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How to be single? [영화]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
글 입력 2020.07.1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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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be single


 

주말에 넷플릭스에서 여러 콘텐츠를 살펴보다 영화<하우 투 비 싱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연애의 기술은 넘치는데 왜 싱글 되는 법은 안 가르쳐주지?’라는 소개말이 꽤 솔깃하게 들렸고, 나는 바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3. 1 하우 투 비 싱글.png

 

 

영화는 한 번도 혼자 살아보지 못한 주인공인 앨리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앨리스는 초반에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다른 불필요한 관계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결국 관계를 바로잡지 못한 채, 자기도 자기 자신을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답답해한다. 이후 앨리스는 자신에게 집중하며 묵묵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예전보다 단단해진 앨리스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처럼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은 관계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자신에게 집중할 때, 한 뼘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혼자라는 것


 

우리는 한국에서 살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은 같이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밥을 먹을 때도 우리는 ‘같이’ 먹어야 하고, 술을 마실 때도 ‘같이’ 마셔야 하고, 심지어는 화장실을 갈 때도 ‘같이’ 가야 한다. 이런 집단 활동에 익숙해져서일까, 우리는 유독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곤 한다.

 

특히나 사회적 관계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혹시 만나는 사람 있어요?”라는 질문은 21세기의 호구 조사라 할 만큼 흔한 풍경이 되었다. 비단 비즈니스 관계로 시작한 사이 일지라도 말이다.

 

 

3. 2 잔소리.png

 

 

이렇듯 우리는 ‘관계’와 ‘함께’를 강조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학교로 등교하는 자녀에게 “친구들이랑 잘 지내~”라고 인사하는 것도, 명절 때마다 듣는 “결혼은 언제 할 거니?”라는 안부도,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꼭 듣는 “그 나이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봐야 해”라는 당부도,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얼마나 관계를 중시하는지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반면에 우리는 혼자 시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어릴 때부터 배운 ‘혼자’라는 단어는 어딘가 모르게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밥을 ‘혼자’ 먹는다는 말에서, 주말을 ‘혼자’ 보낸다는 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에 우리는 학습되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혼자인 것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신을 갉아먹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포기하는 경우도 가끔 존재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


 

그럼 우리가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찾았다.

 

리틀 포레스트는 쉬어가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힐링 영화로 손꼽힌다. 영화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생활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주목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주인공 혜원의 행동 변화가 눈에 띄었다.


 

3. 3 리틀 포레스트.png

 

 

치열한 도시 생활에서부터 잔잔한 고향 생활까지. 영화는 혜원의 시점을 따라간다. 도시에서 혜원은 남자친구를 위해 하루가 멀다고 도시락을 쌌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이러한 혜원의 모습이 부담스럽다고 얘기했고, 혜원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고향에 내려와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타인’을 위해 노력하던 혜원은 고향에 내려온 이후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또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만들어 먹는 일에 집중하며 자신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수개월 보낸 후, 혜원은 남자친구에게 “늦었지만, 취업 축하한다”라며 이제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음을 고백했다.

 

나는 혜원이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던 이유로 혜원의 엄마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혜원의 엄마가 어린 혜원에게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어린 혜원은 엄마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다고 고백한다. 혜원의 엄마는 놀림에 반응하지 말라고, 다른 친구들과 놀면 된다고 얘기하며, 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달콤한 디저트인 ‘크렘 브륄레’를 건네줬다.

 

그 후 어린 혜원이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른이 된 혜원이 은숙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크렘 브륄레’를 은숙에게 건네준 장면으로 미뤄 봤을 때, 어린 혜원 역시 그 관계를 잘 풀어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3. 4 리틀 포레스트.png

 

 

이처럼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혜원의 모습을 빌려, 혼자 보내는 시간에 집중할수록 역설적으로 관계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또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혜원의 행동이 영화의 힐링 포인트를 배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관계' 밸런스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혼자만의 시간‘만’을 보내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관계를 떠날 수 없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관계에 고통을 받는 일이나,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요즘은 ‘혼밥’이나 ‘혼술’이 흔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진정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휴대폰으로 메신저 앱이나 통화, 혹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일상을 탐색하거나, 혹은 유튜브나 다른 OTT 채널로 밀린 콘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 내부의 탐색보다 외부의 가십에 더 치중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타인과의 단절은 자기 자신과의 단절보다 더 크게 와닿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을 탐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밸런스가 필요하다. 관계에 끌려다니지 않고, 중심을 잡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말이다. 스스로 망가지지 않고 건강하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한유빈.jpg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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