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 프란시스 하

방황하는 모든 청춘들의 역사
글 입력 2020.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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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화려한 조명 속의 삶을 꿈꾸는 27살 청춘을 그린 <프란시스 하(Frances HA)>.

 

최고의 무용가가 되겠다는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프란시스'에게 현실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도착한 뉴욕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매정하다. 정식 극단에 합류하려 하지만 오랫동안 연습생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대에 설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은 수많은 청춘들의 애환을 담아내는 듯하다. 숨 가쁜 도시의 길 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그녀가 어딘가 모르게 짠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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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길 위를 춤추듯 뛰어다니는 '프란시스'

 

 

마치 벼랑 끝에 선 듯 불안한 삶이 연속되지만 ‘프란시스’는 한없이 해맑고 명랑하다. 그녀의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해줬던 건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소피’가 있었기 때문.

 

두 캐릭터의 우정은 ‘프란시스’에게 현실의 고달픔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해방구였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시간들은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꿈을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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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와 '프란시스' 두 여성 캐릭터의 우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엉뚱하고 발랄한 영화의 도입부가 지나간 후엔 현실의 짠내가 펼쳐진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애인과 헤어진 ‘프란시스’는 시시콜콜한 사랑에 지겨워지고 모든 일이 다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 후로는 룸메이트였던 ‘소피’가 집을 옮기면서 자신이 머물던 집에서도 떠나야할 처지에 놓인다.

 

‘어디서 사느냐’라는 현실의 문제와 ‘어떻게 사느냐’라는 실존의 문제로 길 위를 헤매는 ‘프란시스’. 그녀에게는 사랑, 우정, 일 중 어느 것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


영화 <프란시스 하>는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고뇌하고 애쓰는 청춘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감독 '노아 바움백'은 흑백의 장면을 통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혹은 현재 지니고 있을 법한 청춘 시절에 대한 원초적 감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27살에 대해 ‘터무니없을 만큼 어렸지만 스스로는 늙었다고 느낀 나이. 모든 게 기대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때’라고 회상하며 평범한 27살 뉴요커라는 보통의 캐릭터를 통해 어른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성장통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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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 살아가는 청춘의 몽타주

 

 

"제 직업이요? 설명하기 힘들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진짜로 하고 있진 않거든요."


<프란시스 하> 대사 中

 

 

‘27살’. 가장 젊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가장 찌질하고 불안한 나이. 뭐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으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좌절하게 된다. 계속해서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하게 되는 ‘프란시스’는 오랫동안 준비하던 무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소피’와의 우정마저 시들고 만다.

 

‘나’라는 존재가 모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한 공허함을 느끼지만 그녀를 감싸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주변을 맴도는 듯한 불안함과 헛헛함은 계속해서 그녀를 따라다니게 된다.


현실에서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싶어서였을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지친 ‘프란시스’는 내키지 않는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고향인 세크라멘토 그리고 파리에서의 주말. 고향에는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고 아껴주는 가족들이 있다. 가족들 곁에서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여전히 언제나 외롭다. 빈 욕조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장면은 평소에 억누르고 있던 내면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빚을 내서 충동적으로 떠난 파리에서도 그녀는 정작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만날 사람도 없고 그녀를 반겨주는 이가 없는 안타까운 현실. 모든 상황에서 아웃사이더처럼 존재하는 ‘프란시스’에게는 정처없는 시간만이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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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가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는 '프란시스'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할 수 없는 ‘언데이터블(Undatable)’한 ‘프란시스’. 정해진 직업도 없이 ‘길 위’를 떠도는 그녀에겐 사랑의 감정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외로이 역행하는 듯 한 '프란시스'는 그렇게 홀로서기를 연습한다.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무용수의 삶을 중단하고 무대 연출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이 크다고 한들 지금의 삶이 무용한 것은 아닐 터. 모든 삶과 시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믿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허투루 만들어진 삶은 없기에 모든 존재도 각자가 독특하고 그만큼 소중하다.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실패를 겪으면서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프란시스’의 모습을 보며 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영화의 끝, 떠돌이 삶을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에서 홀러서기를 시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가장 보통의 ‘프란시스’, 그리고 너와 나에게 응원의 미소를 짓는다. 자신이 나아갈 방향성과 지키고 싶은 정체성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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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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