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DO YOU HEAR WHAT I HEAR - 'Cyworld' 1

글 입력 2018.10.1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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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hear What I hear>은 매 글마다 주제를 선정하여, 그에 부합하는 곡을 추천해드리는 ‘청음’의 연재 피쳐물입니다. 개인의 취향이 부디 여러분과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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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간 앞에서도 기억은 영원하다. 앞만 보고 가기에도 바쁜데, 한편으론 자꾸 겸연쩍게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마음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니 현재라고 만족스러울 리가. 매번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그럼에도,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볼 수 있게 해주는 매개가 있다는 건 놀랍도록 반가운 일이다. 얼마 전, 문득 ‘싸이월드’에 들어가봤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어디든 썰렁하기 마련. 한때는 어떻게든 높이고 싶던 ‘TODAY’였는데.. 지금은 1명의 방문자가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인적이 드문 공간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는 낯선 이처럼, 잊혀진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더러 보이는 허세 어린 글귀와 사진에 머리 끝이 쭈뼛했다. 이름도 희미한 친구들과 나눈 시시콜콜하고 어리숙한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다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다는 생각과 시간의 무심함에 궁극적으로 서글퍼 버렸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많이 변했고, 한때 우리를 담고 있던 추억거리도 많이 퇴색했다. 여타의 SNS가 대중화된 지금, 사실 싸이월드가 지닌 의미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꽤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어리숙했던 학창시절을, 기억의 파편을 간직하고 있는 이 공간을, ‘간지’나게 보이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BGM을 구매하던 쵸재깅(cyworld) 감성을. 그리고 싸이월드 BGM은 사실,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 주제였다.




 


1.

프리스타일 - Y




아마 만인의 BGM이 아니었을까. 오래 전의 나는 제대로 된 의미도 모른 채 첫 소절을 사탕 물고 웅얼거리듯 따라 부르곤 했다. 대부분의 것들은 시간과 함께 색이 바래지지만, Y는 책으로 비유하면 이야기의 울림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스테디 셀러와도 같다. 2004년에 발표된 이 곡은 12년이 지난 2016년 9월 러블리즈 케이와 랩퍼 면도가 리메이크하여 발매하기도 했다. 대만의 한 래퍼가 ‘Bu De Bu Ai’라는 제목으로 곡을 표절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얌체같이 은근하게 몇 마디를 가져다 쓴 게 아니다. 아-주 대범하고 양심없게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 수준으로 다 베껴놨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역시나 좋은 곡은 어디서든 알아보게 마련이다.


몽환적이고 아련한 노래인 만큼 사람들은 미니홈피의 분위기를 위해 ‘Y’를 BGM으로 많이 깔아뒀다. 흐릿한 기억을 따르면, 메인 사진 밑에는 그 날의 기분을 표시할 수 있는 작은 위젯 창이 있었다. 이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아놓은 사람들은 아마 ‘Today is.. 쓸쓸(내지 우울)’로 설정해뒀지 않았을까. 더불어 프리스타일의 ‘수취인불명’ 역시 만인의 이별 곡이었다. 듣다 보면 케케묵은 기억이 소환될 것이다. 소란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는 덤.

 


2.

키네틱 플로우 – 몽환의 숲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이 흥하면서 이 장르가 대세로 자리잡은 게 그리 오래지 않은 느낌이지만, 사실 힙합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은은한 리듬에 잔잔하게 가사를 읊는 형식의 감성힙합은 싸이월드 BGM으로 오래도록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리고, RNP (바람이 되어/…이에게), MC스나이퍼 (BK Love), 원써겐 (이별후愛, 잊혀지다) 와 같은 아티스트의 노래는 지금 들어도, 시간이 무색하게 지나치게 촌스럽지 않다.

 

‘몽환의 숲’은 이루마의 피아노 연주와 잔잔한 랩이 조화로운 곡이다. 어딘가 추상적인 제목의 어감처럼, 가사 역시 동화같다. ‘하늘에 날린, 아드레날린, 하나도 화날 일-‘ 입안을 달라붙는 라임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불렀던 것도 기억난다. 일상적인 순간을 한 폭의 가사로 담아낸다는 것은 모쪼록 대단한 일. 파란 새벽 아래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고,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술병들이 한 장면처럼 픽, 하고 스쳐간다. (가사 속의 파랑새는 ‘술’을 뜻한다.)


