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량함 가득한 힐링 로맨스 - 해변의 에트랑제

방황하는 청춘, 그리고 두 소년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2.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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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 네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키나와 외딴섬, 해변 벤치에 혼자 멈춰있는 소년 '미오'. 그런 미오가 몹시 신경 쓰이는 소설가 지망생 '슌'.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졌다 생각한 순간, 미오가 돌연 섬을 떠난다.

 

그리고 3년 후, 그토록 그리워하던 서로를 다시 만난 둘은 이제 마음을 알아가며 서툴지만 따뜻한 사랑을 시작하는데…

 

 

 

청량함을 담은 작화


 

2월 16일, [해변의 에트랑제] 시사회를 보기 위해 코엑스 메가박스로 걸음을 옮겼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기에, 영화관에 걸려있는 포스터를 보고 대략 여름 날씨 속 바다 풍경과 함께 청량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소소하고 가벼운 로맨스 스토리일 것이라 어림짐작한 게 전부였다. 포스터 속 작화가 마치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을 떠올리게 만드는 찬란하고 화려한 비주얼이라,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영화를 시청했다.

 

‘해변의 에트랑제’는 애니메이터 출신 원작자 키이 칸나가 캐릭터 감수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였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인물부터 배경까지 마음이 정화되는 완벽한 작화가 특징인 원작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려 아름다운 영상미를 갖춘 영화인 만큼, 영화 러닝타임 내내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넋을 놓고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종이에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낸 것만 같은 텍스쳐 또한 시선을 잡아끌었다.

 

몽글몽글한 구름과 빛나는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아래에 소소한 대화를 건네는 두 소년의 모습이 청량하고도 따뜻하게 다가왔다. 마치 예능 효리네 민박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아담한 집과 꽃으로 둘러싸인 풍경, 그리고 잔잔하게 빛나는 바다 풍경은 힐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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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흘러간 3년의 세월


 

비주얼은 눈이 즐겁도록 화려했지만, 이야기 구성은 조금 아쉬웠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은 3년의 공백 끝에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인물 간의 심리와 성격, 그리고 상황이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지는 지점이었던 만큼 더 자세한 서술과 자연스러운 연결이 중요한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이 3년간의 공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았기에 재회하기 전과 이후에 표현된 인물들의 감정이 온전히 와닿지 않았다.

 

만화 원작을 59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압축하려다 보니 심리 서사가 많이 압축되고 지워진 것 같았다. 어떠한 추가적인 장면 없이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기에 이후에 나오는 미오와 슌과의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만큼, 영화의 빠른 전개가 그저 갑작스럽고 어색하게만 다가왔다.

 

이 3년간의 공백 외에도, 영화 ‘해변의 에트랑제’는 전체적으로 주인공에 내면 심리나 상황 등에 대한 서술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 2명의 나이를 알 수 없었는데, 영화를 보며 미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슌은 고등학교 등교 시간에도 글을 쓰고 벤치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졸업한 지 시간이 꽤 흐르지 않았을까 추측하며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본 이후에야 원작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두 주인공이 6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도 다소 아쉬웠다. 로맨스 영화에서 인물간의 관계와 심리를 탄탄하게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좋아하게 된 이유 혹은 계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의 에트랑제’에서는 이러한 요소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 속 시간과 인물 간의 표정과 짤막한 대화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유추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조금 더 장면 간 전환을 느리게 잡고 심리 서술과 인과관계를 명확히 했다면 영화를 이해하기에 훨씬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떨어져 지낸 3년간의 세월을 그저 장면 전환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추가적인 내용을 덧붙였더라면 조금 더 슌과 미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빠져들 수 있었을 것이다.

 

3년간의 공백기 동안 슌과 미오가 편지를 주고받았다거나, 아니면 전화로 대화를 하며 친밀감을 쌓는 장면을 넣는 방식 등으로 인물의 내면 심리에 대해 자세하게 풀어내었다면 더 이해하기에 수월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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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


 

인과관계와 3년간의 공백기 표현은 다소 함축적이었지만, 영화 내에서 슌과 미오가 서로 좋아하게 된 이후에 방황하고 고민하며 갈등하는 장면들에서는 대사와 행동, 표정 등을 통해 온전히 미오와 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러닝타임 중 많은 시간이 주인공 둘의 갈등과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기에 인물 간의 갈등과 고뇌가 더욱 깊이 있게 와닿았다.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한 바닷소리와 섬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 귀여운 캐릭터 작화가 함께 어우러져 따뜻하고 푸근하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탄탄한 스토리, 혹은 반전이나 복선이 있는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해변의 에트랑제’가 가져다주는 조용한 감성과 잔잔한 이야기는 색다른 힐링을 선사해 주었기에,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라면 해변의 에트랑제를 감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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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에트랑제

- L'ETRANGER DU PLAGE -

  

 

감독/각본

오오하시 아키요

 

출연

무라타 타이시

마츠오카 요시츠구

시마무라 유우

 

장르 : 애니메이션, 멜로/로맨스

 

개봉

2021년 02월 1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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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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