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과거를 추억하는 우리 [사람]

글 입력 2020.04.1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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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장범준 콘서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그곳에서 벌어졌다. 그 작은 사건 하나가 큰 물결을 만들었고, 엄청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작은 시작은 바로 디지몬 어드벤처 주제곡이었던 '버터플라이'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나를 허락해준 세상이란~'


이라는 강렬한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현 2030 세대 가슴 깊이 숨겨져 있던 추억을 이끌어내었다. 우연히도 장범준 콘서트에서 키보드를 맡았던 연주자가 바로 과거 이 노래를 불렀던 '전영호'였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10여 년 전의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장범준 콘서트에 와있는 2030의 가슴을 울렸고 그렇게 디지몬 어드벤처 펀딩이 시작되었다.


 




4/16일 현재, 펀딩은 본래 목표액인 3500만 원 중 20여 분 만에 4천만 원, 30여 분 만에 6000만 원, 1시간도 안돼서 1억 원, 2시간이 되어서는 2억 원, 4시간이 지나 3억 원, 5시간 30분이 지나 목표액의 1000%인 3억 5천만 원, 8일 뒤인 14일엔 목표액의 2000%인 7억 원, 이후 마감 7일을 남긴 시점인 4월 8일엔 목표액의 2850%인 10억 원을 돌파했고 13억 4274만 9000원으로 생각보다 더 폭발적인 인기로 마감했다.

 



1. 추억에 열광하다.


 

작년부터 2030 세대에서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애니메이션 노래를 다시 듣는 것. 그 흐름은 이용신 성우의 대학 축제로부터 시작하여 2020년 지금 디지몬 어드벤처 펀딩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신 성우는 '달빛천사'에서 직접 주제곡을 부른 인물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노래가 바로 위 유튜브 영상이다. '나의 마음을 담아'라는 노래로 아마 젊은 세대들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일 것이다. 나도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없지만 노래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기 때문이다. 대학 축제는 아마도 그 해 학우들이 가장 기대하는 대학 행사 중 하나일 것이다.


가수들도 축제 시즌만 되면 이 학교 저 학교 전국 어디든 상관할 것 없이 바쁘게 행사를 다닌다. 그만큼 학기 초부터 빛나는 무대를 장식할 아티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이 일어난다. 오죽하면 축제 라인업에 따라 축제 전반적인 총평이 갈리기도 하니 말이다. 이만큼 중요한 무대에서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를 제치고 이화여대는 '성우'를 택했다. 그 해 이화여대 대동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전례 없는 극심한 취업 난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마음 졸이기도 한다. 거기에다가 아침에 눈만 뜨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 그에 따라 내 능력도 계발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목표로 하는 직업군이 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 보니 자연스레 옛 것에 눈이 간다.


최근 들어 레트로 붐이 일었고, 레트로와 뉴의 합성어인 '뉴트로'라는 단어가 탄생하기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자꾸만 과거로 향한다. 지금 눈 앞의 현실은 적응하기도 힘들고 낯선 환경이니 익숙하고 친근한 과거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2. 새로운 매체의 등장


 

2030대는 유독 감성에 예민한 세대이다. 인터넷의 발달하면서 그대로 자연스레 인터넷과 함께 발전해왔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공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또래들에게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간단한 메신저 '네이트온', '버디버디'를 필두로 채팅에 익숙해져 갔고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사용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에 적응했다.


그러다 '싸이월드'의 등장으로 우리들의 감성은 피크를 찍었다. 그 유명한 싸이월드 눈물 셀카부터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유명한 사진들이다. 싸이월드의 투데이와 토털은 내가 얼마나 인기 있는 사람인가를 증명할 수 있는 분명한 수치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인생 능력치를 쌓을 수 있었다. 옛날처럼 시와 소설을 읽으며 문학적 감각을 쌓기에 인터넷은 너무나도 손쉬운 매력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레 현재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되었다. 이제는 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제한사항이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유튜브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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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누구나 손쉽게 영상을 올리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전 글에서도 유튜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었다. 이번에는 '누구나'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누구나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할 수 있다는 것은 잊힌 아티스트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 때 유명했던 가수는 물론이고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들조차 유튜브로 뛰어들고 있다. 이는 곧 방송에 얼굴을 비추어야 할 방송인들의 주 무대가 인터넷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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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추억을 되살리는 영상들이 많아졌다. 그중 애니메이션 분야는 어떤 장르의 영상보다 확실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 유명한 라이징 스타 '펭수'도 EBS에서 진행한 '이육대'를 기점으로 성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이유는 추억. 펭수는 기획단계부터 시대 흐름을 따라 크리에이터를 노리고 제작되었다. 무난 무난 영상을 이어가던 펭수는 이육대를 기획하게 되었고 거기서 엄청난 인물들이 등장했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봤을 '모여라 딩동댕'의 뿡뿡이와 짜잔형이 나온 것이다. 이 둘의 등장은 추억을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들에게 '꼰대' 콘셉트를 톡톡 뿌려주니 블랙코미디에 목마른 우리는 그 미끼를 덥석 받아먹었고 어릴 적 함께 추억을 공유했던 뿡뿡이도 우리와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게 해 주었다. 잊고 살던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그렇게 2030 세대는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3. 과거를 추억하다.


 

어느 세대든 과거를 추억하며 아련해지는 건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시들하지만 한 때 80년대 학교를 재현해 놓은 테마, 그때 그 시절 교복을 빌려주는 이벤트와 같은 세트장도 유행했었고 뽑기, 불량식품, 쫀디기 등 간식거리도 값싸게 다시 출시해 유행하곤 했다. 2~3년 전에는 복고 열풍이 불었고 지금은 레트로와 뉴를 합친 뉴트로가 열풍이다. 겪어본 적도 없는 과거를 흠모하고 재현하는 2030 세대와 때마다 돌아오는 유행을 마주하며 '유행은 돌고 돈다'는 이치를 깨달은 기성세대들. 나이야 어찌 됐든 과거에 대한 열망은 사람으로서 가지는 고유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달픔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막막한 미래보다는 이미 한번 겪어 익숙해지고 확실한 과거를 바라본다.

 

인간의 유전자에 내재된 본능과도 같은 행위일까.


추억을 회상하고 잠시나마 현재, 미래를 잊는 것.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양분 삼고 현재를 불태우는 것. 결국 지금 이 시각조차 인지하는 순간 시간이 흘러 현재는 과거가 되고 마는 것. 이렇게 시간은 서로 꼬리를 물고 흘러만 간다.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달려 나가는 우리기에 잠시나마 과거를 마주하고, 편안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두려움을 떨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결국에는 과거는 미뤄두고 다시금 현재를 살아내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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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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