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 시대의 공연 관람 [공연예술]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온라인 공연 중계
글 입력 2020.10.1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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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온라인 공연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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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분야의 오피니언을 쓰지 않은 지 5개월이 넘었다. 전에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예술에 관한 글을 썼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연 관람 자체를 자제하다 보니 쓰지 못했다. 그동안 공연계는 거듭되는 공연 취소와 재예매, 좌석 띄어 앉기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나가고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공연 중계였다. 브로드웨이, 대학로 할 것 없이 국내외 극장이 모두 문을 닫자 온라인 공연 중계가 공연 관람의 대안, 새로운 바람으로 등장했다.

 

공연계에서 온라인 공연 중계가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종종 온라인 공연이 중계되어 왔지만,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작품이 온라인으로 중계된 것은 처음이다. 온라인 공연 중계의 유료화 역시 처음 시도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온라인 공연이 새로운 관객층 유치와 실제 공연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인지,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코로나라는 새로운 환경에 처한 지금, 온라인 공연과 유료화는 앞으로의 공연 관람 문화에 과연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온라인 공연만의 매력, 연극 'Q'


 

먼저,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공연의 핵심이 현장감에 있다고 말한다. 집에서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공연을 보는 것은 카메라를 거치지 않은 인물과 이야기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온라인 공연이 이 현장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혹은 현장감을 대체할 만한 어떤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과는 또 다른 재미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 매체의 특성을 공연 장르에 잘 결합해 새로운 매력을 창조한 사례로는 연극 'Q'가 있다. 2016년 5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공연된 연극 'Q'는 본래 작품 속에 영상 매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연극인데, 이 점을 활용하여 연극계 최초로 영상 중계를 시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최근에는 공연 전막 상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2016년에 연극 전막을 생중계로 선보인 것은 전례 없는 시도였다.

 

전막 상영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였지만, 무엇보다 'Q'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과 워킹, 영상  연출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영상 매체의 특성과 공연의 특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중계 영상은 더욱 깊이 있고 새로운 관점에서의 작품 감상을 경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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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Q'의 무대사진과 공연사진

 

 

연극 'Q'는 연쇄 살인을 저질러 체포된 ‘싱페이’가 온 국민과 언론의 주목과 증오를 받게 되자, 한 스타 프로듀서가 싱페이의 작업실에서 싱페이를 심문하고 처형하는 모습을 라이브 리얼리티 방송으로 송출하는 내용의 극이다.

 

연극은 싱페이 사건에 대한 뉴스 속보로 시작하는데,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한다면 무대에 설치된 여러 대의 TV로 뉴스를 보게 된다. 하지만 중계 영상에서는 뉴스 화면을 직접 송출하여 실제 뉴스를 보는 것처럼 몰입감을 높였다. 프로듀서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사회를 보는 것 또한 그대로 중계되어 마치 극 중 인물이 제작하는 리얼리티 방송을 시청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 중계 영상은 객석에 앉아서는 볼 수 없는 각도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영상 매체의 기법을 적극 사용했다. 특히 극 후반에 싱페이가 욕조에서 구타를 당하는 장면은 욕조 위에서 촬영하여 잔인한 싱페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연출했다. 객석에 앉아 공연을 볼 때는 욕조가 설치된 높이와 욕조의 벽 때문에 싱페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분히 영화적인 이러한 연출은 장면의 잔혹성을 부각하며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극 'Q'는 페이스북을 통해 세 번의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여 실시간 시청자 수 1,040명을 기록했다. 중계를 본 사람들이 직접 공연장을 찾으면서 이후의 공연이 매진되기도 했다. 연극 'Q'의 이러한 성공적인 시도 이후, 연극·뮤지컬 분야에서의 공연 실황 중계는 비교적 보편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오프라인 공연의 현장감


 

나 역시 연극 'Q'의 중계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고 깊은 인상이 남았지만, 여전히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감이었다. 그래서 언제든 직접 공연장에 갈 수 있었던 코로나19 이전에는 종종 있던 온라인 공연 중계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극장에 가기 힘들어지면서, 많은 공연 단체들이 온라인 공연을 시도했고, 나 또한 중계 일정을 기억하고 기다리며 보고 있다. 특히 2020년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4개의 뮤지컬을 중계한 ‘케이뮤지컬온에어’는 나흘 동안의 저녁 시간을 즐겁게 채워주었다.

 

온라인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 다른 인물의 표정을 보여줬으면 서사 이해에 더 도움이 더 됐을 텐데’, 혹은 ‘이 장면에서는 무대 전체를 보여줘야 조명과 배우들의 동선이 더 멋있게 보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오프라인 공연에는 시선의 자유가 있다. 같은 장면이어도 관객 각자가 자신이 보고 싶은 부분을 본다. 그래서 같은 장면에서의 또 다른 부분을 보기 위해 재관람을 거듭하기도 한다.

 

물론 카메라의 시선에서 봤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이 전해진 부분도 있었다. 한국전쟁 중 무인도에 갇혀 정을 쌓는 남북한 군인들의 이야기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군인들이 열매가 가득 담긴 군모를 무대 중앙에 두고 퇴장하면서 서로 헤어지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온라인 공연에서는 카메라가 이 군모를 클로즈업하며 마무리되어 더욱 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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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온라인 공연을 본 후에는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와 같은 느낌과 감정이 들지 않는다. 무대와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지 못하고, 영상 음향이 잡아내지 못하는 풍성한 소리와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공연 관람’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객석에 앉아 공연을 보는 무대 위에서의 작용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종종 작품과 별개로 단지 극장에 와서 객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공연을 관람한다는 것은 객석에 앉아서 극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극장에 오는 길부터 캐스팅보드를 확인하는 것,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것 등 객석 바깥에서의 모든 행위까지 포함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 역시 공연의 현장감 중 일부가 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공연은 절대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지 못한다. 그러나 온라인 공연은 영상 매체의 특성이 녹아든 온라인 공연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여럿이 채팅을 통해 감상과 의견을 나누는 공연 관람의 새로운 형태도 경험할 수 있다. 이동이 제한적인 장애인, 혹은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관객들에게 공연 관람의 편리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은 각각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 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온라인 공연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 없으나, 앞으로 있을 유료 상영들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온라인 공연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영상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도 공연 고유의 의도와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무단 배포 방지와 저작권 문제, 수익 분배와 같은 문제 또한 공연의 영상화, 유료화가 활성화되려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불이 붙은 온라인 공연 중계와 유료화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프라인 공연이 정상화되었을 때에도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과는 별개의,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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