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 - 디자인 매거진 CA #248 [도서]

글 입력 2020.01.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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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라면서 스스로에게 맞는 적성이 뭔지, 무엇을 내가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간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전할 수 있는 것들과 나와는 맞지 않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을 나누는 것도 성장하는 과정의 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누군가의 재능을 또는 종사하는 직업을 보며 내가 평생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내겐 그중에 하나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의 정의가 “주어진 목적에 따라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인 만큼 표현해야 하는 의미가 무언가의 외면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질 만큼의 창의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내게 디자인은 그에 맞는 천부적 재능을 지닌 자들의 영역이었다. 나의 삶과는 멀리 떨어진 다른 행성에 거주하는 누군가들의 이야기랄까.
 
그래서 디자인 매거진 CA #248의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분명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잡지는 “아이디어”, “패키지”, “잡”의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소개를 읽은 후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주제는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디자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는지라,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지닌 이들의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어떨 것인지 배워보고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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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넘기면 디자인 매거진 CA에 대하여 “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이라고 소개가 적혀있다. 한 사람의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세계 여러 작품들과 디자이너의 생각을 소개하며 창의적인 통찰력을 담아내려 한다는 메시지는 책장을 넘길수록 내게도 전해진다. 그렇게 다양한 작업과 프로젝트들이 소개된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에 무언가 특별할 것이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읽으면서 점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없으면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다. 매일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과 광고가 넘치는 세상에서 아이디어가 없으면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창하거나 장황한 것이 아닌,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설명이 가능한 것,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아이디어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설명과 함께 소개된 팰런트 하우스 갤러리의 팜플렛을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다른 모양의 두 괄호를 사용해 합치면 팰런트의 P로 보이지만 팜플렛을 펼치면 그 안에 소장된 예술품들이 드러나면서 갤러리에 이렇게 다양한 예술품이 소장되어 있다는, 디자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드러낸다. 간단하고 바로 인식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의 예시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만큼, 하나의 생각에 불일치를 보이기도 한다. 양선희 구트폼 창립자의 경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여러 사람이서 함께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의 줄기는 이미 맞춰진 상태에서 이를 이루어내기 위해 실행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와이든 케네디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수잔 호프만은 이에 반대한다. 최고의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과의 고민으로 탄생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소개된 소원영 데이터 시각화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젠트리피케이션 양상, 북한 맵핑 시도의 데이터들을 분석 및 시각화한 사례들은 분명 일반 문서 위에 출력된 흑백의 수치보다 훨씬 분명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소원영 디자이너는 데이터 시각화 디자이너의 역할로 데이터의 전달이 쉬워야 할 뿐 아니라 아름답게,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수집, 가공 후 시각화 등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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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면 보통 무슨 생각이 들까? 이 졸업장을 받으려고 이 날까지 버텼구나 하면서 즐거워하다가 학생이라는 틀을 벗어나 사회인으로서 온전히 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에 막막함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졸업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부를 마쳤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을 위해 디자인 매거진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 발을 디딘 이들을 위해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들을 건넨다. 디자이너의 길이 쉽지 않음을,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위한 진로 방식 및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뿐 아니라 모두가 기억해야 할 불변의 진리를 말한다. 결국 움직이는 사람이 뭔가를 해내게 마련이라고.

 

식음료 패키지 디자인이야말로 빠트릴 수 없는, 아니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논할 때 가장 조명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식음료 패키지 디자인은 제품에 새로우면서도 멋지고 달라 보이면서도 동시에 맛도 있고 구매하면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기분을 소비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제품은 당신의 삶을 향상하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쉽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디자이너들의 설명과 더불어 그 예시들을 보고 있자면 매일 마트와 같은 곳에서 보는 식음료 제품들의 패키지가 그 제품의 강점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노력한 누군가의 고뇌였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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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기까지 몇 장을 남겨두고 위의 문장에서 시선이 멈춘다. “사람들은 같은 원을 늘 새롭게 돈다(The Circle is ever travelled anew)”는 하나의 문장으로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까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한 스퀘어 컬렉션의 주제이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디자이너들은 해당 문장이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각자 다른 것을 느끼는 새로움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디자인을 넘어 여러 방면에서 창작을 하는 행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것에서, 이미 선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다 세상에 나온 듯해도 그 안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를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는 디자인만의 것은 아니기에.
 
디자인 매거진은 내게는 너무나 다른 세계였던 디자인을 알려준 입문서 같았다. 다양한 예시, 이루어지는 방식,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서의 이야기까지.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도 쉬이 읽은 잡지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결국 삶 자체가 노력과 협동으로 생산되는 창조의 과정이고 그 다채로운 과정 중 디자인도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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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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