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앞서나간 자들의 통찰력을 맛보다 - 진리의 발견 [도서]

글 입력 2021.02.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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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을 쓴 저자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고전을 읽으면서, 세계문학 전집을 도장 깨기 하듯이 읽어나가다 보면, 거대한 세계관 아래 사소한 부분까지 만들어낸 창조주 역할을 한 작가에 대한 경외심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인생에 한 번쯤은 저렇게 박수를 치게 만드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는 마음 한쪽의 꿈이 자극되는 동시에 그 이야기가 탄생하기까지 작가의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싸웠을 그 노력에 대해 부러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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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작가 마리아 포포바는 지나간 일상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이를 삶을 살아내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는 작가다.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길 때도 있었으며, 같은 아픔과 장벽을 느끼기도 했기에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에 너무나 닮고 싶었다. 현실의 한계를 포착해 이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에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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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러 인물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그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작가의 노련함과 삶의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인물의 삶은 우연한 만남과 친구, 모임, 편지, 연인 등 예기치 못한 연결고리와 매개체가 생겨나 다른 인물로 연결된다. 이렇게 각종 정보를 담으면서 시대의 연결을 느끼며 지금도 내 주변에 살아 숨 쉬는 현실을 반영한 책은 내 인생에 몇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p. 16

 

 

책 통틀어 여러 인물들을 다루면서 작가는 사람이 진실을 추구하도록 부추기는 힘의 큰 부분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프롤로그에서 만난 이 문장은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케플러, 마리아 미첼 그리고 마거릿 풀러로 끝나는 이야기를 만나며 비로소 저 문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상과 사상 사이, 학문과 학문 사이, 문화의 자취 사이, 변화의 시작을 끌어낸 인물들의 연결지점을 집어내었다. 정답보다는 여러 해설을 쫓았던 인물들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고 이는 서로 연결되어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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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케플러가 어떻게 시인과 작가까지 연결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이 책은 결국 여러 인물의 교차된 전기이자 과학사이자 문학사이며, 마침내 사랑 이야기로 완성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무작위성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어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미지의 것이 우리 앞에 입을 벌리고 있을 때 그에 대한 불안감을 미신과 신화라는 우리가 아는 확실성으로 채우는 것, 상식과 이성이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할 때 마법과 요술을 들먹이는 것은 우리가 지닌 공상의 능력이다. 한편, 바로 같은 능력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사실을 뛰어넘고 습관과 인습으로 규정된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진실의 새로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동전이 어느 쪽으로 뒤집히는가는 그 상상력을 운용하는 인물의 용기, 자연, 문화, 인품의 어림할 수 없는 조합에 따라 결정된다.

 

p. 28

 

 

1617년, 요하네스 케플러는 수학자, 과학자로서 살아가기에 제약이 많았던 시대에 살고 있었다. 자연보다 신의 권력이 더욱 중요했던, 악마의 존재가 실제와 가까웠던 그때,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는 시대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그가 꿈꾼 패러다임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짧게나마 알고 있었던 케플러의 삶을 이번 계기로 조금은 더 알게 되어 뜻깊었다. 그저 갈릴레오와 짧은 소통으로 지동설을 꿈꾼 인물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성직자와 그가 살던 시대에 일어난 아픈 광경을 접한 그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인간이 불안감에 떨게 만드는 그 요소를 확실성으로 없애기 위해 공상 능력을 활용한다. 마녀가 우리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둥 온갖 미신, 요술이 판쳤던 사회에서 케플러는 그 동전의 양면을 바라봤다.

 

상상력을 품은 인물의 생각과 여러 배경 요소의 조합으로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다.

 

 

어머니를 불학무식하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본성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결정한 사회적 위치였다. 이 세계가 지적인 깨달음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하늘의 별만큼이나 불변의 자리에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p.48 케플러

 

 

그의 어머니는 마녀재판에 회부되었다. 케플러가 살고 있던 시대, 마녀재판이 자행되던 광경들을 보며 그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원인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기에 그 무지에서 비롯된 믿음과 여러 행동은 결국 악마의 소행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원인을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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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원인을 찾아 비판하는 글을 쓰는 모습이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었던 시대에 존재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자유보다 여러 억압이 많고 불평등이 올바른 평등이라고 받아들인 시대에 예리하게 통찰력을 발휘했다는 자체에 압도당했다.

 

케플러의 인식에서 포문을 연 이 이야기는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로 이어진다. 사랑과 이별, 죽음의 소재를 즐겨 다룬 디킨슨, 여성 저널리스트 마거릿 풀러도 등장해 독자들이 현실을 생각하게까지 만들고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목차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누군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천문학자, 인문학 전문가, 작가, 시인 모두에게서 배울 점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소름이 많이 돋았다. 그들에 대한 호기심, 흥미와 함께 새롭게 인물들을 알아간다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시대보다 앞서나간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나의 역할과 능력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이 앞서나간 자들처럼 인생의 통찰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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