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들 '송가인' 한번쯤은 품어봤잖아요 [음악]

글 입력 2021.01.15 19:4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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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만난 고모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각자의 삶을 사느라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떠한 연유로 서울 한복판에서 고모와 나, 두 사람이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모를 만나기 1시간 전, 나는 10년 전을 떠올렸다. 그렇다. 나는 단 한 번도 고모와 독대를 해본 적이 없다.


무슨 이야기로 우리 사이의 공백을 채울까. 그때 ‘송가인’이 떠올랐다. 고모와 10년의 세월을 톺아보고 난 후, 정적이 흐를 때쯤 내가 말했다. “고모, 미스트롯 보셨어요?” 이 질문으로 지난 10년의 어색함이 말끔히 사라졌다. ‘송가인’이라는 가수 하나로 50대 고모와 20대의 내가 한순간에 ‘절친’이 되었다.


‘송가인’이 내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온 순간이다. 그때부터 송가인이라는 가수에게 스며들게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의 NEW 취미!



‘송가인’은 일상에 매몰되어 있던 어머니,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의 숨통을 트이게 한 존재다. 이전의 대중문화라 함은 MZ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 세대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예능마저도 tvN <꽃보다 할배>처럼 ‘시니어 예능’이 간간히 나오긴 했지만 이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세대가 주 시청자였다.


따라서 중장년층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가볍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란, 산행, 여행, 낚시 등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기억하고 있던 10년 전 고모는 음주를 즐기셨다.


하지만 TV조선의 선구안이 통했다. 중장년층은 생계에서 한발짝 떨어져 본인의 삶을 찾아갔고, 그들은 ‘골든 그레이(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을 일컫는 말)’가 되었다. TV조선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중장년층은 ‘건강한 취미’인 트로트를 향유했고, 그 중심에는 송가인이 있었다.


실제로 한 지인의 아버지는, ‘미스트롯’에 출연한 송가인을 보기 위해 ‘칼퇴’란 걸 하셨다고 한다.

 

 


트로트에 한국 색을 입히다.




송가인 '꿈'


 

충격적이었다. 소위 ‘국뽕에 취한다’는 말이 뭔지 단번에 이해했다.


전통 타악기인 북의 웅장한 소리로 무대가 시작되고 무대 양옆에 삼고무를 선보이는 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사위로 무대를 채운다. 무대 뒤에는 이상적인 삶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한국 전통문양’이 등장하며 송가인의 염원인 ‘화서지몽(좋은 꿈)’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 후, 송가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에헤라디야 에헤라디야’. 온몸에 전율이 인다.


노래가 후렴구로 치닫자, 북청사자놀음의 사자탈이 등장하여 무대를 휘감았고, 송가인의 한이 서린 목소리가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야말로 ‘절정’에 달한다. 무대는 대서사가 깔린 한 편의 영화 같다. (이전에 필자가 쓴 글의 본문에서 발췌한 문단이다)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


 

[크기변환]송가인 악인전.png

KBS <악인전>에서 '가요'를 부른 송가인

 

 

KBS 2 <악인전>에서는 댄스,tvN <사랑의 불시착> OST로는 발라드, 한 방송에서는 팝송 ‘You Raise Me Up' 그리고 송가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국악까지. 송가인은 트로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트로트와 매시업(Mashup)하거나 커버하면서 트로트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크기변환]사랑의 불시착.png

 


송가인의 ‘전략’이 통했던 걸까. 우후죽순 나오는 트로트 가수 그리고 ‘트로트 춘추전국시대’에 트로트에 대한 권태로움이 생겼지만 송가인의 무대는 꼭 찾아보게 된다. 마성의 매력을 가진 가수다.

 

*

 

“송가인 노래 들어본 적 있어?”


나의 질문에 10명 중 10명이 “응!”이라고 답했다. 모두 20대였다. 그만큼 송가인이 ‘미스트롯’에서 우승한 2019년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트롯 커리어’는 견고하다. 무엇보다도, 나와 고모와 사이의 친밀도를 높여준 존재다.


아직까지도 플레이리스트에 송가인 노래가 하나둘 쌓이고 있다. 대중문화에 큰 돌풍을 몰고온 송가인. 계속해서 그가 고모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줬으면 한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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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안타레스
    • 근래 다양한 경연프로그램을 보면서 느낀게 역시 소리(국악)를 한 사람의 스펙트럼은 엄청나다는걸 느꼈습니다
      그걸 해내는게 보여주고 있는게 송가인이란 가수가 아닌가 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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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을섭
    • 저도 미스트롯 첫등장부터 봤는데 그이후로 수많은 트롯트가수가
      봇물터지듯 나와서 내가슴을 스치고갔지만 송가인만큼은 영원한
      저의 원픽이네요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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