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의 서사성, Mike Yang부터 제임스 딘까지 [사진]

글 입력 2019.10.17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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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진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라슬로 모호이너지는 1930년대에 “미래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진을 못 읽는 자가 문맹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셜 매클루언 또한 1962년 그의 저서 『구텐베르크 은하계』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같은 전자매체의 등장으로 ‘구텐베르크 은하’로 상징되는 문자 중심 문화를 종언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고퀄리티의 이미지를 찍고 편집하고, 공유까지 할 수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양방향 소통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이미지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더 커졌다. 우리는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ㅋㅋㅋㅋ 대신 웃는 이모티콘이나 미모지(memoji), 또는 웃짤로 소통한다. 이미지가 문자를 대체하고 있다. 이미지가 힘을 얻는 이유를 살펴보겠다.

 

 

 

사진과 스토리텔링


 

사진은 사진가의 메시지를 담은 매체다. 사진가의 시선 없이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사진의 언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와는 완전히 다르다. 말로 하는 언어는 문법과 규범에 맞는 해석만 존재할 수 있지만, 이미지 언어는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바라본다. 는 문장을 예로 들겠다. 문자는 무감하다. 어떠한 긴장이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사진작가 Mike Yang은 사진으로 서사를 만든다. 그의 이미지를 보면 힘과 서스펜스, 그리고 강렬함이 느껴진다.

 

 

스크린샷 2019-10-16 오후 10.38.00.png

(C)Mike yang, @photomikeyang

 

 

이미지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혼자 있는 어린이를 보는 어른, 집 가기 싫다고 떼쓰는 딸을 보는 엄마일 수도 있다. 버석한 문장이 이미지로 표현되는 순간, 폭죽을 점화한 듯 상상력이 불꽃놀이처럼 터진다. 구도는 어떠한가. 인물이 서 있는 구도 덕분에 서사에 긴장감이 생긴다. 저 어린이는 어떻게 되는지. 어른의 다음 행동은 어떤 것일지 상상한다. 아이는 저기에 드러누울까? 어른은 그냥 가버릴까? 아니면 아이에게 다가갈까. 왜 흑백일까. 오래전에 찍었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저 둘의 이야기는 예전에 끝났다는 걸까. 상상은 가지를 뻗는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소설 한 편이 나올 수도 있다. 인물 덕분이라고? 그렇다면 아래의 사진을 보자.

 

스크린샷 2019-10-16 오후 10.58.57.png

(C)Mike yang, @photomikeyang

 

 

Mike Yang 작가의 'Gelid City' 5번이다. 2018년, 한파로 얼어붙은 한강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고 한다. 뜬금없이 놓인 돌의 위치 덕분에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얼어붙은 강물 위 저 돌은 왜 저기에 있을까. 누가 가져다 놓은 걸까. 머릿속에서 한 편의 서스펜스 영화가 그려진다. 사진을 더 자세히 보면 그림 같기도 하다. 흰 얼음은 파도처럼 운동성을 갖고 있다. 돌이 있는 부분만 흰 얼음이 없어 마치 마그리트 그림처럼 돌이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현실을 기록했지만, 실제보다 훨씬 더 풍부한 서사가 생겼다.

 

그는 각기 다른 사진이 만나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래의 두 이미지를 보자.

 

 

스크린샷 2019-10-16 오후 10.34.16.png

(C)Mike yang, @photomikeyang

 

스크린샷 2019-10-16 오후 10.35.16.png

(C)Mike yang, @photomikeyang

 

 

각각은 주차장의 핑크 덮개, 어디선가 봤던 핑크 간판이다. 평범한 두 이미지가 만났을 때 새로운 서사가 열린다. 마치 저 작은 모서리가 재미있고 기발한 '무언가'의 시작점인 것 같다. 두 번째 이미지 또한 그렇다. 각각 볼 땐 이용원 표시와 해파리다. 그러나 두 이미지가 만났을 때 파란색이 강조되며 이미지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한, 나른한 감각을 선사한다. 해파리가 저 밑으로 내려가면 내면의 깊은 곳을 건들만한 서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다.

