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6.5도의 잡지 - 출판저널 [도서]

글 입력 2020.08.0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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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악스트, 뉴필로소퍼. 최근 문학 매거진들이 변신하고 있다.

 

'문학 잡지'라고 생각하면, 왠지 책을 좋아하는 특정층들에게만 재미있는 거 아닌가. 그들만의 축제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요즘 유통되는 문예지들은 그렇지 않다. 감각적인 표지와 가득 담긴 실용적인 정보들로 일반인들을 끌어모은다.

 

책도 어찌보면 하나의 상업품이기 때문에, 미적인 요소를 빼고 바라볼 수 없는게 사실이다. 특이하고 멋진 디자인을 하고 있는 책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궁금증은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학잡지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가?'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이다.

 

탄탄한 콘텐츠와 깔끔한 디자인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잡지 '출판저널'을 소개해보려한다. 출판저널은 창간 33주년을 맞이하여 <출판저널 518호>를 출간하였다. 책 속 저자들은 힘주어 말한다. 코로나 시기를 통과하는 세대가 겪는 변화와, 우리가 어떤 것을 잊고 살면 안되는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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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잊지 않은 에임란트 도서관


 

코로나라는 시의성에 맞는 소재를 꺼내기 앞서, 잡지의 초반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장소 한 곳이 소개된다. 네덜란드에 있는 '에임란트 도서관'이다. 작가는 이 곳을 '스티브 잡스가 좋아할만한' 곳이라 소개하고, 이어서 등장하는 도서관의 내부 사진에서는 높고 탁 트인 천장이 눈에 띈다. 에임란트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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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인 래퍼 크러쉬)

 

 

에임란트 도서관의 특별함은 '멍 때리기'와 관련이 있다. 2014년에 처음 개최된 멍 때리기 대회를 기억하는가? 이 날 서울 시청 앞 광장에는 약 50여명이 참가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든 바쁘게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시간 낭비인가?'라는 물음은 참가자들과 참관자들 사이에 던져진 의제였다. 대회 중에 이루어지는 깨달음과 체험을 암묵적으로 교환하는 참여형 퍼포먼스는 여러가지 반향을 일으켰다.

 

대회의 인지도 및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대회를 바라보는 이들은 저마다의 '멍 때림에 대한 의미'를 찾고자 했고 유명한 뇌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가며 멍 때림의 효과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뇌 활동이 멈추고 아무생각을 하지 않는 그 시간에만 작동하는 특정 부위가 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고 휴식을 취한 뇌가 창의적으로 변한다 등의 이야기였다.

 

텅 비우면, 빈 공간에 창의력이 들어찬다는 말이다. 이 말은 도서관의 건축에도 적용된다. 복합문화공간인 에임하우스에 있는 에임란트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천장'이다. 도서관 가장 높은 곳의 천장에서 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광장은 파노라마 풍경처럼 근사하며, 실내가 아닌 실외처럼 드높은 천장과 드넓은 공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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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으로 가득한 공간이 오히려 사람들의 능률을 높여줄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와 함께, 이 도서관은 단순히 심미적인 요소만 충족시킨게 아니라는 점이 특별하다. 에임란트 도서관은 도서관 고유의 기능과 특징을 무시하지 않았다. 도서관이 응당 가져야 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충족하면서, 플러스 알파의 개념으로 넓고 여유로운 잉여공간을 많이 만들었다. 글을 읽다보면 비어있다는게 과연 '쓸데없는 것' 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연대의 필요성


 

 
프랑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하나는 똘레랑스(tolerance : 관용)이고 다른 하나는 솔리대리티(solidarity : 연대)이다. 이 가치는 프랑스적인 가치가 아닌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이다. 특히 요즘 한국사회에서 부족한 것이 바로 똘레랑스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이야기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토론이 의미가 없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면서 목소리 키우기밖에 안되기 때문에.
 

 

최연구 박사의 책 <샴페인에서 바게트, 빅토르 위고에서 샤르트르> 북토크 중 등장하는 말이다. 나는 두 번째 가치로 등장한 '연대'가 눈에 띄었다. 연대란 무엇일까? 정확한 의미는 몰랐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보니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짐' 이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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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초등학생 시절 수요일 마지막 교시마다 했던 체육 시간이 떠올랐다. 이 시간은 보통의 체육 수업시간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날에 배정된 체육이 반 친구들과 피구하고 노는 시간이라면, 수요일은 한 학년 내의 모든 반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와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듣고 새천년 체조를 하면서 몸을 푸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루했다. 오후 3시의 땡볕 아래에서 삐걱거리는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는 일은 곧 정수리에 연기를 폴폴 피우는 일이기도 했다. 나를 비롯해 심심해진 친구들은, 발밑의 모래를 운동화로 톡톡 건드리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하지만 이 때, '대답'만큼은 항상 크게 했다. 우리의 집중력이 바닥난 것을 안 선생님들은, 중간 중간 '00반 대답해보세요!'라고 물어보셨기에. 그것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 때 대답을 못하면, 모든 반이 땡볕 아래에 더 오래 서있어야 했다. 지루한 와중에도 '네!'라는 대답만큼은 세상 크게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연대'라는 의미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동참하지 않으면 곧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 그래서 우리 팀을 위해 나부터 행동하는 작지만 큰 행동. 연대의 가치는, 출판저널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였다. 출판유통생태계, 여성 편집자, 그리고 코로나 세대들에게.

