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도시 재생'으로 증명된 문화예술의 위상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4.2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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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의 문화예술은 여전히 부속적이고, 특별한 상황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으로써 간주된다. 어쩌면, 예술이 '교양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라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친근하게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거리감과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주위를 둘러보면, 예술은 꽤 오랫동안 우리를 둘러싼 환경 안에 자리해왔다.

 

본질적인 특별함을 선사하는 문화예술은 작게는 소소한 일상을, 더 나아가서는 도시와 나라 전체의 분위기를 변화시켜 준다. 이는, '도시 재생'이라는 명칭 하에 계속되어온 문화 산업의 한 형태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산업은 예술이 가진 가치와 긍정적인 영향력을 그 자체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라 할 수 있다.


 

 

곡물창고의 생동감 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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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곡물창고에 그려진 초대형 벽화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인천항의 곡물 저장고였던 사일로에 적용된 도시 재생 사업은 국내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벽화는 높이 48m, 길이 168m와 폭 31.5m인 큰 규모의 외벽에 그려졌으며, 세계 최대의 야외 벽화로써 인정받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3대 디자인상 중 두 개의 부문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증명했다.


사일로는 건립된지 40년이 지난 건축으로, 거대한 규모와 외관의 모습으로 인해 위험시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아왔다. 그렇게 외면받는 듯했던 곡물창고는, 예술적인 감각으로 덧입혀져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

 

멀리서 봐도 정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고, 여러 색채가 가미된 벽화는 낙후됐던 도시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변화시켰다. 외벽의 형태로부터 느낄 수 있는 시각적인 재미는, 마치 다양한 책들이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 같은 효과를 경험하게 해준다. 이렇게 이전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바뀌어버린 창고는 건축 산업시설과 도시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손색없는 하나의 예술 작품까지 창조시켰다.

 

특히 이 벽화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일대기를 담은 것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사계절을 의미하는 서체와 무늬가 각각의 면에 그려져 있고, 첫 면에서 소년이었던 아이는 어느덧 벽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금빛 밀을 수확한 뒤 흐뭇한 미소로 밭을 나오는 농부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미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성장 일대기를 내포하는 사일로 벽화는 보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도시를 한층 풍요롭게 만들었다.


 

 

프랭크 게리의 빌바오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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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생 이전의 스페인 빌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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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도시 재생'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도시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자리한 빌바오 효과의 산물이다. 스페인 북쪽 지방의 중심도시인 빌바오는 한때 철강과 조선산업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낙후된 상황을 마주했어야만 했던 비운의 도시였다. 많은 시민들은 도시의 쇠퇴와 함께 대부분 빌바오를 떠났고, 그 자리엔 오염되어 칙칙한 환경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방정부와 빌바오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와 함께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었고, 몇 년에 걸친 노력의 끝에 마침내 빌바오는 회복된 도시의 가치를 선물 받았다.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미술관은 기존의 시설들과 어우러져 도시의 분위기를 리듬감 있게 변화시켰고, 도시 전체를 화려한 예술로 물들였다. 그 결과, 1997년 미술관의 개관 이래로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빌바오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이로써,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의 대표적 랜드마크로써 우뚝 서기에 이른다.

 

이는 '빌바오 효과'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바로, '문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나 현상'을 일컫는 말이 스페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생 사업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렇게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였으면, 그 당대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셌을 듯하다. 한편, 빌바오의 기적을 경험한 전 세계의 여러 나라는 이러한 사례를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써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화예술이 주축이 되어 하나의 도시, 국가에 새로운 가치와 활기를 전해준 사례는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예술의 본질적인 개념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부속적이거나 멀리 느껴지는 게 결코 아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존재하는 일상이 곧 예술인 것이다.


 

 

문화예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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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것처럼 도시의 재생에 일차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는 문화예술은, 낙후된 공간을 개선시켜 긍정적인 이미지로의 도시 발달을 돕는다. 이는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 의식을 함유시켜 주어, 비로소 지역이 가진 특색과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 문화예술은, 하나의 도시가 국제적인 문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도시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일조한다.

 

미적이거나, 전에는 만나볼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도 적용된 예술은 도시의 곳곳을 향긋한 봄기운으로 물들였다. 그렇게 '예술과 도시의 결합'으로써 형성된 문화적 흐름은, 여러 사람에게 예술의 위상을 다시금 재정립하게 해주었다. 그로써 예술은 우리의 삶의 공간에 반드시 필요하고, 없어져서는 안 될 유일무이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의 시각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예술을 통한 도시적 재생의 물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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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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