. 그저 흔하디 흔한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사용 화면을 캡쳐해서 다른 SNS에 게시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방송 채팅 기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경험에 대해 전혀 기록할 수 없는 SNS가 클럽하우스이기 때문이다. 나의 ‘트렌디함’을 전시함과 동시에 나의 존재를 기록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적 특성이다.(선사시대의 벽화들을 보라!)

 

아직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한 기획팀은 텍스트까지 단속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부담이 아닐 수가 없다. 이 기록 욕구를 방송 채팅이 아닌 다른 도구를 이용해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 스피커나 모더레이터(룸의 진행자이자 스피커의 대표)로 활동했던 룸의 제목을 프로필에 게시할 수 있는 기능이라던가.

 

“Our goal was to build a social experience that felt more human. 포스팅을 업로드하는 대신 사람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 라고 기획팀은 밝혔지만, 어떤 규모로든 포스팅의 게시는불가피할 것 같다. (과시욕구와 기록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2)     녹음, 재방송

클럽하우스의 기획팀은 블로그나 다른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상황이나, 개선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헤이트 스피치에 대한 단속이다. 사실 클럽하우스는 종국에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제한적으로 서버를 오픈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포모증후군을 자극하게 된 것.

 

어쨌든 현재는 (내가 아는 한) 헤이트 스피치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유입될수록 당연히 발생 건수도 많아진다. 이 점이 기획자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 뿐인데, 그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며, “녹음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 “다중 방향”, “오디오” 소통이라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정체성인데, 녹음기능과 녹음기능이 필수적인 재방송 기능이 들어간다면 그 구분점이 모호해질 것이다.

 

헤이트 스피치에 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이 기능 탑재에 대한 요구는 계속 있을 것이다. 녹음 기능을 제공하고 싶지 않다면 대안은 분명히 필요하다.

 

 

3)     비밀대화방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것은 보장 하게 되기 마련이다. 삼성 인터넷을 비롯해 많은 인터넷 공급자들은 비밀모드를 내걸었고, 인스타그램은 지정 팔로워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을, 카카오톡은 오픈채팅방, 멀티프로필 기능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에서 이런 프라이빗 기능이 도입되지 않거나,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우선 클럽하우스의 초기 모델은 라는 이름의 오디오 형식 소셜 미디어였다. 다만 현재의 클럽하우스와 다른점은 일방향 소통이라는 점이다. 즉, 락페스티벌이나 스탠딩쇼처럼 리스너는 스피커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발언권은 없었다. 이 출발점은 기획자가 오픈스페이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All Open”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전세계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것 역시, 누구에게나 제약없는 장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기획의도를 고려한다면 비밀대화방이 어플 게시 초기에 도입될 일은 적어보인다.

 

 

 

3. 클럽하우스의 정체성


 

앞에서 언급했듯이, “실시간”, “다중 방향”, “오디오” 소통이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오픈 스페이스”일 것이다. 개발자가 직접 앱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 정체성을 구현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스피커로 등장한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이 오픈 스페이스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들을 모두 안고 끝까지 갈 수 있냐는 것이다.

 

일반적인 콘텐츠로 소비하고 있는 비디오, 이미지, 글 대신 오디오를 이용하면서 과부하처럼 보였던 소셜미디어 계의 니치포인트(Niche : 틈새시장)를 열었다. 특히 시각적 자극을 주로 이용하던 기존 사업구조에서 청각을 이용하는 것은 획기적이다. 인터넷 상의 글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풀기 위한 모델링이 개발되는 와중에 그 뉘앙스를 전달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목소리를 이용하는 것이 직관적이지 않은가?

 

소셜미디어 중에서 나의 현실과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상호작용이 있었나? 아마 처음일 것이다. 손과 눈이 동시에 묶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중독은 모든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오디오적 특성으로 인해 자의적이지 않은 시간상의 갭(Gap : 간격)이 생긴다.

