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제자리와 빈자리 - 디디의 우산

글 입력 2019.04.2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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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2019년 4월 20일(토) 3시


2019년 4월 16일. 세월호 5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잠잠하다면 잠잠하게 지나갔다.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말없이 노란 리본을 메신저 상태메시지에 띄웠다. 매년 그랬듯이 추모하는 사람이 있으면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국회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해 막말을 던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2019년 4월 20일, 나는 <디디의 우산> 연극을 보러 혜화로 향했다. 세월호 사건 5주기를 맞아 혜화동 1번지에서 주최하는 연극이었다. 평소 공연을 볼 때 설레던 마음과는 조금 다르게 차분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입장했고, 오후 3시 정각이 되자 공연의 막이 올랐다.

연극은 작가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을 토대로 한 극답게 책의 구절들을 대사로 활용했다. 난 평소 황정은의 독특한 문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그 점은 단편 소설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고 느꼈다. 그래서 난 황정은의 단편 소설집들을 대부분 다 읽었다. 황정은의 소설에서 대사의 힘은 묵직하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메시지가 힘이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디디의 우산>은 책의 대사를 활용함으로써 메시지의 힘을 얻었다.

책에서 활자로 나뒹구는 글과 연극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말하는 대사는 다르다. 마치 내게 묻는 것 같다. 몰입감이 더해지고,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더 쉽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같은 이야기의 같은 대사라도 더 강하게 날아와 가슴에 박히는 건. 어쩐지 한 번에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문장이라도 배우가 계속해서 읊조리는 것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건.
 

'내동댕이쳐졌다.'
- d 中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 d 中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 디디의 우산 中

'이제 모두를 깨워야 한다'
-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中




모두의 이야기



연극 <디디의 우산>은 원작 속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라는 두 단편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것이다. 여기에 더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이것이 가상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며, 현재 우리가 겪어내고 또 겪어내야 할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d>에서 d는 사랑하는 dd를 잃고 dd의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김소영과 서수경은 서수경의 생일인 4월 16일에 세월호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그 이후 세월호의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1996년 연세대 항쟁 당시 경찰에 의해 죽었던 친구의 기억과 함께. 그리고 그들은 1996년 연세대에서의 혁명처럼, 2016년 광화문에서도 혁명을 꿈꾼다. d는 홀로 남아 혁명, 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던 dd를 떠올리고 혁명의 광장에서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라는 말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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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와 빈자리



d의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d를 통해 상실의 아픔, 빈자리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은 단순히 슬프기만 한 감정이 아니다. 나에게는 누구보다 특별했던 존재의 죽음이 이렇게나 덧없다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고, 인간은 사물과 달라 기억이 있으면 남아있다는 말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내 깨닫고 만다. 사람도 사물과 똑같이 제자리에 없으면 없는 거라는 걸.

김소영과 서수경의 이야기는 상실감으로 멈춰있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다. 바로 제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둘이 함께 보았던 애니메이션 「스카이 크롤러」처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탈출이 불가능하다면 여기서 마찰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광장에 나오는 것이 힘들어 올해엔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어도 그래도 광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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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2017년 3월, 대통령 탄핵 당시 판결문 선언과 함께 끝난다.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말. 그들은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허무함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제자리를 찾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공연을 보는 내내 맘 놓고 슬퍼할 수가 없었다. 아니다. 나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그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맘 놓고 슬퍼한 적이 없다. 감히 빈자리를 경험해보지도 않은 내가 그들의 감정을 티끌만큼도 모를 내가 운다는 게 어쩐지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자꾸 마음이 울컥했다. 비록 미완성이지만,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이렇게나 값진 행위인 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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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모두가 돌아가지 못했으며, 돌아오지 못했다. 우린 모두가 돌아갈 무렵에 쓸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각자에게 우산의 의미는 전부 다르다. 그러나 비처럼 내리는 상처를 조금이나마 무뎌지게 할 것임은 분명하다.

이제는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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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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