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찾아줘, '파인드 미'

글 입력 2020.01.1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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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을 사랑의 이름, 엘리오와 올리버. 한 남자로 돌아온 이 시대의 아버지, 새뮤얼 펄먼.

 

열일곱 살 엘리오와 스물네 살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장편소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첫사랑의 마스터피스’로 자리매김한 안드레 애치먼. 그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속편 <파인드 미>로 풀어냈다고 한다.

 

먼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굿리즈> 선정 올해의 책, <타임> 선정 올해의 책, <보그> 선정 올해의 책, <아마존> 선정 이달의 책,<굿리즈> <나일론> <뉴나우넥스트> <뉴욕 매거진> <릿허브> <마리끌레르> <미국 연합통신> <미디엄> <밀리언> <보그> <버슬> <버즈피드> <벌처> <복스> <스릴리스트> <시카고 트리뷴> <야후> <오프라.com> <옵저버> <우먼스 데이> <워싱턴 블레이드> <워싱턴 포스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캐나다방송협회> <타운&컨트리> <타임> <타임스>(UK) <퍼레이드> <퍼블리셔스 위클리>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하이퍼블> <허핑턴 포스트> 선정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꼽힌 아주 대단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나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전작을 읽지 않고, 이번 작품을 읽어서인지.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뭔가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랄까. 그 동안 읽어왔던 소설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사랑에 대해서 늘어놓는 단어들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문장들이 차가우면서도 슬픈 외로움이 느껴지는, 그리고 자신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속에서 성숙함이 드러나고 있다. 친밀함을 공유하길 원하지만, 외로움을 또 갈망하는. 그 선택들간의 얽힌 감정들 속에서 또, 태연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공감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머뭇거리는 표현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들의 수없이 오가는 얽힌 감정들. 공감과 애틋함 많은 감정들 속에서 결국은 서로가 만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덤덤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있었던 책이었다.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 줬어요. 책, 음악, 아름다운 사상, 사람, 쾌락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까지. 무엇보다도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고 시간은 늘 우리를 비껴간다는 걸 알려 주었죠."라고.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시간은 늘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고. 그 시간들을 붙잡지 않는다면, 결국 가능성을 포기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시간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다시 떠올리게 되는. 그저 평온한 삶을 유지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충분히 살아낸 이 삶에 채워지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여러모로 돌아보게 되는 책이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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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분류: 소설 / 외국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André Aciman)

옮긴이: 정지현

출판사: 도서출판 잔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판형: 130×195(mm) / 페이퍼백

페이지: 300쪽

정가: 13,800원



 


저자소개 : 안드레 애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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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1월 2일 이집트 출생. 뉴욕대학에서 작문을 공부하고 프린스턴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다.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한편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하며 가족과 함께 맨해튼에 살고 있다. 1995년 회고록 <아웃 오브 이집트(Out of Egypt)>로 화이팅 어워드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1997년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2007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으로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여덟 개의 하얀 밤(Eight White Nights)> <하버드광장(Harvard Square)>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아웃 오브 이집트(Out of Egypt)> <폴스 페이퍼(False Papers)> <알리바이(Alibis)> 등을 출간했다.



 


역자소개 : 정지현


 

대학 졸업 후 미국에 거주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소설과 아동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스위밍 레슨(Swimming Lessons)> <셰이프 오브 워터> <에이번리의 앤: 빨간 머리 앤 두 번째 이야기> <피터 팬> <오페라의 유령>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호두까기 인형> <비밀의 화원> <하이디> 등을 번역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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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9

카덴차|143

카프리치오|247

다 카포|285

 

 

 


책 소개 및 인상 깊었던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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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귄 사람하고 가까웠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람은 대부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걸 꺼려요. 그런데 난 돌아갈 다리를 아예 폭파해 버리죠. 애초에 돌아갈 곳이 없어서인지도 몰라요. 사귀던 사람의 집에 짐을 전부 그대로 둔 채 사라진 적도 있어요. 짐을 싸서 이사 나오는 그 긴 과정도, 눈물 가득한 애원으로 변해 버리는 이별 후의 시간도 너무 싫거든요. 가장 싫은 건 상대와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손길이 닿는 것 조차 싫은데 한동안 미련이 남은 척해야 한다는 거예요. 네, 맞아요. 그럴 거면 뭐 하러 사귀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요. 누군가와 새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도 성가시고 상대의 사소한 생활 습관도 견뎌야 하잖아요. 그의 새장에서 나는 냄새도. CD를 쌓아 놓지 좋아하는 것도. 한밤중에 꼭 나만 깨우는 오래된 라디에이터 소리도. 그는 창문을 닫고 싶어 하지만 난 여는 게 좋아요. 난 옷을 아무 데나 두는 데 그는 수건을 잘 개서 보관해야 하죠. 그는 치약을 꼭 밑에서부터 짜는데 난 아무데나 짜고 뚜껑을 항상 잃어버려요. 사라진 치약 뚜껑은 그가 변기 뒤쪽에서 발견하죠. 리모컨은 리모컨 자리에, 우유는 냉동실 쪽에 가까이 놓되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속옷과 양말은 저 서랍 말고 이 서랍에 넣어야 하고. 난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에요.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고요. 자기 주장이 좀 있을 뿐이죠. 하지만 겉모습만 그래요. 난 모든 것, 모든 사람을 참아 내요. 적어도 한동안은 참고 견디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 거에요. 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 않다, 이 사람이 가까이 있는 게 싫다, 벗어나고 싶다, 그런 감정과 싸워요. 하지만 남자는 그걸 감지하는 순간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날 졸졸 따라다녀요. (p25)

