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들이 떠난 후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연극 "라 뮤지카"

글 입력 2019.12.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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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들이 떠난 후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라 뮤지카


 

시작일까? 끝일까?

모두 헛된 고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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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태양

 

 

 

그들은 이미 끝난 사이였다.



본 연극은 이혼 판결을 받은 남녀가 신혼시절 살았던 시골마을의 호텔 로비에서 만나며 시작된다. 그리고 늦은 밤, 그 호텔 로비에서 남녀는 대화를 나눈다. 우연한 마주침, 그리고 동시에 다소 고의적인 마주침일 수 있는 그런 만남이었다. 그들은 '괜찮은 척'하며 마주했다가 한없이 흔들렸다가 결국 어떠한 답을 내리지 않고, 그 공간을 벗어나며 판단을 미룬다.

 

물론 그들은 어려운 사이다.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미워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과거'가 있는 호텔에서 만났다. 그들의 속이 시끄러워지기에 딱 좋은 그런 날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이미 끝난 사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대화 끝 터져 나온 '시작일까? 끝일까?'에 공감할 수 없었다. 재혼을 앞두고 있는 그들은 이미 끝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라진 호텔 로비에는 열쇠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들은 그들의 문제점을 답습했고, 여전히 문제 해결의 키를 밖에 두고 같이 호텔 로비, 즉 무대를 떠났다.


그들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문제는 각자의 외도였을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였을까. 대화로 이루어진 이 극에서 그들의 문제점은 역설적이게도 대화가 아닐까 싶다. 그 대화, 대화, 대화, 계속된 대화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털어놓기 바쁘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듣기보다는 내뱉음이 더 많았다. 말은 생각보다 왜곡되기 쉽다. '말'은 우리의 일상 속 가장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다. 동시에 굉장히 쉬운 매개체다. 입만 벙긋하면 무언의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도, 쉽기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중요하지만, 그토록 가벼운 언어, 그것이 바로 '말'일 것이다. 그러니 동시에 왜곡되기도 싶다. 우리는 이따금 상대가 하는 말 중에서 원하는 단어를 선택해 대화를 이어간다. 그런 왜곡된 대화는 진정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놓친다. 그는 그녀의 말을, 그녀는 그의 말을 잘 이해했던 걸까. 그래서 그는 '시작일까? 끝일까?'를 고민했을까. 그들의 대화 속 쌓여있는 과거들과, 그들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그들은 끝난 사이일 것이다.

 

불안정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스릴감과 같다. 이미 헤어진 남녀가 흔들리는 감정을 선보이는 이유는 행복했던 과거에 대한 미련이며, 새로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은 끝났다. 완전히...! 본 공연을 보신 분들은 모두 아실 것이다. 그들의 대화는 모두 '과거형'이었다. 그들은 미래를 대화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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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태양

 

 


대화를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한 노력



무대에는 4개의 의자와 2개의 테이블, 1개의 카운터 책상, 종, 전화 등이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심플하다. 소극장 연극들은 대부분 소품이 최소한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대화를 무대 위로 올려야 하는 극이었던 만큼, 무대 위 다른 곳이 아니라 두 배우에게 집중되게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곳이 진짜 호텔 로비인 것처럼 표현했다.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채우듯 깔았던 전등이 확실히 그러한 역할을 해주는 듯했다. 세련되며 동시에 단도 없던 무대를 관객석과 분리하는 역할을 했다. 그 무대 위에서 만나 남녀의 이야기, 대화가 주요 사건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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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태양

 

 

우선적으로 신체적인 동선 역시 최소화였다. 그들은 대화를 하며 호텔 로비를 누볐다. 단조롭지만 최대한 단조롭지 않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은 쉴 새 없이 말했다. 참아온 것들을 더 표현하려 했다. 하나라도 더 꺼내어 진심을 말하려 했다.

 

그러나 관객의 입장에서 모든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약간의 부담이 되었다. 대화가 중심인 극이기에 대화를 놓치면 사건을 따라갈 수가 없다. 60분가량 되는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들의 대화 속에 있어야 했던 '경청'을 내가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대화만으로 사건의 흐름을 이끌고, 그를 60분가량 관객을 끌어당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대사들은 의미 있어 등장했고, 그 대사와 저 대사를 엮어 하나의 그물을 만들어 관객들을 낚는다. 그 과정에서 피로감이 높아지는 것은 그들의 대화가 참으로 답답한 대화였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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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박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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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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