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추억하는 여름 [사람]

일 년 전 이맘때를 떠올리며
글 입력 2020.06.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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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쯤이었나, 광화문 방향으로 향하다 빅이슈 판매원을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판매원과 담소도 나누며 올해 발행한 빅이슈가 모두 진열되어 있던 부스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소녀시대 윤아의 커버 인터뷰가 담긴 5월호를 집었다.

 

데뷔한 후, 10년이 넘은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이야기하는 윤아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소녀시대의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다가 자연스레 그때 나의 모습도 떠올려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보았던 만화 계정 “조인섭 변호사의 이혼 사건 다이어리”의 운영자 조인섭 변호사가 들려주는 자신의 일과 만화에 대한 인터뷰 내용도 인상 깊게 읽었지만, 빅이슈에서 내 눈을 가장 오래 끌었던 부분은 아마도 해당 호의 지면에 글자가 가장 적게 담긴 구간이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 이전의 세계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 특별한 순간을 모두 포함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가 특별하게 여기는 순간에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며 추억을 쌓을 기회의 날들도 포함된 것이리라. 빅이슈에서는 이런 세태에서 다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8명의 여행자가 사진으로 남긴 그들의 행선지와 여행 당시를 떠올리는 글을 담았다.

 

여행이 주는 기억의 한 조각, 각자의 시각과 감상이 담긴 사진과 짧은 글은 덤덤하면서도 분명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모두 다른 장소의, 다른 기억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껴지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리움과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불안 속에서도 찾아보려는 희망 한 자락.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문득 내게 여행의 기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 어딘가를 누비던 때의 사진을 찾아보려 스크롤을 내리는 중 1년 전 이맘때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스레 걷고 돌아다니던 내 일상이 담긴 장소여서일까, 내겐 타지에서의 추억보다 1년 전과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더 아쉽게 여겨진다. 그렇게 사진을 보다가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 보았다. 무더운 여름날, 그 안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또 길을 찾으려고 했던 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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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이즈음,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당시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긴 머리에 맨얼굴 차림으로 덥다, 더워라고 연신 혼잣말을 하며 푸른 하늘과 녹음이 주는 싱그러움, 여름의 청량함 속에서 걸어가던 모습을.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춰 두 외국인이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를 편곡한 버스킹 공연을 지켜보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던 그날, 지금은 휴관 중인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하기까지의 순간을 사진을 통해 돌아보며 자연스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당시 내가 무엇을 마음에 담았었는지, 그 상념들이 떠오른다.

 

지금 눈앞의 풍경이, 내가 일상이라 여기는 순간이 한때 내가 꿈꾸었던 것이었음을 잊지 말자고 했던 당시의 다짐과 마스크 없이 마주했던 청량한 풍경에 노곤함이 씻기는 듯한 기분으로 가득했던 하루. 그 흔적은 이제 또 다른 그리움으로 내 마음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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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롤을 내리다가 또 다른 사진을 바라본다. 한때는 거의 매일 걸었던, 평일 점심시간마다 시간을 보냈던 곳이지만 이제는 갈 일이 없는 전 직장 근처에 자리한 하천길의 모습. 다시금 잊고 있던 당시의 마음이 떠오른다. 같은 여름의 풍경이지만 더 짙은 고민으로 가득한 채 그곳을 걸었던 내 모습과 함께.

 

그곳에서 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고민과 이제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고민도 안은 채로 마냥 걷곤 했다. 돌이켜보면 고된 기억이 많은 곳이지마는 발목 정도 깊이인 하천이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수양버들이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잎사귀를 흔들고 그 아래 오리 한 마리가 자맥질하던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을 얻기도 한 장소이다.

 

마음이란 것이 참 묘해서 막상 그 안에 있을 때는 이 풍경들이 내 안의 고민에 비해 흐릿하게 여겨지지만 떠난 뒤에는 더 선명하게 그리움으로 머릿속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 일상이 아닌 것에 대한 막연한 추억 때문일까, 당시의 나를 괴롭혔던 고민 중 일부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어서일까.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이 질문까지 이어진다. 오늘 내가 머무른 곳의 풍경을 나는 또 어떻게 기억할까?

 

*

 

두 장의 사진, 서로 다른 두 공간. 지금까지도 내 일상에 머무르는 곳과 꽤 오랜 시간 내 생활 반경에 자리했으나 더는 아닌 공간에서 지나간 여름의 자락과 당시 나의 모습을 함께 기억해 본다. 폭염주의보가 내리지 않은 이상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천천히 걷는 것을 좋아했던 시간을, 내 주변에 풍경으로 허탈한 마음에 위안을 채우려고 했던 시도를.

 

따가운 햇볕처럼 내 머리를 뜨겁게 하는 생각들은 계절의 흐름처럼 삶에 필연적인 순간들이라고, 그렇게 다독이면서 다시 나는 여름의 한 가운데를 걷고 있다. 햇볕이 주는 무더움에 현기증을 느끼며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할지 가늠하지 못하면서도, 그 볕을 다시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될 날을 희망하며, 미래의 이 순간이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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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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