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의자下

글 입력 2020.07.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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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下


 

이전 편에서 의자 아닌 의자를 만들었었는데, 만들고 나자 이것을 꼭 한번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쌌습니다. 새로운 정물이고, 의자에서 나오는 날 것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이 의자 가운데에 각목을 하나 길게 걸치고 그 위에 꽃을 한가득 올려 그려볼까도 생각하고, 사과를 모퉁이에 올려서 그려볼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20200703_162020.jpg

의자 가운데에 등받이에서 뺀 나무를

길게 걸치고 정물들을 올려본 사진.

통을 세제통을 칠한 것이고, 꽃은 조화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어떻게 할까를 궁리하고 계획할수록 더욱더 붓을 잡지 못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 될 것 같은데 내가 망칠 것 같다는 생각, 내가 계획한대로 분명히 안 흘러갈 것이라는 확신 등이 불안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의자를 곁에 두고 알 수 없는 기 싸움을 하며 머릿속으로 저 자식을 어떻게 그릴까 궁리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다가 재활용을 하던 길에 쌓인 종이박스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전에 확신이 드는 캔버스 크기가 없을 땐 박스를 얼기설기 붙여 대충 습작을 해보던 것이 생각났고, 이렇게라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충대충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림을 계속 그려야만 하는데, 도저히 완성할 자신이 없으니, 그냥 그리는 것입니다. 조금 찢어진 박스이긴 하지만 종이테이프로 보수해 평평한 면을 만들고, 그 위에 스케치 없이 바로 하얀 물감을 들고 저의 의자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SAM_4736dddd.png

한승민(Han Seung Min)

의자(Chair)

종이박스 위에 유화 (Oil On Cardboard box)

84*47(cm)

2020



과정작이 없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그렸습니다. 세월이 흐른 만큼 거친 연필로 그려진 것 같이 생긴 의자를 물감으로 표현해 보려고 노력해봤습니다.

 

 

 

세부 사진



세부 뉴2.jpg

종이박스의 질감과 붓의 흐름이 잘 보이는 사진.

 

 

의자평명작은거.jpg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종이테이프를 붙인 곳이 잘 보입니다.

 

 

최대한 그냥 그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솔직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창작하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예술이라는 분야의 한계가 확장되는 것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장점들이 있지만, 당연히 여러 희생과 단점도 따라오는 듯합니다.

 

그래선가 요즘엔 예술가들이 말 없는 창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예술은 말로 할 수 없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그냥 이해되는 것들을 전하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지만, 요즘엔 이해해야만 느낄 수 있는 예술이 참 많아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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