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헬조선인 이 나라! 그럼에도 청년들이 살아가는 법 [사람]

다양한 청년 인문상상팀들을 취재하며 배운 세 가지의 가치
글 입력 2019.10.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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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문상상 기자단에 뽑히다!



“이야~ 살았다, 살았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신에게 감사를 표할 정도로 날 기쁘게 한 건, 휴학을 하고 한적하게 지내던 중 날아온 문자 한 통이었다. 인문상상 청년 기자단을 뽑는 대외활동에 합격했다는 문자였다. 인문상상 기자단이 하는 일은 ‘한국 청년 인문상상 프로젝트’에 선발된 팀들을 인터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단이 취재해야 하는 팀들은 어떤 팀들이냐 하면, ‘인문가치’를 담은 창의적 인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팀들이었다. 나는 청년들이 인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그 팀들을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이 활동을 꼭 하고 싶었기에, 합격 문자를 받자마자 신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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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인문상상 프로젝트 지원에 선발된 팀들이,

내가 취재해야 할 팀들이었다.

 

 

나는 이들을 하나, 하나 직접 방문하고 취재하며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지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 활동을 하며 배운 가치들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첫째,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해라


 

인문상상 프로젝트 팀들이 기획한 프로젝트를 해내는 원동력은 ‘상상력’이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그들은 청년들의 입으로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도 다른 삶을 상상할 줄 알았다. 그 상상력을 가졌기에, 자신들이 원하는 사회를 그릴 줄 알았고 그걸 위해 열심히 발로 뛸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생각을 갖게 해준 대표적인 팀들이 ‘소소한 아트뉴스’팀과 ‘900km Studio’팀이었다.

 

소소한 아트뉴스팀은 상상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었다. ‘이상적인 학교’에 대해 고등학생, 학부모, 교사 각 계층이 원하는 모습을 취재한 뒤, 그걸 바탕으로 연극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다. 나는 학생이었을 때 주입식인 입시교육 시스템에 대해 투덜거리긴 했지 이상적인 학교를 상상해보지도 않았다. 이 지옥 같은 학교를 탈출할 생각만하며 그 시스템에 순응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소소한 아트뉴스팀은 이상적인 학교가 무엇일지 상상하고, 연극으로 재현해보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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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학교를 상상하고,

연극으로 재현한 소소한 아트뉴스팀

 

 

900km studio라는 팀은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대안적인 삶의 방향을 소개하고 전달하는 팀이었다. ‘요즘 것들의 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비혼, 비출산, 가부장적인 명절문화를 거부하는 가족 등, 사회 문화에서 주류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900km studio는 어떤 문화가 자신에게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면, 주류와는 ‘다르게’ 살아보라고, 기꺼이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과는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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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문화를 거부하고, 대안적 삶을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900km studio

 

 

 

둘째, 내가 맡은 바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


 

두 번째로 배운 점은, 자신이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 선한 영향력을 뿌릴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팀들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나는 이미 굉장히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그걸 느끼게 해준 팀은 ‘창작집단 3355’팀과 ‘과감한 인생’팀이었다.

 

창작집단 3355는 서대문 지역의 오래된 책방을 예술가적인 방식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대문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시간과 역사를 품은 작은 책방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창작집단 3355는 예술가들의 모임답게, 치열하게 고민하며 그 책방을 다양한 예술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책방을 함부로 대상화하지 않고, 자신들의 재능을 이용하여 예술적인 방식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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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3355가 사랑하는 서대문의 공씨책방

 

 

과감한 인생팀은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이뤄주는 걸 목표로 하고 활동하는 팀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버킷리스트를 모으던 중,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가 많다는 걸 알고서, 직접 창작한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걸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었다. 기자딘이 취재하러 방문했을 때 뮤지컬 연습을 뜨겁게 하던 현장이 지금도 생생하다. 과감한 인생팀은 ‘인생 뭐 있어, 과감하게!’ 라는 구호를 가지고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래로 미루지 않고 당장 실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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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뮤지컬을 제작하는 과감한 인생팀

 

 

두 팀은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자신들이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걸 하는 것만으로, 서대문 책방의 역사와 시간은 잊히지 않고 누군가의 손에 기록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는 지금 당장 현실로 이뤄지고 있었다.

 

 

 

셋째, 동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마지막으로 청년 인문상상 프로젝트 팀들을 취재하며, 세상에는 나와 연대해줄 동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내가 이 사회에는 섞이지 못하는 것 같은 외톨이 같을지라도, 세상에는 나와 의견을 같이할 청년 동료들이 분명 존재했다. 그걸 느끼게 해준 건 클로져팀과 대구 페미니스트 모임 레드스타킹 팀이었다. 이 팀들의 공통점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모이게 된 팀들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클로져 팀은, 독립워커(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었다. 클로져 담당자님이 인터뷰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독립워커끼리의 고민을 나누는 모임 자리를 준비했을 때, 2시간 정도 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모임이 4시간 걸쳐 진행되자 이렇게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다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목말라 했구나를 느끼셨다고 했다. 독립워커라는 개념은 굉장히 생소한 만큼, 분명 주류에 인정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동체를 만들자, 모인 동료들은 분명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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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워커들의 커뮤니티인 클로져 팀,

사진은 독립워커들의 공간 '자유실험'

 

 

대구 페미니즘 모임 레드스타킹도 페미니즘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부할 수 있는 동료들을 모으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도, 강연이나 모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이 대구 페미니스트들을 모이게 했다. 또한 지금도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면, 사회의 억압을 받고 쉽게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내가 정말 이상한 건가?’ 라는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인터뷰를 할 때, 어느 한 분도 위축되거나 소외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남은 멤버들 전원이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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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페미니스트들의 책 읽는 모임, 레드스타킹

 

 

청년 인문상상 팀들은 새로운 의견의 방향성을 만들기 위해 선뜻 사회의 기준과 다른 첫 번째가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걸 보며 내가 비주류이고 외톨이처럼 느낄지라도 분명 어딘가에는 나와 연대할 수 있는 청년 동료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용기를 얻었다.

 

 

 

헬조선, 그럼에도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았다.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노오력’에 대해서는 나도 거부감을 느낀다. 이 글을 통해, ‘그래서 우리 청년들도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가보자!’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단지 인문상상 프로젝트 팀들을 취재하며 느낀 것이다. 얼마나 다양한 청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지.

 

 

상상하며, 성실하게, 동료들과 함께.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나라이지만, 결국 우리는 이 나라에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적어도, 낙심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사유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 글은 앞으로 끊임없이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적어내린 글이니까.

 

 

[박해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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