키네틱플로우의 ‘비도승우’와 ‘ULT’. 첫 앨범을 내고 완전체의 활동기간은 3년 남짓으로 길지 않았다.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언더그라운드에서 두 사람이 함께했던 시간에 비해 참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주옥 같은 곡들 역시 참 많았다. 개인적으로 ‘슈가맨’에서 꼭 한번 보고 싶었던 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련함을 가득 안고 듣는 멜로디는 여전히 예쁘다.



3.

M-flo – Miss you (feat. Melody, Ryohei)



 


‘DJ, Play that music louder, お願い-’ 첫 시작부터 귀가 감긴다. 곧 이어지는  보석같은 melody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엠플로는 2002년 멤버 LISA가 탈퇴한 후, 다수의 여성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며 ‘m-flo loves OO‘ 시리즈를 선보였다. (OO에는 여성보컬의 이름을 넣는 식이다.) loves 시리즈에 참여한 국내 아티스트로는 보아가 있으며, 이 곡이 담긴 앨범의 이름 역시 [Miss you (M-flo loves melody)]이다.


M-flo는 1998년 결성된 일본의 힙합 그룹으로, 랩퍼 VERBAL(재일교포 멤버로, 한국이름은 ‘류영기’이다), 작곡 및 DJ를 담당하는 ☆TAKU, 여성 보컬 LISA가 소속되어 있다. (리사는 2002년 탈퇴했으나, 6집을 기점으로 재합류했다.) 보아 이외에도 휘성, 알렉스, 지누션, 2NE1 등 다수의 국내 아티스트와 음반작업을 해왔다. 엠플로의 가사에는 일본어 이외에도 영어가 많고(일부 한국어도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힙합’이라고만 표기하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재지하고, R&B같기도 한데, 또 펑키하고 일렉트로닉하다. 여하튼 참 다채로운 팀이다. 2000년대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J-POP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데 1등 공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4.

허밍어반스테레오 – Hawaiian couple


 



이 노래를 들으면 감우성과 최강희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던 뮤직비디오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영화 <내 사랑>의 OST로 쓰였던 이 곡은, 영화의 분위기를 닮아 사랑스럽다. 서로의 매력을 끊임없이 칭찬하며 시작하던 노래는 둘만이 함께할 수 있는 추억들을 나열하며 마무리된다.어쩌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극강의 달달함이다. 당시 뽀시래기같았던 또래친구들이 커플 BGM으로 많이 깔아뒀던 것 같다. 발매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예능에서 회자되며 여전히 익숙하다.


허밍어반스테레오(이하 HUS)는 멤버 ‘이지린’으로 구성된 원맨밴드로, 하와이안 커플 이외에도 ‘샐러드 기념일’, ‘insomnia’, ‘지랄’ 등 다수의 곡이 인기를 끌었다. 아티스트 고유의 나른하면서도 통통 튀는 음악의 색감에, ‘이 아티스트는 이러한 음악을 하지,’ 하는 각자의 판단이 있을 터. 하지만 일부의 노래로 HUS를 규정짓기에는 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9월 발매된 정규앨범 [V]만 봐도 그렇다. 통통 튀는 깔끔함은 그대로인데, 한결 더 세련되고 더 짙어졌다. ‘하와이안 커플’에서 두 남녀는 넘치는 사랑을 아낌없이 상대방에게 표한다. 뭘 해도 다 좋고, 행복한 그 마음을 릴레이 경기하듯 주고 받는다. 반면에 이번 타이틀곡 ‘좋아해’에서는 ‘너는 이런 내 생각을 알까-‘ 하며 조금 더 자신의 마음에 목메고, 고뇌하고, 조심스러워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어간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레이블 ‘왈츠소파’의 소속 아티스트 지다/밴젝스/리소와 함께 ‘왈츠소파레코즈’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덧붙여 ‘하와이안 커플’, ‘insomnia’ 등의 곡에 참여했던 ‘허밍걸’ 이진화는 2012년 심장병으로 타계했다. 노래를 듣고 있지 않더라도 늘 선연한 목소리였다. 그리운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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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E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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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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