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잘가, 내가 사랑한 나의 인생 [영화]

영화, 미 비포 유 그리고 삶에 대한 리뷰
글 입력 2019.05.3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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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위기와 고난을 맞닥뜨린다. 같은 상황도 다른 사람이 마주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소설의 흥미로운 점이다. 예를 들어, 길을 지나가는데 모르는 누군가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면 어떤 사람은 낯선 이의 말을 궁금해하며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어떤 사람은 모르는 사람과 대화가 어색하고 두려워 금방 자리를 피할 수도 있다.


이들의 다른 점은 그들이 서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각자 다른 생각과 환경에 둘러싸여 자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글 혹은 영상을 보는 것 또한, 서로 다른 존재로 태어나 내가 아닌 인생을 구경해보고 싶은 본능 때문이다.


지난주, 영화 <달링>을 보자마자 생각난 영화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 <미 비포 유>이다. 달링에서 주인공 로빈이 아내 다이애나를 위해 살기로 결심했었다면, 미 비포 유에서 주인공 윌은 사랑하는 루이자를 두고도 세상을 뜰 결심을 한다. 이 두 남자의 결정에는 어떤 다른 마음들이 존재했을까.


*


<미 비포 유>의 윌은 로빈과 마찬가지로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후천성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로빈이 그랬던 것처럼 사고 이전의 윌 역시 누구보다 운동신경이 좋고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영화는 누구보다 활발하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던 윌의 모습과 사고 후의 한정적인 공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대조하며 그가 처한 상황을 더욱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너무나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내고 있던 역동적인 자신의 삶은 온데간데없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삶은 윌에게도 로빈에게도 견디기 힘든 사실이었다. 세상에 버림받은 기분으로 스스로를 사람들과 단절시키고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 로빈과 윌. 그들과 마주한 다이애나와 루이자. 이들은 같은 상황에 처했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가 결국 완전히 반대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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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 루이자는 6년간 일하던 카페 일자리를 잃고 우연한 기회로 윌과 마주한다.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매력을 가진 그녀에게도 윌은 당연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숨 쉬는 김에 살아가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살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고 루이자는 그런 윌을 어떻게든 다시 세상 안으로 끌고 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몇 개월이 지나고 루이자의 노력에 윌의 마음도 차츰 열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둘은 둘만의 추억을 끊임없이 쌓아가고 사고 후 처음으로 웃음과 행복을 되찾아준 루이자에게 윌은 고마움을 그리고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윌은 곧 깨닫는다. 루이자는 이 생을 계속 이어갈 이유이자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참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다른 연인들처럼 연회장에서 춤을 추고, 손잡고 바다를 거닐고 윌은 이미 머릿속으로 수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시 끝없는 우울에 잠겼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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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사랑했던 본인의 삶과 사랑하고 있는 루이자를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루이자 역시 처음에는 그의 선택에 분노하고 실망하지만, 끝내 윌의 마지막을 아껴주고 사랑하며 떠나보낸다. 윌이 사랑했던 그의 삶은 그 존재가 너무도 거대해 무엇도 빈자리를 메울 수 없었다.


하지만, 루이자로 인해 적어도 그 삶을 미워하며 떠나보내지 않게 된 것에 윌은 감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자신을 사랑해준 그녀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인생을 최대한 만끽하고 누리면서 살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가 앞으로 함께하지 못할 날들을 대신해 그녀에게 준 선물이다.


로빈은 다이애나의 사랑 때문에, 그 덕분에 30년을 더 살기로 결심했고 윌은 루이자로 인해 한때는 사랑했지만, 지금은 비참하게도 싫은 자신의 인생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놓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인생은 언뜻 비슷하면서 길이 매우 다르다. 누군가는 맞고 누군가는 틀린 인생은 아니다. 헌신적인 아내와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내준 로빈도, 과거의 삶은 끔찍이 사랑해 현실을 견딜 수 없었던 윌도 모두 참으로 인간다운 생이었다.


두 인생이 지나온 길에 있던 교차점에서 그들은 한 번쯤 만났을 테고 그 지점에서의 선택이 서로 다른 결말을 가져올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위기는 모면하는 사람도 극복하는 사람도 회피하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때의 선택이 소설의 마지막을 다르게 끝맺는다 해도 최선을 다해서 내 이야기를 만들고 사랑하고 누리면서 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의 걸음걸이마다 함께 걸을게요.
사랑을 담아서, 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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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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