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라는 글을 보았다.
벽에 둘러놓았던 가렌더를 내리고, 거실 한 구석에 자리했던 트리도 다시 창고로 돌아간다. 그나마 화려했던 옷들을 꺼내놓았던 옷장도 다시 무채색으로 돌려놓는다. 서점에 그득했던 빨간색의 엽서카드 매대가 치워진다. 조명들이 건물에서 사라진다.
나는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출근해서 퇴근을 기다리듯이, 아침에 일어나 잠에 들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듯이, 월요일의 버스에서 금요일의 퇴근하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듯이, 한 해의 끝을 기다리는 나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화려한 음악들이 들려오는 화려한 길거리.
착각
나는 생각했다. 잠시나마, 크리스마스에, 연말에, 새해에, 그런 그림들에 초대받았던 것이 아닐까.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라는 친구의 말에 착잡해졌다. 가지고 있던 모든 고민들과 문제들을 거대한 화려함을 뒤로 하고 다시 바라봐야 한다.
일상이라는 것이, 평범한 것이, 부담스럽다. 나에게 핑계거리가 사라졌다. 모든 것들을 놓을 수 있는 핑계거리가. 그래서 일상과 비일상의 위치가 전복되기도 하는 시기를 내 스스로 연장시키기도 했다. 겨울이 오기 전부터, 가을이 오기 전부터, 나는 캐롤을 들었다. 그 힘으로 지나왔던 것 같다. 시간을 보냈고, 내 의무를 외면했다. 숨었다.
기약없이 숨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만 연말의 긴 행사도 결국 내가 늘리고 늘려왔어도 끝이 났다.
적응
나에게는 긴 시간이 주어졌었다. 욕구와 의무와 회복과 피로 사이에서 비집고 올라올 시간. 나는 인정해야 했다. 이미 스스로에게 여유를 많이 부여했다. 이제는 정말로 다시 자차의 열쇠를 들고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일상을 잠시 덮어주기 때문에. 완전히 나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잠시 나의 숨을 가다듬어주기 때문에. 이제는 그마저도 나의 다른 규칙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한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이렇게 많은 모습은 당분간 볼 수 없을 거다. 나의 1년마다 자리잡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일상을 분리할 수 있는 구분점이 되었다. 회귀점이 있다는 안도감. 말 그대로 소박함 일상. 다시 화려함으로 초대받을 것이라고 확신함에 또 다른 안도감. 안도감이 주는 또 다른 안도감 ㅡ 안정.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야 하는 걸까, 이번에는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지친 나를 '새해'라는 의미로 일으킬 용기를 낼 수 있을까. 365일만에 돌아오는 이 한달이 주는 무게와 응원과 압박.
단어들에 대항하여 생각해보게 된다. 일상. 원래. 규칙. 돌아감.
그리고 게슈탈트 붕괴.
새해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타의적 계기이자, 리셋버튼이 없는 현실에서 유일하게 착각할 수 있는 리셋버튼과도 같다. 내가 결정할 수 없었던 그 키버튼을 대신 눌러준 달력의 흐름.
새해가 줄 수 있는 힘이란, 유난히 이번에 연락을 하지 않던 이들에게 새해인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다. 내가 새해의 힘과 응원과 압박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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