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용한 내면의 요동침을 몸짓으로 보여주는 공연 - 연극 '잠깐만'

이색적인 마임의 매력
글 입력 2020.08.05 10: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살면서 마임극은 처음이라 부푼 마음을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소극장은 겉모습과는 달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꽉 차 거리두기를 위한 좌석을 빼고는 만석을 이루었다.

 

 

크기변환_KakaoTalk_20200805_095213926.jpg

공연 시작 전의 무대

 

 

 

극단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극은 늘 좋은 작품을 만들려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유랑극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반복되는 실수에도 극단은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울고 웃으며 그들만의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단장이 가져온 명화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그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고, 마침내 감동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나름 공연을 자주 봐왔다고 자부하던 나조차도 마임극은 처음이었으니, 아마 이렇게 생소한 마임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그들 자신의 고민을 극으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해석되었다. 밤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짓기도, 고민하기도, 행복해하기도 하는 모습은 그들이 좇는 이상을 바라보며 그들이 느끼는 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로는 클림트의 작품을 표현한 것과 고흐의 작품을 해석한 것이 있다.

 

 

 

인형에게 영혼을 불어넣는 듯...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여성의 세 시기'를 표현한 파트는 보는 내내 황홀한 기분이었다. 사람과 인형이 함께 음악에 맞추어 마임극을 이끌어가는데, 누가 인형이고 사람인지 모를 만큼 살아있는 인형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니, 인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어머니의 인자함을 말 한마디 없이 몸짓만으로 보여주는데, 문득 뭉클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 파트만 한 시간으로 늘려 공연을 올렸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할 만큼 머물러있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크기변환_잠깐만 공연 사진 (8).jpg

 

크기변환_잠깐만 공연 사진 (7).jpg

 

 

 

내면의 고뇌를 몸짓으로...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빈센트 반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의 묘사는 그 해석이 무척 신박해서 기억에 남는다. 액자 속 고흐는 자신 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는데, 그 두 사람은 각각 조명 속에서 뒹굴기도 하고 기어가기도 하고 본인을 때렸다가 쓰다듬기도 하는 등의 몸부림을 친다.

 

고흐의 예술적 지향과 비참한 현실 간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를 현대 무용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보였다. 말 없는 그들의 몸부림에서 조용한 내면의 요동침이 느껴졌다. 그들의 처절한 몸짓과 그것을 멀뚱히 보고 있는 고흐의 대비가 왠지 모를 쓸쓸함과 허무함을 마음에 남기기도 했다.

 

 

크기변환_잠깐만 공연 사진 (2).jpg

 

 

 

관객 참여의 딜레마


 

어린 관객들은 참여형 연극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자신들의 지인이 무대에 올라갈 때 킥킥거리며 즐거워했고, 어려운 내용일 수 있는 무대를 관객들의 참여 덕분에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개인적으로 관객 참여가 감상에 방해가 되었다. 내가 불려 가진 않을까 조마조마했고 순수하게 극을 해석하고 즐기기가 조금 어려웠다. 아예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참여형 극과 어른들을 타깃으로 한 순수 연극을 분리해서 극을 올린다면 좋겠다, 는 생각이 조심스레 들었다.

 

다행히 모퉁이 좌석에 앉아서인지 지목되지는 않았으니,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극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끝 좌석에 앉는 것도 방법이겠다.

 

 

 

의미를 추측하는 재미가 있는 마임


 

이번 공연 '잠깐만'은 대부분의 장면들이 말없이 몸짓으로만 이루어져 장면 장면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재미가 있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몸짓을 할까?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아마 마임극이 가진 매력이 그것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대 속의 의미를 곱씹고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인 장르임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의 마임극들을 계속해서 접할 수 있기를, 그래서 끊임없이 몸짓에 담긴 의미를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체소개 : 마임공작소 판


마임공작소 판은 마임이란 장르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연형식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결성된 단체입니다. 다양한 활동영역의 예술가들이 마임을 탐구하고 대중적이면서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마임레퍼토리를 개발하여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하며 그에 맞는 작품 활동 및 각종 마임 및 공연예술축제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포스터.jpg

 

 

 

KakaoTalk_20200713_104132648.jpg

 

 

[이강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