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난번의 오피니언을 정정합니다. [문학]

김봉곤 작 「그런 생활」의 논란에 대한 독자로서의 개인적인 의견
글 입력 2020.07.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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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오피니언으로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소개했다. ‘한국 근대 문학의 폭력성에 지쳤다면, 지금 여기의 문학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집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김봉곤 작가의 논란을 보며 이 문장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오피니언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는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이라는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김봉곤 작가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후 자신의 퀴어 정체성을 전면에 두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써왔다. 그리고 2019년, 2020년에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퀴어 소설 작가의 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생활」은 ‘문학과지성사’의 문예지인 『문학과 사회』 2019년 여름호에 실린 후, 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고, 지난 5월에 ‘창비’에서 출간된 김봉곤 작가의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도 수록되었다. 이 작품에는 ‘봉곤’이라는 작가 동명의 화자와 ‘C누나’와의 메신저 대화가 길게 서술되어 있다.

 

지난 10일 한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이 「그런 생활」의 ‘C누나’라는 글을 게재했다. 10년간 출판편집자로 일 해왔다는 피해자의 글에 따르면 “「그런 생활」에 실린 ‘C누나’의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한다. 작품이 발표되기 전 김봉곤 작가가 차용 허가 여부를 물었을 땐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을 하리라고 예상”하고 허용했으나, 그 후 완성된 원고에서 “알려지지 않아 마땅한” 지극히 사적인 장면이 “띄어쓰기 하나 토씨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난 것을 보고 작가에게 항의하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김봉곤 작가는 수정에 대한 대화 당시 ‘주로 소설적 완성도를 거론했기에, 소설 전반에 대한 조언으로 이해’했으며, “특정 대사를 빼거나 맥락을 부연해보겠다고” 답했으나 “수정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봉곤 작가의 소설은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다. 작가는 『시절과 기분』을 낸 뒤 ‘채널예스’에서 한 인터뷰에서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쓰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상상력이 현실에 얽매이는 에세이와 달리 소설은 작가가 개입하고 상상할 여지가 생기는 자유로움이 있다’며, “완전한 픽션과 완전한 에세이 사이 어딘가에서 제일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런 생활」 안에서의 ‘봉곤’은 “모든 것을 말할 수 있고, 말해도 좋을 공간으로 소설 외의 것을 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해도 좋을 공간”으로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택한다는 것은 그 자유로움에 기대어 창작의 윤리를 져버려도 된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의 말처럼 자전소설은 자서전이나 에세이가 아니다. ‘실제’작가를 중심으로 자신에 대해 서술하는 자서전이나 에세이와 달리, 자전소설은 자신의 경험을 선택, 윤색하여 상상력을 가미해 만드는 ‘허구’다. 자서전이나 에세이 또한 허구성이 가미될 수밖에 없는데, 더욱이 자전소설은 작가가 ‘나’라는 인물을 설정하고 서술을 하는 순간 완전히 ‘픽션’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삶 자체라기보다는 그 내용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태도나 시각일 것이다.

 

김봉곤 작가는 피해자와의 메신저 대화라는 경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는 데에 좋은 요소라 생각하여 선택했을 것이고, 그래서 ‘C누나’라는 인물을 창작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C누나’는 현실에서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 아니며, 작가는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더 세심하게 생각하고 써야 한다. 그 내용이 피해자에게 “함부로 다뤄지지 말아야 할 삶”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김봉곤 작가는 피해자와 ‘C누나’는 별개의 인물이니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소설의 자유로움’을 가장한 안일함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이 피해자에게 “알려지지 않아 마땅한 장면”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피해자의 말에 따르면 “김봉곤 작가와 저를 동시에 아는 사람들 모두가 작품 속 ‘C누나’가 저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이제 이 업계에, 그를 동시에 아는 사람들 사이에 예전처럼 지낼 수 없”다고 한다.

