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기억속의 개그맨은 살아있다 [예능]

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것,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
글 입력 2021.01.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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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주는 곳. TV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특히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해내는 코미디와 예능이 그랬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개그맨은 뽑히지 않고, 우리의 일요일을 즐겁게 해주던 개그콘서트는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누군가는 더 이상 개그맨의 개그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울고 웃던 즐거움이 변한 것일까? 혹은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이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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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처음 접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엑스맨>이었다. 아주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풋풋했던 시절의 강호동과 유재석은 잊히지 않는다. 촌스럽고 오그라드는 자막들과 투박한 표현을 지금 보면 다른 의미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TV 예능의 호황기가 이어졌다. KBS의 <1박 2일>, 그리고 MBC의 <무한도전>을 필두로 주말 예능이 우리의 삶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거기다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한 주의 시작 전 우리에게 가장 큰 웃음과 에너지를 선사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대는 머물러있지 않았다. 유튜브의 성장으로 미디어 시장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방송사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까지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되었다. 더불어 즐거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개그와 풍자에서 힐링과 삶으로 점차 변화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예전의 예능을 자극적, 단순함, 자기 비하 등의 표현으로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바로 나비효과일까. 미디어 구조의 변화로 방송사는 위기를 맞았고, 그들은 재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응의 결말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방송사들도 적극적으로 유튜브 시장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전의 것들은 쉽게 버려진다. 이제 우리는 방송사 공채 탤런트라는 말을 들을 수 없다. 모든 방송사에서 개그맨 모집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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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이 활동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났다. 또한, 개그맨이 메인 MC로 활약하고 이외의 배우, 가수 등의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등장하던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은 ‘개그맨의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프로그램’으로 변화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직접 MC가 되어 진행하기도 하며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즉, 과거 개그맨이라는 직업이자 캐릭터로 합쳐져 있던 웃음과 즐거움의 요소가 이제는 굉장히 산발적으로 다양하게 퍼져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미디어 시대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개그맨’의 종말을 가져왔다. 자연스럽다고 표현했지만, 결코 자연스러울 수 없는 일이다. <유퀴즈 온 더 블록> 개그맨 편에서 심형래가 등장해 이런 말을 했다. 유재석이 “개그맨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라고 말하자, 심형래는 “코미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코미디는 각 분야로 녹아들어 간 것이다. 없어졌다 생각하지 말고 각 분야에서 그냥 또 일을 하면 된다. 이전에도 지금도 그렇듯 수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기고 사라진다. 또 이제 곧 새로운 코미디 스타일이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했듯 무언가가 다양한 곳으로 흡수되고, 또 사라지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현상은 비단 코미디뿐이 아니다. 변화는 우리 삶에 언제나 찾아오는 손님이며 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그러나, 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개그콘서트를 보며 또 맞이하는 한 주의 시작을 실감하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며 나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던 개그맨들을 잊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분명 그들이 전해온 코미디는 여전히 우리의 삶에 존재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들이 선사해준 그때의 즐거움을 기억한다.

 

 

[정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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