 

 

 

존재하는 사진


 

모든 대상은 사진 속에 박제된다. 박제된 시간은 과거와 현재의 흐름을 초월해 존재한다. 사람들은 사진을 보며 자신이 그 순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Mike Yang은 이를 세련되게 이용했다. 마치 "우울한 새 스타(Moody New Star)"라는 제목의, 시대를 넘어 존재하는 제임스 딘의 사진처럼 말이다. 제임스 딘이 코트의 깃을 세우고 담배를 물며 비 오는 뉴욕의 거리를 걷는 모습을 찍은 이 사진은, 갤러리와 수많은 엽서와 포스터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 사진은 전후시대에 가장 많이 재생산된 이미지 중 하나이다. 이 사진을 보면 “왜 비 오는 날 이 배우는 거리를 걷고 있을까?” 혹은 “이 배우는 무엇을 하려는 것이지? 극장에 가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사진이 가진 스토리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것이다.

 

사실은 이렇다. 스톡은 니콜라스 레이의 파티에 초대되어 갔다가 제임스 딘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스톡은 딘에게 <에덴의 동쪽>이라는 영화 시사회에 초대를 받는다. 영화를 본 뒤 스톡은 딘에게 배우의 일상을 찍고 싶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5시간의 인터뷰 끝에 스톡은 딘에게 1950년대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부는 움직임을 그를 모델로 한 사진들로 상징하고 싶다고 말했다. 딘은 동의했고, 둘은 딘의 출생지인 인디애나를 시작으로 뉴욕, 페어마운트 등을 돌아다니며 촬영하였다.

 

특히 딘이 비오는 뉴욕의 거리를 걷는 사진은 그를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1950년대에는 배우가 프레임을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는 제임스 딘이 작게 나오고 주변의 분위기가 여백을 채운다. 스톡은 “제임스 딘은 탁월한 스토리로 만들만한 무언가가 있었다. (중략) 헐리우드 배우의 일상을 그대로 찍고 싶었다. 나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 사진은 각기 다른 의미가 있다. (중략) 독일어 중에 모든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있다. 나는 이 작은 남자가 타임스퀘어를 걷는 것을 통해 보통의 사람을 상징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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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는 사진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 사진이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 분)이 제임스 딘(데인 드한 분)의 사진을 찍기 전, 찍는 순간 그리고 사진을 찍은 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데니스 스톡은 니콜라스 레이의 파티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제임스 딘을 만나게 된다. 스톡은 딘에게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고 그를 촬영하기 위해 끈질기게 딘을 따라다닌다. 스톡과 딘은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열정적으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딘의 모습 또한 우리가 아는 반항적인 이미지와 정반대인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잭 워너(벤 킹슬리 분)의 말을 들어야 하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당황스러운 질문이 나와도 처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톡은 딘의 일상을 몰래 찍어 라이프 지에 보내지만 퇴짜를 당하고 상사로부터 더 돈이 되는 일의 제안을 받는다. 스톡은 비협조적인 모델과 생계 걱정 등으로 자신의 예술적 야심을 접기로 하고 타임스퀘어에서 본심을 털어놓는다. “난 한 배우 안에 있는 열망과 고독함을 봤어. 어떤 희미한 희망 같은 걸 말이지.” 딘은 놀랍게도 비를 맞아가면서도 타임스퀘어 옆 거리를 걸으며 촬영에 협조한다. 그리고 제임스 딘의 전설적인 사진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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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을 세우고서는 얼굴을 파묻은 채 거리 위를 걷는 제임스 딘의 사진은 헐리우드의 상징이 되었다. 그 전설적인 사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이 사진에서 후세 사람들이 파악할 수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등의 전기적 요소를 기대하기 쉽다. 영화가 이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의 방식은 극적이지 않다. 대단한 갈등도, 위대함을 이뤄내는 성취도 없다. 스톡과 딘의 만남이 갖는 역사적인 의미 역시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영화에서 부각되는 건 카메라 셔터 소리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셔터 소리는 관객 자신이 그 현장에 가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딘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스톡은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제임스 딘의 가장 진실한 순간은 '지금' 존재한다.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을 대신한다. 세상엔 무수한 사진이 있다. 그러나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사진은 서사를 가진 사진뿐이다. Mike Yang과 제임스 딘의 사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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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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