 

 

 

1. 출판유통생태계에서의 연대


 

출판저널의 여는 글에서는, 발행인의 칼럼인 '출판개혁이 필요하다'가 자리하고 있다. 오랜시간 출판업계에 몸담았던 이로서, 현재 이 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흔적이 글에 가득했다. 출판계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나는, 해당 페이지를 집중해서 읽어보았다.

 

출판유통 혁신 과제는 1980년부터 30년이 넘도록 아직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문제라고 한다. 사람의 건강을 체크하는 요건이 신진대사가 원활하여 순환이 잘 되는 가이듯, 출판산업도 마찬가지다. 출판이 산업으로서 선순환이 되기 위해서는 유통이 잘 되어야 한다. 책의 생산부터 소비에까지의 흐름이 막히지 않고, 산업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출판유통은 그렇지 못했다. 밀어내기, 사재기, 도서정가제 위반, 베스트셀러 집착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답은 '통합적인 시각'에 있다. 쉽게 말해, 연대해야 하는 것이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출판사, 서점 등 모두가 희생하고 양보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2. 여성 편집자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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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길을 걷다가 현재는 1인 출판사인 '혜화1117'을 운영하는 이현화 대표가 후배 편집자에게 쓴 편지같은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눈부시고 강렬한 연대가 가득했다. 그녀의 문장을 옮기는 것으로, 불안해하는 수많은 여성 편집자 및 출판계 편집자들에게 나 역시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다만, 저는 당신이 내게 던진 그 질문의 답 대신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쪼록 그 길 위에 계속, 오래오래 계셔주십시오. 모쪼록 그 길 위에 계속 있음으로써 당신의 후배들이 계속 그 길에 들어오고 그 길 위에서 서로 어깨를 겯고 책을 만들고 나누는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치지 않는 이 길의 동반자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앞당겨 고민하는 대신, 우리가 먼저 기꺼이 책을 끊임없이 읽는 자가 되어보자고. 그러면 우리가 스스로 이 길을 유지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 말씀을 당신께 꼭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같은 길 위에 선 당신이 만든 책을 저 역식도 먼저 읽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혜화1117에서 정성껏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책의 독자가 되어주십시오. 그렇게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 길 위에 오래오래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3. 코로나 세대들의 연대


 

앞전의 두가지 분류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도, 마지막 기준에서는 한 명도 빠짐없이 해당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반년이 지난 2020년의 8월에도 여전히 잠잠해질 기미없이 현재진행형이다.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이전보다 힘들게 만든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생업에 직격타를 맞은 이들이 많다. 프리랜서나 학원에서 강의하는 경우,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대면 강의 일정이 취소되면서 많은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외출이 뚝 끊기게 되면서 항공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그로 인해 투잡, 쓰리잡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당장에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백신이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은 우리의 한숨을 더 깊게만 만든다.

 

문화예술계 역시 그렇다. 영화관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고, 많은 영화들이 코로나로 인해 제작 및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유일하게 웃고 있는 것은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들인 넷플릭스와 왓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젊은층에게는 넷플릭스, 왓챠 등의 서비스를 구독하여 보는게 손쉬운 일이지만, 노인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비대면 문화활동은 난이도가 굉장히 높을 것이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소외계층을 고려한 '비대면 시대의 문화전략'을 발표하였다. '따뜻한 연결사회를 위한 비대면 시대 문화전략'은 '문화로 연결되는 따뜻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사람 중심의 디지털 연결 문화 조성,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활성화, 사람과 사회의 연결 기반 강화를 3대 추진전략으로 설정했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정치적 신념이 다를 수 있고, 종교가 다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결국 연대해야 하는 인간들이다. 우리는 멍 때리는 시간을 따로 두어야 할만큼 쉼없이 달리고 있고, 끈적한 습도 속에서도 마스크를 항상 챙겨나가야 하는 코로나 세대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당신을 응원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최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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