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선에 매달린 균형과 조화 "알렉산더 칼더 展" [전시]

알렉산더 칼더 展 : 칼더 온 페이퍼
글 입력 2020.01.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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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그를 처음 만난 건 학창시절 전공 수업 시간이었다. 작은 서커스 공연을 연출해놓은 그의 작업은 이토록 오밀조밀하고 사랑스러운 작업을 하는 이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칼더의 작은 서커스 공연은 인터넷 서치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가방 속에서 등장한 단원들은 손의 움직임을 따라 멋진 곡예를 선보인다. 작은 동력을 주면 줄을 타고, 묘기를 부린다. 서커스는 그의 초기 작업으로, 칼더의 키네틱 아트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은 동력을 주면 스스로 움직이는 작업을 ‘키네틱 아트’라고 부른다. 과거에 평면 속 그림 또는 정적인 조형물들이 미술의 주된 흐름이었다면, 그의 움직이는 서커스 공연은 새로운 흐름을 말하고 있다. 움직이는 조형물이 나옴과 동시에 새로운 미술 용어도 함께 탄생했다. 지금이야 키네틱 아트라고 하면 정교한 톱니바퀴와 움직임의 원리가 뒤섞여 돌아가는 조형물을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작품이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었다.

 

자료를 찾던 중 흥미로웠던 것은, 모두가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마르셸 뒤샹의 ‘자전거 바퀴’ 또한 키네틱 아트라는 사실이다. 작은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 하나가 올려져 있다. 뒤샹은 이 바퀴를 관객들이 스스로 움직여볼 수 있도록 했다. 금속이나 나무 같은 딱딱한 재질로 이루어진 작품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은 사람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몇 번 마주쳤다. ‘뒤샹이 만든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는 설명문과 달리 안내선 안쪽에 멈춰있는 바퀴는 그것을 느끼기 힘들었다. 지금에 와서 마음속으로나마 그것을 굴려보면, 괜한 즐거움에 웃음이 지어진다. 뒤샹 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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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의 작업 시리즈로 가장 유명한 것은 모빌이다. 어린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천장에 달린 작은 모양의 나비, 새, 개구리 등을 떠올리기 쉽다. ‘모빌’은 마르셸 뒤샹이 처음으로 이름 붙였다.


그 이름대로 단순히 나비 모양만 생각했다면, 칼더의 작업을 보고 물음표를 띄웠을지도 모르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작은 선 하나에 매달려 있는 조각들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정교하고 감탄스럽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만으로는 작품의 공기를 느끼기 힘들다. 사진 속 그의 작업은 평소 내가 알던 모빌처럼 크기가 작을 것이라 생각했다. 믿을 수 없이 균형 잡힌 조각들이 하나로 조화롭게 매달려 있을 거란 사실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그의 작업을 육안으로 마주했을 때, 감탄과 감동은 잔잔하면서 묵직하게 흘러들었다. 그 시기의 작가들 작업을 함께 볼 수 있었던 기획전에서, 칼더의 모빌 작업은 상당히 높은 미술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천장이 정말 높았기 때문에 고개를 위로 들어야만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조화롭게 흔들리는 검은색과 흰색은 그 방의 분위기를 압도할 만큼 컸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내 몸짓만 했다. 칼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보며 그의 작업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웠지만, 그것이 없었다 하더라도 작업 자체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 당시 고정된 생각을 비틀었다는 것에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테지만, 그 전에 칼더 작업의 조형적 요소들이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여전히 그의 작업을 다양한 전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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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강남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에서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인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 <칼더 온 페이퍼> 展 (이하 <칼더> 展)이 열린다. 이 전시는 <칼더 온 페이퍼 (Calder on Paper)>라는 제목 아래 2017년 영국 런던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를 포함 하여 전 세계를 순회 중인 전시로, 아시아 최초로 K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다.

 

K현대미술관은 그동안 쌓아온 공간 연출 디자인(scenography)을 바탕으로 창립 3주년이 되는 해에 더욱 탄탄한 전시를 준비했다. 흰 벽과 바닥에 둘러싸인 작품을 고요하게 숨소리만 들리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것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며 작품을 조명하고 있는 전시는 관객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두 전시 모두 즐기는 편이지만, 눈에 다가오는 감각이 좀 더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공간 연출이 탁월한 전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연출에 따라, 세심한 동선, 캡션의 위치 등 작은 요소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다가온다. 그것은 작품의 아우라를 극대화할 수도 축소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번 K현대미술관에서 대가 알렉산더 칼더의 작업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더욱 기대가 된다.


이 전시를 기대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K현대미술관이 설치 연출의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2D와 3D가 융합된 구조물을 만들고, 칼더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하였다는 것이다.

 

 

Installation View, ⓒ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9_06.jpg

 

 

또한 칼더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회화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판화가 아닌 ‘원작’ 150여 점을 어렵사리 들여와, 앞으로 한 세기 안에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전시가 될 것이다.

 

평소 칼더의 그림 작업은 잘 만나볼 수 없었다. 이번 전시가 또 한 번 감동을 일으키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저작권의 문제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그 공간에서 오직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경험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알렉산더 칼더 展
- Calder on Paper -


일자 : 2019.12.13 ~ 2020.04.12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초등학생 : 10,000원
미취학아동 : 8,000원

주최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만 3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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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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