 

스피커가 된다고 하더라도, 일정 시간동안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이다.(일반적인 대화이므로) 그럼 꼼짝없이 듣기만 해야하는, SNS상에서의 내 행동을 멈추어야 하는 시간이 생긴다는 말이다.(구시대의 SNS 습관을 버리지 못한 나는 자꾸 룸 타임라인에서 다른 방을 기웃거리기는 한다만)

 

이것이 어쩌면 이 광풍을 몰고 온 새로운 소셜미디어가 미디어 중독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지게 한 조금은 나은 해결책일 수도 있겠다. 나는 클럽하우스를 플레이해 놓은 상태에서 내 서류를 처리할 수도, 집안일을 해결할 수도 있다. 아, 물론 다른 SNS에 로그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라디오와 구분되는 점이 다중 소통, 정해져있지 않은 시간표 정도인데, 이 두가지가 라디오, 팟캐스트, 여타 다른 SNS를 이기고 우뚝 올라설 특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유튜버라는 신종 직업에 이어 “클러버(임의 작명)”라는 직업이 유인책으로 떠올랐다. 클럽하우스에서 올해 1월 24일에 업로드한 글에 따르면 클럽하우스 크리에이터에게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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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breaks

 

 

그렇다면 이제 정말 클럽하우스의 이윤모델이 확실해져야 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아직까지는 광고계의 침투가 보이지 않는 이 신종 SNS에서 크리에이터에게 금전을 어떻게 지급할지, 클럽하우스 내 생성된 클럽에게 결제를 요구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전세계에 오픈을 향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의 유료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나, 상업적인 목표가 생긴다면 SNS의 페이지는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정이 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만간 클럽하우스의 서비스에 큰 개편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오픈 스페이스”라는 성격이 기획자들에게 매우 큰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어플리케이션 내부에 최대한 다양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그들이 매우 많은 것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기획자들은 이전의 기획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식 블로그에서는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하며, 육아로 바빠 서버 증축이 느려지고 있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등 친밀감을 구축하며 사용자들과 거리를 좁히는 데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

 

어플리케이션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상으로 기획과정과 해결과정, 피드백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베타버전을 이렇게나 길게 시행하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꿈꾸는 세계관이 우주통일인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이 “오픈 스페이스”의 성격 하나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은 확실해보인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과 불만이 점철되고 있다. 녹음기능 없이 헤이트 스피치를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전 세계로 오픈하는 과정에서 포모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은 무슨 잘못인가? 몇 분 전에 접속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알 필요는 무엇인가? 내가 어떤 방에 접속해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접속시간이 긴 사람들에게 보상과 유인책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더 초대할 수 있는 초대장 뿐인가? “좋아요”라는 기존 SNS의 보상 체계를 무엇으로 이겨낼 것인가? 어떤 심리를 자극하여 클럽하우스에 지금 반짝이 아닌 더 오랜 기간동안 머물게 할 것인가?(이는 무척 중요해 보인다. 중독심리가 작은 편인 나는 사실 벌써 질렸다.) 그 어떤 심리를 찾아낸다면 기존 SNS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인가?

 

어쩌면 내가 살면서 절대로 말을 섞어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곧 내가 그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좌절감을 겪기도 하고, 생각보다 소소한 얘기가 오가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 그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또다시 좌절. 나는 열심히 산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에 또다시 좌절.

 

대개 발언을 하는 이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아주 옛날에, 스몰톡이라는 말이 이제 막 나오던 시기에는 화장실을 기다리는 줄에 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화장실의 수를 일부러 줄였던 경영 사례도 있다.

 

나는 아직도 근 한달동안 스피커의 자리에 올라본게 딱 한 번 밖에 없다. 친한 친구들끼리야 다른 소통방법이 있고, 그 외에 클럽하우스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은 주로 업무 특성이 겹치는 사람들끼리 몰려있다. 관심사를 구분해두었지만 경쟁사회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경쟁 콘텐츠에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로 스피커들은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차지하게 된다. 생각보다 소소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스피커는 감히 꿈꾸지 않게 됐다.

 

어떤 룸은 발언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유사 직종끼리 인맥을 교환하기 위해 서로 프로필을 보고 다른 SNS로 넘어가자는 것이다. SNS 속의 SNS, 결국 링크드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아주 피곤한 일을 생산해 낸 것이다.

 

이 피로도는 클럽하우스 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 마지막 SNS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금융관리처럼 SNS 통합 관리 시스템이나 만들어라. 신경쓸 것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참고

클럽하우스 공식 블로그

클럽하우스 공식 가이드라인

Andrew Chen. Investing in Clubhouse.

배경이미지 MacRumors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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