 

"요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빠에 대한 사랑이 변했다고. 이젠 자연스럽게 샘솟는 사랑이 아니라 울적하고 조심스러운, 간병인의 사랑이에요. 진짜가 아니죠. 그래도 우린 여전히 서로에게 솔직해요. 아빠한테 부끄러워서 못 할 말은 없어요. 20여 년전 엄마가 떠난 뒤로 아빠와 나 둘뿐이었죠. 한동안 만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 살아요. 간병, 요리, 빨래, 청소, 정리정돈을 해주러 오는 분이 있죠. 오늘은 아빠의 일흔여섯 번째 생일이에요. 케이크도 그래서 산 거예요." 그녀는 선반에 놓인 하얀 상자를 가리켰다. 부끄러웠는지 케이크 상자를 가리키며 살짝 킥킥거렸다. "아빠가 친구 둘을 점심에 초대했는데 아직 답을 못 받았대요. 아마 안 올걸요.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거든요. 다른 형제자매들도 안 올 테고요. 아빠는 피렌체 내 집 근처의 오래된 가게에서 파는 프로피테롤을 좋아해요. 피렌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좋은 시절이 떠오른대요. (p27)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신뢰가 담긴 그녀의 따뜻한 미소가 좋았다. 섬세하고 진실하고 어쩌면 나약해 보이는 미소였다. 사귀는 남자들이 그녀를 숨 막히게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남자들은 그녀가 딴 데로 눈을 돌리는 순간 무엇을 잃어버리는지 깨닫는 것이다. 그녀가 무엇 하나 그냥 넘기는 법 없는 날카로운 초록색 눈으로 바라보며 솔직한 질문을 던질 때의 미소와 기분 좋은 나른함이 사라지고, 그녀가 밖에서 시선이 마주친 남자들에게 끄집어내는 친밀함의 욕구가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아, 내 삶을 잃었구나.'하고 깨닫는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그러고 있었다. 그녀는 가까워지고 싶고 또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마치 상대방은 언제든 내어 줄 수 있는 친밀함이 내면에 있어 공유하길 갈망하지만, 그녀와 있을 때가 아니면 자기 안에서 절대로 그 친밀함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닫는 것처럼. 나는 그녀를 껴안고 손을 만지고 이마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지고 싶었다. (p29)

 

"나요? 외로움 때문에요.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은데 또 혼자 있고 싶어 죽겠어요. 지금도 봐요! 혼자 기차에 올랐고 책도 있고 절대로 사랑할 일 없는 남자친구도 옆에 없어서 무척 행복한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는 쪽을 선택하잖아요. 아, 기분 나빠 하진 마세요." (p32)

         

"난 요즘 아무한테나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우체부하고도 잠깐 수다를 떠는데 남자친구에게는 내가 뭘 느끼고 뭘 읽고 뭘 원하고 뭘 싫어하는지 절대 말하지 않죠. 어차피 그 사람은 귀 기울이지도 않을 거고 이해는 더더욱 못 할 테니까요. 유머 감각이란 게 없거든요. 웃긴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줘야 한다니까요." (p32-p33)

              

“하지만 그 사람들과의 우정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비밀이 없었죠. 아버지는 나에 대해 다 알고 나는 아버지에 대해 다 알고. 그런 점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아들이에요. 아버지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 줬어요. 책, 음악, 아름다운 사상, 사람, 쾌락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까지. 무엇보다도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고 시간은 늘 우리를 비껴간다는 걸 알려 주었죠. 아직 젊어도 이만큼이나 알아요. 가끔 가르침을 까먹어서 탈이지만.” (p135)

              

“벽이 뭐라고 말할까요?” 미란다가 엘리오와 벽에 완전히 심취해서 물었다.

“뭐라고 하느냐고요? 간단해요. ‘나를 찾아. 나를 찾아 줘.’”

“엘리오는 뭐라고 말하죠?”

“나도 같은 말을 해요. ‘나를 찾아요. 나를 찾아 줘요.’ 그럼 우린 둘 다 행복해하죠. 여기까지예요.” (p138)

              

이 연주를 듣고 있니? 그날 저녁 그 자리에 없지만 나에게는 절대로 부재하지 않는 단 한 사람에게 물었다.

듣고 있어요.

너는 알 거야. 내가 긴 세월 동안 내내 허우적거린 거 너는 잘 알 거야.

알아요.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는걸요.

넌 나에게 정말 아름다운 곡을 들려주었구나.

그러고 싶었어요.

그럼 넌 잊지 않은 거구나.

당연히 잊지 않았죠. (p264)

              

기나긴 시간, 기나긴 세월, 우리를 스치고 떠나보낸 모든 삶이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설령 그렇더라도 시간은, 우리가 껴안고 늦게 잠들기 전에 그가 한 말처럼 시간은 언제나 아직 살지 않은 삶에 치르는 대가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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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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