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른이 동화를 읽는 이유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도서]

글 입력 2021.01.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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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중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뛰어가는 토끼. 그리고 호기심에 찬 눈으로 토끼를 따라가는 앨리스. 끝이 없는 것 같은 굴 속으로 빠져 내려가며 펼쳐진 이상한 나라의 그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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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다시 읽을 수 있는

소설 중 하나

p.9 추천의 글 이다혜

 

 
 
동화를 기억하는 어른들

 

 

동화 -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 대체로 공상적ㆍ서정적ㆍ교훈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초조하게 뛰어가는 토끼'를 보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른다. 한 입 베어물은 독사과를 생각하면, <백설공주>가 떠오른다. 길게 머리를 기른 아름다운 소녀를 생각하면, <라푼젤>이 떠오른다. 이렇게 우리는 어릴 때 만난 백설공주, 인어공주, 앨리스와 같이 아름다운 동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꿈을 꾸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 이야기에 대한 로망과 꿈을 안고 산다.
 
키덜트와 어른이들을 위한 각종 향수를 불러오는 상품들과 서비스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꿈 하나만큼은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봐온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를 너무나 좋아한다.
 
그렇게 어린이를 위한 동심을 담은 동화를 기억하며 우리는 다시금 동화를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키덜트 굿즈들을 사며 마음속 작은 로망들을 하나둘 실현해나간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림 위주인 큰 글씨의 동화책들을 읽다보면 기분이 나아지고 편안해진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때도 지금 하는 고민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고 이상한 나라에서 함께 다양한 동물들과 사람 아닌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만남

 

동화는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다. 그래서 권선징악의 형태가 다수이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 적정한 수위에서 교훈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오랜만에 책으로 직접 동화를 읽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곤, 회중시계를 들고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가는 호기심 많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라는 세계관에서 몸집이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하고, 여왕을 만났다가 결국 꿈에서 깨는 내용이라는 것이었다. 제대로 모든 내용을 알지도 못하지만, 앨리스가 예쁘고 이상한 나라가 귀엽게 펼쳐진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 동화를 좋아했고 심지어 앨리스 전시회까지 가서 사진을 몇 백장 찍고 왔던 기억이 난다.
 
이제야 제대로 앨리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읽게 되어 다행이다. 성인이 되어 읽어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어릴 때부터 접하고 나서 생긴 이 동화에 대한 원래 생각이 뒤집히기도 하였고,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이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라기도 했다.
 
 
 
아이의 시선에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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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의 특별한 점은 이 동화의 사건은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더욱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다른 동화도 몇몇 해당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동화는 특별히 더 그렇다.
 
사실 동화의 세계관을 현실에 대입해서 바라보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된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기승전결이라곤 없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하고 우후죽순 성공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반발심과 의구심이 들어 어떠한 드라마나 이야기의 흐름을 볼 때 논리를 따지거나 주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사건인지 생각해보는 의도치 않은 버릇이 생겼다.
 
너무나 말이 되지 않는 상황만 아니라면, 이 이야기는 드라마니까, 소설이니까, 현실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넘어가곤 하는데 이렇게 사건 전개에 이유를 찾아보는 버릇이 동화를 읽을 때도 나올지는 몰랐다. 그래서 동화책을 읽으며 벙쪄서 '이게 무슨 전개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자체가 내가 너무 현실에 굳어져버린 어른임을 알려주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 많이 놀랐다.
 
나도 이제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동화를 바라볼 수 없을까 약간의 씁쓸함과 절망을 맛본 뒤, 그냥 술술 읽어내려가보자고 마음을 먹고 노력했다.
 

 

뜻을 파악하려는 목표는 수포로 돌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인지 알 것만 같다. 영원히 다시 읽을 수 있는 소설 중 하나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이유다.

 

p.9 추천의 글 이다혜

 


책 이름처럼 이 세상의 세계관은 이상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계속 펼쳐지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말이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절대 통하지 않고 맥락없이 뚝 끊겨버린 채 또 다른 인물과 대화가 시작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이다혜 작가의 추천의 글을 읽었더니 글에 담긴 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말도 안되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보며, 이를 따지려는 노력보다는 읽어내려가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다.
 
어쩌면 이런 동화에서 그런 앞 뒤 구조를 따져 논리적으로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자체가 웃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태도는 동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읽으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의 동심이 담긴 동화를 그런 태도로 따지고 들어 막장 드라마처럼 부정적으로 본다는 자체가 어른의 배려없는 무시와도 같다고 느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이야기를 면밀히 파악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읽다보면, 이 책은 영원히 다시 읽을 수 있는 소설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앨리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이 책을 바라보며 얻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까웠고, 따지려는 태도를 가지지 않고 책을 읽어나가도 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편안함과 앨리스의 행동대장과 같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흥미에 더욱 집중해 읽다보니 기분이 나아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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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래도 편안하게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는 무엇보다 이 책의 그림이었다. 갖가지 색깔들로 그려진 앨리스와 숲, 여왕과 왕, 도도새와 쥐, 오리, 새, 트럼프 카드까지 너무나 귀엽고 이상하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를 잘 표현했다. 나도 한번 따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삽화다.
 
이 디자인을 맡은 애나 본드는 저번에 읽기도 했던 <작은 아씨들>도 디자인을 했다. 그림체가 비슷하여 보자마자 같은 디자이너가 그린 것인가 궁금했는데 걸 클래식 컬렉션의 미술 작업을 맡고 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런 동화책을 어른들이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마음을 훔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표지만 봐도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 속으로 다시 들어가 동심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글자로만 읽어선 제대로 상상하기 힘든 세상을 몇몇 그림으로 표현해주어 읽으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지금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어서, 책 속 장면들을 최대한의 상상력을 담아내 그려내는 일의 힘듦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어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의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책임감이 들지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 일러스트로 완성된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값지게 다가온다.
 
아이들의 상상력 만큼을 따라갈 수 없기에 오히려 그림으로 그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느낄 수도 있어서 동화책에 걸맞는 그림을 그리는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느끼기엔, 이 책은 충분히 이상한 나라의 풍경들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고,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충분한 책이다.
 
*
 
오랜만에 동화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싶으면서도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상충해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자 한다. 항상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이 동화처럼, 나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듬뿍 담아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허무한 이야기일지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눈도 키우고 싶다. 이 동화처럼,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그림 혹은 글, 사람 자체로 함께하면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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