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제는 생활예술의 시대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6.0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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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주민센터에서 수채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온갖 재료를 가득 품에 안고 돌아온 엄마를 보고 신기했다.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4B연필을 손에 쥐고 꽃을 그리는 엄마라니. 얼마 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꽤나 오랫동안 엄마는 수채화 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모두 삐뚤삐뚤하고 어색한 엄마의 그림을 비웃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의 그림에 자연스러운 명암이 그려지고, 삐뚤삐뚤하게 그려졌던 사물들은 똑바로 형태를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제법 멋스럽게 꽃을 그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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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단 5분 거리인 주민센터에서 어느새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니 일반 대중과 예술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물론 예술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닌 권리로써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지는 오래다. 이제는 쉽게 전시나 공연 등을 접할 수 있다. 더하여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 예술을 해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실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보거나 연기를 해보라고 하면 왜인지 무척이나 부끄럽고 오글거려서 오히려 오바해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곤 했었다. 하지만 엄마를 보면서 일반시민들이 더 이상 예술에 있어 수동적 향유자가 아니라 능동적 창조자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바로 생활예술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다름아닌 우리가 하는 예술, 생활예술



생활예술이란 소수의 전문적 예술활동이 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예술활동을 일컫는다. 언뜻 낯설고 새로운 개념처럼 느껴지는데, ‘자발적 예술’, ‘비공식 예술’, ‘참여 예술’ 등 전문예술가가 아닌 비전문가들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활동을 일컫는 개념들을 총칭하여 ‘생활예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주민센터 프로그램 목록에 쭉 나열되어있는 수채화, 캘리그래피, 바이올린, 기타 등 다양한 예술 수업도 그 일환이었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의 자기개발, 사회적 유대, 자기결정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한 정책으로 실행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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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생활예술인 모집 포스터


처음 생활예술 개념을 알았을 때, 생활예술은 현대사회에서뿐만 아니라 미래현실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래현실의 우려되는 문제점 중 하나로 인간소외현상이 뽑힌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에 의해 개인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과 세계화로 인해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져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생활예술은 이러한 우려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예술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예술은 무엇보다도 정체성을 구축해주고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서로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예술활동을 하는 생활예술이 증가된다면 개인은 소외당할 일 없이 사회와 같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생활예술의 시대다. 처음에 엄마가 너무도 쉽게 수채화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네트워크 공간 안에서는 이미 누구나 생활예술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먼저,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동호회가 활성화되어있다. 문화예술활동을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다면 그저 동호회에 들어가면 된다. 미술작품, 사진, 드로잉, 공연 등을 담아 놓은 갤러리를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다. 구글의 아트 앤 컬쳐 연구소 사이트에서는 전 세계의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전시회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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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Art&Culture 사이트



SNS를 통해서는 여러 문화예술 홍보를 즉시 얻을 수 있으며, 해당 아티스트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커뮤니티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앱을 통해서도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APP ‘씀’, 다양한 장르별 화음을 입힐 수 있는 음악 작곡 지원 APP ‘혐온’ 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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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에 투자를 받아 판매하는 형식인 크라우드 펀딩도 생활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간단한 설명과 사진을 가지고 소개를 하고 이를 공유한다면 누구에게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학교 동기들이 자신들이 만든 굿즈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를 받아 판매한 상황을 많이 봤다.


여기에 더하여 ‘가상현실’과 같은 신기술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예술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위에서 언급한 ‘구글 아트 앤 컬쳐 연구소’는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굳이 전시회나 공연장을 가지 않아도 가상현실로 마치 현장이 있는 듯 집에서 실감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가상현실 서비스인 ‘버스웍스(Vrse.works)’는 광고영상, 뮤직비디오,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가상현실 영상화로 제작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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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창작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이제는 생활예술의 시대다. 여태까지 수동적으로 문화예술을 감상하기만 했어도, 직접 예술활동에 한번 참여해보는 데까지 크게 어렵지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에 예술을 집어넣는 것은 우리에게 행복감뿐만 아니라 주체적 결정, 주체적 표현의 기회와 역량을 제공해줄 수 있다.



[김량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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