 

김봉곤 작가는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하는 사람들과는 노력의 방향이 다르다’며, “저는 있는 그대로를 가져와서 쓰는 일 자체는 그렇게 힘이 드는 편은 아니에요. 단지 내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들에 힘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런 생활」에서의 ‘봉곤’도 “모든 것을 말하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며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이고,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저는 부단히 눈치를 보며, 아주 교활하고 영리하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원고지 약 10매 분량의 메신저 대화를 옮겨 쓰기 전에 그 대화가 정말 피해자를 특정하고 있지 않은지, 수정할 여지가 없는지 고심해서 썼어야 한다. ‘나’를 드러내기 위해 타인을 상처 주고 있지 않은지 거듭 살폈어야 한다. 메신저 대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창작의 윤리에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서술로 인해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끼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 예전처럼 지낼 수 없”게 된 피해사실이 발생했다면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봉곤 작가는 16일 새로운 입장문을 통해 메신저 대화는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닌, 발췌와 재구성을 거친 것이며,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C누나'가 실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없게 익명화했다고 주장했다. 어느 정도의 수정 과정을 거친 것인지 지금의 독자들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정의 정도가 어떠했든, 그 내용을 통해 작가와 피해자를 동시에 아는 사람들도 ‘C누나’가 피해자와 동일인임을 몰랐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가 소설에 드러나 고통받고 있다는 D님이 어째서 자신에게 통제 불가능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도록 요구하는지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라며 자신이 받은 심리적 압박과 수정 고지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와 지인들 사이의 문제를 설명하지 않은 지금 이 문장은 그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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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여, 일련의 일에 대한 출판사들의 대응도 실망스럽다. 피해자는 작품이 수정되지 않았음을 인지한 2020년 5월부터 젊은작가상을 주최한 ‘문학동네’와 『시절과 기분』을 출간한 ‘창비’에 김봉곤 작가의 수상 취소와 원고 수정, 그에 대한 공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지는 올라오지 않았고, 피해자는 트위터라는 공간에 직접 피해사실을 알려야 했다.

 

글이 올라오고 독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나서야 문학동네와 창비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학동네는 작가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후에 즉시 전자책을 수정하고, 종이책은 6쇄부터 수정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 후 피해자에게 내용증명이 오자 젊은작가상 심사위원들에게 심사 결과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고, 심사위원들은 해당 사실이 수상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리고 수정 사실에 대한 공지는 “사용 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밝혔다.

 

창비 또한 작가에게 해당 사실을 전달받은 후 즉시 내용을 수정했지만, 수정 공지에 대해서는 “작가와 귀하의 의견교환과 협의” 후, ‘그 합의 여부 및 내용에 따라 내부적으로 상의하여 협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봉곤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답변한 바로는 자신과 피해자 간의 기억이 다른 것과는 별개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여 즉각 사과하고 수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수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라 공지할 수 없었다는 문학동네와 작가의 입장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창비의 말 또한 출간한 책에 문제가 생겨 수정을 했음에도 독자에게 알리지 않고 작가와 피해자 두 사람의 일로 단정 짓는 듯한,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보인다.

 

또 타자에 대한 환대와 윤리를 말하는 현 문학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젊은작가상의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두고 심사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부분을 제외한 「그런 생활」의 작품성이 얼마나 뛰어나든, 타인에게 명백한 피해를 주면서 창작된 작품이라면 2019년에 발표된 작품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고 명명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지금의 문학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남을 텐데.

 

그들은 윤리적 문제가 있었던 작품이 상을 받을 정도의 ‘문학’으로 남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창작 과정에서의 문제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피해자의 고통을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문학을 하는 이들이기에 타인의 고통에 조금 더 민감할 것이라 예상한 내가 어리석었던 것일까.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한국 근대 문학의 폭력성에 지쳤다면, 지금 여기의 문학이 궁금하다면,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나의 오피니언을 정정한다.

 

 



[정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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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에디터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저 역시 김봉곤 작가의 책으로 피해자가 받은 피해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출판사들이 보이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김초엽 작가가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을 게시했는데, 이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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