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폭력 생존자의 고함 - 아버지의 사과 편지 [도서]

글 입력 2020.09.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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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브 엔슬러[Eve Ensler]는 미국출생의 극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동시에 남성 폭력,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페미니스트이며 <뉴스워크> 선정 ‘세상을 바꾼 150명의 여성’과 <가디언> 선정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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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엔슬러를 파괴하다


 

이 책은 이브 엔슬러의 경험에서 나온 고발이자 소설이다. 아버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일은 생생한 실제이지만, 사과를 받는 것은 오로지 상상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상상의 영역에서 가해자(아버지)에게 사과를 받는다. 필자는 이 시선이 굉장히 두렵게 다가왔고 이유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이에 엔슬러는 ‘이 과정을 통해 나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려는 노력이다’라고 답한다.

 

잘못된 범죄에 용서를 비는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마주하는 것. 그녀에게 사과는 겸허함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는 일이며 엄청난 자기 이해와 통찰이 동반되는 행위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녀는 잔혹한 폭력의 실상을 담아낸다.


 

엔슬러는 가해자인 아버지가 딸인 자신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는 일을 상상함으로써 수십 년 동안 묻어둔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그녀의 글은 잔혹한 폭력의 실상을 담아낸 고통의 기록이자, 사과의 방법을 안내하는 지도이다.

 

- 책 소개글 발췌

 

 

책에는 첫 성폭력 시기(5살)와 방법, 구타, 지속적인 가족들의 방관, 자살, 명예를 가지게 된 순간까지 모두 아버지의 시선에서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이따금 쉼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모든 말과 생각은 엔슬러를 지배하고 자신을 의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즉 가스라이팅이다. 이것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자신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정당화하는 행위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현실 인지능력을 의심하며 판단력은 흐려진다. 명백한 정신적 학대이다. 그래서 더 피로하고 불편하다. 그는 강간할 때, ‘너도 원하는 것’이라며 본인을 정당화시킨다. 엔슬러가 자신을 창녀로 느끼도록 만들며 수동적인 인물로 변화시킨다. 동시에 가족들에게 그녀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실패자라며 전체를 세뇌한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인 아버지


 

애초부터 그가 엔슬러에게 학대를 가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엔슬러라는 어린 아기를 보고 심장의 울림을 느낀다. 여기서 그는 알 수 없는 애정과 동시에 소유욕이 생긴다. 항상 반듯하게 사람들의 존경 눈빛을 받으며 거짓된 인생을 살아오던 껍데기의 그에게 울림이 생긴 것이다.

 

이 낯선 감정은 그에게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동시에 경쟁자의 위치이기도 했다. 그릇된 두 가지 욕망은 엔슬러를 탐하고 계속 그의 세계에 가둬지고 순응하도록 학대를 가한다. 그러다 자신의 말을 거스르면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두른다.

 

책을 읽으며 그의 병명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본 그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환자이다. 이 병에 증상은 과도한 숭배를 강요하며 무한한 성공욕으로 가득 차 있고 존경과 관심을 끌려 애쓰는 것이다. 이 반대의 상황이 되면 불안해한다.

 

 
“나 없이는, 나의 허가 없이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 네가 더는 나의 심장을 건드릴 수 없으리라는 걸 알게 되니 마음 깊이 즐거움을 느꼈지."
 

 

아버지가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을 흔드는 존재를 거부하며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엔슬러를 경멸한다. 동시에 경쟁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뛰어넘을까 초조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식(엔슬러)의 추락과 실패에서 내면의 안도감을 느낀다. 자칫 그녀가 폭력에 반응이 없고 회피를 할 때면 꾸준히 미끼를 던져 자극한다.

 

이를 보며 사디즘(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얻는 이상 성행위)은 아닌 것 같았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가둬두려 하고 그녀가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생존자 이브 엔슬러


 

엔슬러는 자신을 생존자라고 한다. 이보다 알맞은 단어는 없을 것이다. 끝없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왔고 끝없이 발전(극복)해나가는 생존자 그 자체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옥과 같은 날들을 기록하는 것. 그 기록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는 것. 편지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가해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더는 세상에 없을 때 피해자는 어떻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엔슬러는 심오하고 파괴적인 글쓰기를 통해 이 어려운 문제에 답을 내놓는다. - 가디언

 

창의적인 힘으로 우리를 치유의 여정으로 초대하는 그의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이지만 그 교훈은 보편적이다. - 아니타 힐, 변호사, 브랜디스대학 사회정책 및 법학/여성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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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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